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 맺을까”…MWC 2024서 펼쳐진 ‘합종연횡’

“동맹 맺을까”…MWC 2024서 펼쳐진 ‘합종연횡’

기사승인 2024-02-27 14:00:01
SKT가 MWC2024에서 글로벌 통신사들과 AI 공동 개발을 위한 합작법인을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팀 회트게스 도이치텔레콤 회장, 클라우디아 네맛 도이치텔레콤 기술혁신담당이사, 하템 도비다 이앤(e&)그룹 CEO, 최태원 SK 회장, 위엔 콴 문 싱텔 그룹 CEO, 유영상 SKT 사장, 타다시 이이다 소프트뱅크 최고정보보안책임자(CISO)가 MWC24 SKT 부스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인공지능(AI)과 6G 등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해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과 합종연횡에 나섰다.

SKT는 26일(현지시간) 오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MWC2024에서 유럽과 중동, 아시아의 대표 통신사와 인공지능(AI) 기술 공동 개발 및 사업 협력을 수행할 합작법인을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합작법인 참여사는 SKT와 도이치텔레콤, 이앤(e&)그룹, 싱텔그룹, 소프트뱅크 등 5개사다.

협약은 이날 글로벌 통신사 AI 연합체 ‘글로벌 텔코 AI 얼라이언스(GTAA)’ 창립총회에서 체결됐다. 협약 체결을 위해 최태원 SK 회장과 유영상 SKT 사장, 팀 회트게스 도이치텔레콤 회장, 하템 도비나 이앤그룹 CEO, 위엔 콴 문 싱텔 그룹 CEO, 타다시 이이다 소프트뱅크 최고정보보안책임자(CISO) 등 최고 경영진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 기업은 합작법인을 통해 통신사 특화 거대언어모델인 ‘텔코 LLM’을 본격적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한국어, 영어, 일본어, 독일어, 아랍어 등 5개 국어를 시작으로 전 세계 다양한 언어를 지원하는 다국어 LLM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텔코 LLM은 범용 LLM보다 통신 영역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이용자 의도도 잘 파악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다양한 통신 사업 및 서비스 영역에서 활용도가 높다.

합작법인은 연내에 설립할 예정이다. 합작법인에 대한 SKT의 투자액이나 투자비율 등은 공개되지 않았다.

합작법인의 모태가 된 GTAA의 문도 활짝 열려있다. 이들 5개사는 같은 날 전세계 20여개 통신사를 초청해 행사를 열고 GTAA 참여를 제안했다.

유영상 SKT 사장은 “합작법인을 기반으로 GTAA를 확장해 글로벌 AI 생태계 주도권을 확보할 것“이라며 “전 세계 13억 통신 가입자가 통신사 특화 LLM을 통해 새로운 AI 경험 누리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도 같은 날 글로벌 기업과 손잡고 차세대 통신기술 6G 연구 및 생태계 조성에 나선다. 삼성전자와 엔비디아, 암, 소프트뱅크, 에릭슨, 노키아, 마이크로소프트 등은 MWC 2024에서 ‘AI-RAN 얼라이언스’를 공식 출범했다. RAN은 무선접속망을 뜻한다.

AI-RAN 얼라이언스에는 이들 기업 등 10개사와 미국 노스이스턴대학 등이 창립 멤버로 참여한다. AI를 무선통신 기술에 적용, 서비스 혁신을 선도하고 통신망 효율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6G 연구와 생태계 확장 등을 이루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AI for RAN’, ‘AI and RAN’, ‘AI on RAN’ 등 3개의 워킹그룹을 구성하고 기술 연구를 수행할 계획이다. 이들 워킹그룹은 각각 △주파수, 비용, 에너지 효율 제고를 위해 AI 및 머신러닝을 활용한 무선통신 최적화 기술 연구 △효율적인 자원 관리와 인프라 활용 극대화를 위한 AI와 무선망 융합기술 △무선망에서의 신규 AI 애플리케이션과 서비스 발굴에 집중해 기술 연구를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지난달 2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팻 겔싱어 인텔 CEO와 대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해외 기업 CEO들도 국내를 찾아 ‘동맹 모시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이번 주 방한해 조주완 LG전자 사장과 만나 확장현실(XR·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의 장점을 합친 기술) 헤드셋 공동 개발 등에 대해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저커버그 CEO는 방한 중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만나 AI 반도체 관련 협업을 논의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생성형 AI의 선두주자인 챗GPT의 개발사 오픈AI도 반도체 제조를 위해 동맹군을 모집하고 있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AI 반도체 개발을 위한 글로벌 투자 유치를 진행 중이다. 투자 모집 규모는 7조 달러(한화 약 9300조원)에 육박한다. 올트먼 CEO는 지난달 25일 한국을 찾아 삼성전자 평택 공장 반도체 생산라인을 둘러봤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 등과도 면담을 진행했다.

전문가는 신기술 분야에서 기업들의 합종연횡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위정현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AI 시대가 도래하면서 글로벌 각축적이 벌어지고 있다. 생성형 AI가 기폭제가 됐다”며 “현재의 결정이 미래의 판도를 뒤집을 수 있다. 거의 20년 만에 온 기회이기에 기업은 보다 확실한 성공을 위해 동맹군을 모집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지 못하면 국내 시장에서도 입지가 위험해진다”며 “글로벌 강자들끼리 힘을 합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을 이룬다면 함께 성장하는 것이 가능하다. 합작법인 등으로 동맹을 맺으면 의사결정 등도 훨씬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며 “특히 AI 시대에 이같은 동맹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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