“펫로스 증후군, 들어주고 공감하면 극복돼요” [반려된 슬픔③]

“펫로스 증후군, 들어주고 공감하면 극복돼요” [반려된 슬픔③]

기사승인 2024-02-02 14:00:02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동 한 카페에서 김주연 반려동물 피규어 작가와 김윤호 국가 심리상담사를 만났다. 사진=조유정 기자

사별의 감정을 받아들이고 애도하는 것. 사람을 떠나보낸 이들에게도,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이들에게도 필요한 일이다. 펫로스 증후군은 단순한 이별 후유증이 아니다. 펫로스를 경험한 반려인들은 실제 가족과 사별한 것과 비슷한 감정을 느낀다.

서로 다른 일을 하던 김주연(46) 반려동물 피규어 작가와 김윤호(28) 국가 심리상담사를 펫로스 증후군을 통해 연결됐다. 아픔을 겪는 사람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는 일을 한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펫로스 증후군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위로하고 싶다는 마음도 컸다. 김 작가의 반려동물 사별 경험에 김 심리상담사의 전문성을 더해 지난해 3월 ‘펫로스 증후군 치유의 밤’을 열기도 했다.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동 한 카페에서 만난 김주연 작가와 김윤호 심리상담사는 반려동물과 사별한 감정의 무게가 사람을 떠나보낸 것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위로의 시작은 공감이다. 김 상담사는 “펫로스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것만으로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라며 “상처가 치유되는 포인트는 공감”이라고 말했다. 이어 “반려동물을 잃은 상실감은 사람과 사별한 감정과 같다”라며 “사회적으로 펫로스 증후군이 충분히 이해받지 못하고 있다”라고 했다.

김주연 반려동물 피규어 작가가 만든 반려동물 피규어. 독자 김주연

“고객 90%가 반려동물과 사별한 분들”이라는 김 작가는 반려동물 피규어 작가로 활동 중이다. 반려동물 피규어 제작은 펫로스를 경험하는 반려 가구를 위로하는 일이기도 하다. 직접 반려동물을 보는 것이 아닌 생전 반려동물의 사진만 보고 피규어를 제작하긴 어렵다. 그래서 반려인에게 직접 그가 기억하는 반려동물과의 추억을 듣는다. 이야기를 통해 살아 움직이던 시절의 반려동물을 상상하며 피규어를 제작하고 있다. 김 작가는 “나도 같은 아픔을 겪었기에 반려동물을 떠나보내고 극복한 경험을 먼저 털어놓는다”라며 “대화하는 과정에서 반려동물의 사별을 인정하고 펫로스를 극복하는 경우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처음부터 펫로스 증후군을 겪는 반려인들을 위로하려던 생각은 아니었다. 김 작가는 “처음 반려동물 피규어 제작을 했을 때는 귀여운 모습을 담기 위해서였다”라며 “반려동물과 사별한 분의 의뢰를 처음 받았을 댄 반려동물 부재를 느껴본 적 없어 어떻게 위로를 해야 할지 안절부절 못했다”라고 했다. 이어 “반려동물과 사별을 경험하고 힘들어하던 시기엔 피규어 만드는 일이 무겁게 느껴졌다”라며 “고객과 같이 운 적도 있다”라고 털어놨다. 김 작가는 “같은 아픔을 겪었고 또 극복한 경험이 있기에 도와드리고 싶다는 마음”라고 설명했다. 

‘펫로스 증후군 치유의 밤’ 행사에서 김윤호 심리상담사가 펫로스 증후군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독자 김주연

자신의 감정과 마주하는 ‘치유의 밤’

펫로스 증후군의 시작은 반려동물과 사별을 부정하는 마음이다. 스스로 자책하거나 과거에 집착하기도 한다. 김윤호 심리상담사는 “죽음 연구가 퀴블러 로스(Kubler-Ross) 박사에 의하면 사람은 상실을 인정하기까지 부정→분노→타협→우울증→수용(인정)의 과정을 거친다”라며 “내가 더 잘해줬더라면, 더 좋은 병원을 갔더라면 등 후회하거나 추억에 대해 집착 모두 반려동물을 잃은 것을 부정하는 과정에 속한다”라고 밝혔다.

두 사람이 기획한 ‘펫로스 증후군 치유의 밤’에서도 각자 자신의 상처를 부정하지 않고 마주하도록 안내한다. 김 상담사는 “3~4단계로 진행하는 펫로스 치유 과정의 핵심은 반려동물 사별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라며 “글을 적거나 그림으로 그린 뒤 추모 행사를 하며 사별을 받아들이는 연습을 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1대1보다는 집단 상담을 한다”라며 “상담사를 제외하고 최소 3~4명이 모여 서로 감정을 공유하며 위로한다”라고 밝혔다.

반려 가구 50%가 반려동물과 사별 후 펫로스 증후군을 경험한다. 펫로스를 경험하는 반려인은 많지만, 그들이 참여할 수 있는 치유 프로그램은 적다. 김 작가는 “펫로스에 대한 감정을 털어놓을 곳은 반려동물 커뮤니티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외국에서는 이미 펫로스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지만, 한국은 관련 연구가 현저히 적은 편”이라며 “펫로스로 발생하는 정신 건강 문제는 사회적으로도 심각한 문제”라고 진단했다.

마지막으로 김 작가는 “한 생명을 끝까지 책임진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라며 “펫로스로 아파하는 분들은 대부분 스스로에게 책임을 돌린다. 그런데 ‘네 잘못이 아니야’라고 꼭 말해주고 싶다”라고 말했다. 김 심리상담사도 “많은 분들이 펫로스로 괴로워하면서도 공감 받지 못 할까봐 두려워 쉽사리 털어놓지 않는다”라며 “펫로스는 사람을 잃은 슬픔과 같기에 주변 사람 혹은 전문 상담사를 찾아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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