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금리인하가 본격화될 경우 감소세를 보이던 신용대출과 제2금융권 대출이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증가세가 안정화되고 있는 가계부채가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다. 이에 가계부채 관련 제도를 강화해 나가는 동시에 정책모기지 공급을 세밀히 조절해 나가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20일 김소영 부위원장 주재로 국토교통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주택금융공사, 주택도시보증공사, 은행연합회, 금융연구원 등 유관기관과 함께 ‘가계부채 리스크 점검회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김 부위원장은 이날 모두발언을 통해 현재 가계부채가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것으로 진단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가계신용은 2022년 1868조원으로 전년 대비 0.26%, 2023년 1886조원으로 1.0% 늘었다. 연간 증가율이 올라갔지만 최근 10년 연 평균 증가율 6.8% 보다 낮았다.
김 부위원장은 이를 두고 “지난해 우리나라 가계신용은 전년대비 1.0% 증가하여 과거에 비해 낮은 수준이며,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2년 연속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은행도 이날 유사한 진단을 내놓았다. 서정석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이날 “지난해 가계신용 증가폭은 2003년과 2022년을 제외하면 가장 낮았다”며 “당국이 특례보금자리론 취급 속도를 관리하면서 기타금융중개회사 대출이 3분기 7조1000억원에서 4분기 1조1000억원으로 감소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당국은 금리가 인하할 경우 가계부채 관리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봤다. 김 부위원장은 “최근까지 은행권 주담대를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증가하였으나, 대출금리 하락이 본격화 되는 경우 그간 감소세가 이어오던 신용대출·2금융권 대출까지 반등할 우려가 높다”고 봤다.
대출상품별로 보면 가계대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지난해 4분기 말 1064조3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1년 전에 비해 51조원 늘었다. 반면 신용대출이나 마이너스통장 등 기타대출 잔액은 703조9000억원으로 9분기 연속 감소했다. 감소하던 신용대출 등이 증가하며 가계대출 증가세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우려다.
가계부채가 과도할 경우 경제성장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지난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0.8%로 통상 80%가 넘어가면 경제성장에 부담을 주는 것으로 평가된다.
금융위는 물론 관계부처는 이에 가계부채 관리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스트레스 DSR 도입 등 DSR 규제를 강화하고, 보금자리론 등 정책모기지의 공급속도를 탄력적으로 조정해나갈 예정이다. 김 부위원장은 “정부는 올해도 목표를 차질없이 달성할 수 있도록 가계부채를 엄정하게 관리해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국내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7월 이후로 내다보고 있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반기까지 기준금리 인하는 없을 것”이라며 “기존 전망(연내 1회 인하(7월), 연말 기준금리 3.25%)를 유지한다”고 전망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