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저축은행의 여신과 수신 모두 10조원 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핵심 수익원인 중금리대출 감소에 고객 증가율까지 둔화되면서 지난해 전체 업권의 실적 부진이 예상되고 있다.
26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수신 잔액은 107조1491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2년 말(120조2384억원)보다 13조893억원(10.89%) 감소한 수치다.
수신이 감소한 만큼 여신도 비슷한 규모로 줄어들었다. 같은기간 저축은행의 여신 잔액은 110조9347억원(9.51%) 줄어든 104조936억원으로 집계됐다.
저축은행의 여수신이 감소한 이유는 수익성 악화가 영향을 미쳤다. 저축은행업권은 2022년 레고랜드 사태 이후 경쟁적으로 유치한 고금리 특판상품을 판매한 바 있는데, 이것이 원인이 되면서 지난해 수익성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는 설명이다.
저축은행들은 고금리 예금의 만기가 도래한 지난해 하반기 예금을 재유치하기 보단 금리를 내려 조달비용을 줄였다.
실제로 2022년 예금 대란 당시 저축은행의 12개월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연 6%대를 넘어섰지만 지금은 평균 금리가 3.73% 수준에 그친다. 이는 4대 시중은행의 정기 예금 상품의 최고금리 기준 연 3.58%~연 3.72%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은행과 저축은행의 차이가 사실상 없는 것과 같다.
중금리대출 규모도 감소했다. 저축은행중앙회가 집계한 지난해 저축은행 민간 중금리대출 규모는 6조1598억원(잠정)으로 전년대비 4조6244억원(42.9%) 줄었다. 같은기간 민간 중금리대출 건수도 39만1506건으로 전년보다 23만4364건(37.4%) 감소했다.
이는 저축은행을 찾는 고객 발길도 점차 둔화되게 만들고 있다. 5대 저축은행의 지난해 3분기 거래 고객은 총 383만6088명으로, 전년 대비 3.01% 늘었다. 그러나 전분기 대비 1.68% 증가에 그친 수준이다. 수신금리를 공격적으로 올렸던 2022년 같은 기간에 5.85%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1년 만에 증가세가 눈에 띄게 둔화된 셈이다.
문제는 저축은행은 여·수신 규모를 줄여 조달비용 줄이기에 나섰지만 지난해 실적이 부진할 것이라 예상된다는 점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과 대출 연체율 등에 따라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이 늘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순손실로 인해 대출 모집에 어려움을 겪으며 예금금리를 조정해 조달 비용을 줄였다”며 “부동산 PF 부실 우려를 대비해 충당금 적립이 늘며 적자로 전환한 저축은행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