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뱅크가 외환 수수료 무료화라는 무기를 들고 외환시장에 뛰어들면서 그간 전통의 강자였던 시중은행들이 수성에 나서는 모양새다. 은행들이 각종 혜택과 무료 수수료 정책으로 맞대응에 나서면서 ‘출혈 경쟁’ 지적도 나온다. 그럼에도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해 이같은 경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외환 서비스 혜택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외환 서비스 부문에서 가장 뜨거운 곳은 토스뱅크다. 토스뱅크는 지난달 18일 환전 수수료가 평생 무료인 외화 통장을 출시했고, 이는 출시 약 21일 만에 가입 60만좌를 돌파했다.
여기에 더해 토스뱅크가 지난달 외환 서비스를 출시한 이후 3주 동안 원화를 엔화로 환전한 액수는 총 4547억원에 달한다. 하루 평균 216억5000만원 규모다. 이는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일일 엔화 환전액(220억8000만엔)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같은 토스뱅크 인기몰이에 은행들도 대응에 나섰다. 가장 먼저 신한은행과 신한카드는 ‘SOL트래블 체크카드’를 출시했다. 해당 카드는 신한은행 외화계좌와 연결되는 체크카드로, 30종 통화 환전 시 100% 환율우대를 제공한다. 여기에 해외 결제·ATM 수수료를 면제, 외화를 원화로 환전시 50% 환율 우대도 제공한다.
여기까지는 토스뱅크의 환전 서비스와 유사하거나 조금 못미치지만 신한은행은 여기서 더 나아가 △연 2회 공항 라운지 무료 이용 △마스터카드 트래블 리워드서비스 △일본 3대 편의점과 베트남 그랩·롯데마트, 미국 스타벅스 할인 혜택도 추가로 제공한다.
하나은행의 경우 별도의 환전 수수료 무료 정책이 수립되지 않았지만 하나카드의 여행 특화 카드인 ‘트래블로그’ 카드로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올해 말까지 26개국 통화 구매시 환전 수수료가 무료다. 해외결제, ATM 출금 수수료도 받지 않고 있다. 해당 서비스 가입자는 지난 12일 기준 380만명에 도달했다.
또한 트래블로그 충전에 필요한 하나머니 충전 수수료와 결제 수수료를 모두 무료로 유지할 예정이다. 더불어 고객 접점을 늘리기 위해 카드 발급처를 지역 거점 61개 영업점으로 확대했다. 다음달부터는 전 영업점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이달 중 기존 외화 통장인 ‘우리 외화바로예금’에서 달러로 환전할 때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이벤트를 실시한다. 또 이르면 올 상반기 중 환전 수수료를 없애고, 해외 이용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카드도 출시할 계획이다.
KB국민은행은 환전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외화 통장 상품 출시를 검토 중이고, NH농협은행도 외화 통장을 해외 이용 결제 계좌로 사용할 수 있는 환전 수수료 우대 카드를 연내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도 관련 상품 출시를 준비 중이다.
이처럼 시중은행들이 외환 서비스 시장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뒷 배경에는 ‘수수료’가 있다. 최근 은행은 이자수익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면서 이자수익 대신 수수료 수익을 높여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이를 위해 은행들은 ELS(주가연계증권) 등 금융투자 상품을 판매해 왔지만, 이마저도 홍콩 ELS 사태가 터지면서 추가로 판매하기 힘든 상황에 처했다. 투자상품 판매가 힘들어지자 은행들이 비이자이익을 높일 수 있는 선택지로 외환 서비스를 선택한 것이다.
다만 고객 확보를 위해 수수료 무료 정책이 계속되면서 ‘역마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나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달러나 엔화, 유로 등 주요 통화가 아니면 외화 조달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꾸준히 무료가 아닌 최소한 90% 수수료 할인 정책이 적용됐던 것”이라며 “무작정 수수료를 면제하는 식으로 경쟁이 오래 지속될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은행 입장에서도 외환 수수료가 중요한 수익원인 만큼 외환 서비스 다변화를 통해 고객 잡기에 우선 주력할 것이라 본다”고 덧붙였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