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시중은행들이 지난 3년간 주가연계증권(ELS) 판매로 7000억원에 달하는 이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ELS 판매 과정에서 불완전판매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이 2021년부터 2023년 3분기까지 ELS 판매 수수료를 통해 얻은 이익은 6815억7000만원으로 집계됐다.
ELS는 기초자산으로 삼은 지수 등의 흐름에 따라 투자 수익률이 결정되는 파생상품이다. 은행들은 주로 증권사가 설계·발행한 ELS를 가져와 신탁(주가연계신탁·ELT)이나 펀드(주가연계펀드·ELF) 형태로 팔았다.
연도별로 보면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가 1만2000선을 넘어 최고점을 찍은 2021년 ELS 판매 호조로 2806억9000만원의 이익을 기록했다. 2022년과 지난해(3분기 누적)에도 각각 1996억9000만원, 2011억9000만원을 벌었다.
은행 몫의 수수료는 ELT의 경우 보통 판매액의 1%, ELF에서는 대면과 비대면 판매액의 각 0.9%, 0.7% 수준이다.
은행이 대거 판매한 홍콩H지수 ELS는 기초지수인 H지수가 반토막나면서 대규모 원금 손실이 속속 확정되고 있다.
5대 은행이 판매한 홍콩H지수 ELS 가운데 올해 들어 지난 2일까지 만기가 돌아온 것은 총 7061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고객이 돌려받은 돈(상환액)은 3313억원으로, 평균 손실률이 53.1%에 이른다. 지난달 말 만기를 맞은 일부 상품의 손실률(-58.2%)은 거의 60%에 달한다.
이같은 상황 속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홍콩H지수 ELS의 불완전판매 사례를 확인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복현 원장은 4일 오전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아직 홍콩 ELS 검사가 완결되지 않았지만 불완전판매 혹은 부적절 판매 사례가 있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홍콩ELS 판매 사례 중 불완전판매가 확인됐다고 공식적으로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원장은 “노후 보장용 자금 등 가까운 시일 내 필요하다고 명확히 예측되는 돈은 원금손실 위험이 큰 곳에 투자하면 안 된다는 걸 고려하고 금융종사가 목적, 투자 용도, 기간을 고려해 적합한 상품 추천해야 하는데 실제로 원금 보장이 가장 중요한 기치인 소비자에게 (홍콩 ELS를) 권유한 사례가 있다”며 “자산 구조상 3-5년 후 원금보장이 안되면 노후보장이 안되는 명확한 경우가 꽤 확인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판매 은행들은 ELS 취급을 중단하고 있다. 농협은행의 경우 지난해 10월 초부터 원금 보장이 되지 않는 ELS 판매를 중단한데 이어 지난주에는 국민·신한·하나은행이 기초자산 종류와 관계없이 모든 ELS를 당분간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