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맨’ 김희애 “이제는 즐기기로 했다” [쿠키인터뷰]

‘데드맨’ 김희애 “이제는 즐기기로 했다” [쿠키인터뷰]

기사승인 2024-02-07 11:00:07
배우 김희애. 콘텐츠웨이브(주)

2018년 여름, 배우 김희애는 고민에 빠져 있었다. 여배우가 참여할 영화가 적어서였다. 늘 한정된 배역과 제한된 기회를 수많은 여배우가 나눠가져야 하는 현실. 당시 김희애는 언론과 만나 “우스갯소리지만 머리라도 잘라서 남자 역할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 싶더라”며 솔직한 속내를 털어놨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2024년, 김희애는 여러 작품에서 자신의 폭을 조금씩 넓혔다. 지난해 4월 공개한 넷플릭스 ‘퀸메이커’를 기점으로 7일 개봉한 영화 ‘데드맨’(감독 하준원)에 이어 연내 개봉을 앞둔 ‘보통의 가족’(감독 허진호)을 통해 자신만의 정치 3부작을 선보인다.

신작 개봉 하루 전인 6일 김희애를 서울 소격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특유의 우아한 말투로 인사를 건넨 그는 작품과 관련해선 진중하게, 배우 인생에 대해서는 소탈하게 답을 이어갔다. ‘데드맨’에서 그가 맡은 냉철한 심여사와는 확연히 달랐다. 김희애는 “기존에 보지 못한 바지사장 소재가 신선하게 와닿았다”면서 “심여사 역시 남자배우들이 할 법한 강인함을 갖추고 있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고 했다.

심여사는 정치판을 좌지우지하는 흑막의 정치꾼이다. 타고난 지략으로 판세를 파악하는 능력을 갖춘 정치 컨설턴트다. ‘퀸메이커’ 속 황도희가 대기업의 해결사에서 나락으로 떨어져 복수를 위해 정계에 뛰어들었다면, ‘데드맨’ 속 심여사는 애초부터 노련한 정치판의 고수다. 이를 표현하기 위해 미술팀과 분장팀이 합심해 심여사의 강단 있는 외형을 완성했다. “배우로서 변신할 기회가 많이 없던 만큼 나 자신을 맡겼다”고 돌아보던 김희애는 “결 다른 인물이 될 수 있어 좋았다”고 자평했다.

‘데드맨’에서 심여사를 연기한 김희애의 모습. 콘텐츠웨이브(주)

김희애는 자신을 완전히 지우고자 했다. 심여사를 보고 김희애를 떠올리지 않길 바랐단다. “배우라면 누구나 원하는 변화”를 위해 인물에 보다 더 과감히 접근했다. 애드리브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인물을 내게 맞추면 김희애가 보일 수밖에 없으므로 나를 감추기 위해서라도 대본에 더 충실했다”는 설명이다. 김희애에게 심여사는 놓치고 싶지 않은 역할이었다. 과거 다양한 여성 캐릭터를 갈구했던 만큼 이 기회가 더욱 절실했다. 김희애는 “예전이었다면 심여사도 남성이었을 것”이라면서 “‘데드맨’이 잘 돼야 심여사 같은 인물도 많아진다”힘줘 말했다.

1984년 영화 ‘스무해 첫째날’(감독 조명화)로 데뷔해 올해로 41년 차. 연기를 그만하고 싶던 20대 시절과 달리 김희애는 현재진행형으로 달리고 있다. “나조차도 연기를 이렇게 오래 할 거라곤 생각 못했다”고 말을 잇던 그는 “날이 갈수록 내가 운이 좋았던 걸 느낀다”고 했다. 김희애는 중년 여성 배우라면 으레껏 맡는 누군가의 엄마에 머물지 않고 여성 캐릭터로서 극을 이끈다. 이렇게 되기까지 수없이 많은 허들을 넘었다. 머리를 비우고 단순하게 생각하며 치열하게 달린 끝에 오늘날에 이르렀단다. 김희애는 “처음부터 40년을 버티려 했으면 포기했을 것”이라며 “하루하루 살다 보니 40년이 흘렀다. 멈추지 않으면 무엇이든 될 수 있다”며 미소 지었다. 

“비단 배우뿐 아니라 어떤 일이든 멈추지만 않으면 계속할 수 있어요. 시행착오나 넘어야 할 벽이 생길 때 이를 넘어서면 오래 나아갈 수 있거든요. 오래 가면 그게 곧 강한 게 돼요. 그게 인생이더라고요. 그래서 이제는 모든 것을 즐기기로 마음먹었어요. 지금의 제가 가진 귀한 연륜을 믿거든요.”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김예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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