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저출산 해소를 위한 대안으로 ‘난자동결’ 시술에 대한 지원 폭이 커지고 있지만, 임신 성공률이 낮다는 인식 등으로 인해 이용을 주저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기술 발전에 따라 냉동난자의 임신 성공률이 일반 난자와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섰다며 지원을 확장해 환자의 부담을 줄여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2~2072년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올해 합계 출산율은 사상 최초로 0.6명대로 내려앉을 전망이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초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국내에선 2017년 10월부터 난임 치료 시술과 관련한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지난해 9월부터 지방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난자동결 시술비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20~39세 여성은 난자 채취를 위한 사전 검사비와 시술비의 50%를 지원 받을 수 있다.
동결 보존 시술은 난자나 배아 등의 세포를 초저온 상태에서 보관해 성장활동을 일시적으로 중단시킨 후, 필요할 때 해동해 임신을 시도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다. 미혼·기혼 여성이 가임력을 보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다. 이광 차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고령 난임 환자가 증가함에 따라 난자동결 시술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미래에 임신을 원하는 여성의 건강한 임신과 출산을 도울 뿐만 아니라 난소 기능이 떨어진 여성들의 임신 가능성도 높여주는 시술”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비싼 시술 비용 △난자 형성 촉진제 투여에 따른 통증 △잦은 병원 방문 등으로 인해 시술 과정은 쉽지 않다. 더불어 동결된 난자를 이용한 인공수정은 성공률이 높지 않다는 인식 때문에 시술을 망설이거나 꺼리는 사례가 적지 않다.
난소에 이상이 있어 난자동결 시술을 알아보고 있다는 임희주(36세·가명)씨는 “난자를 동결시켰다가 나중에 해동하면 살아남는 것이 별로 없고, 그만큼 임신 성공률도 떨어진다고 해서 고민”이라고 말했다. 최근 유방암으로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 박여진(37세·가명)씨는 “주변에서 냉동난자는 생존율이 떨어진다고 하더라”라며 “늦은 나이에 시술을 준비하는 게 얼마나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고 전했다.
전문가는 난자 냉동 기술이 지속적으로 발전을 이어온 만큼 시술에 대해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한다. 현재 임상 현장에선 고농도 동결 억제제를 이용해 세포막 손상 없이 초급속 냉동을 진행하거나 자궁 환경과 유사한 성분을 제공해 배아 발달을 돕는 배양액 등이 활발히 쓰이고 있다. 특히 얼음 결정을 만들지 않도록 도와주는 유리화 동결 용액(트레할로스)은 세포 상태를 안정적으로 보존할 수 있다. 또 최근 개발된 3세대 배양액은 아미노산, 항산화성분, L-카르니틴 등이 추가돼 배아의 질을 높이는데 도움을 준다.
이광 교수는 “동결 기술은 40년 가까이 발전을 거듭해왔다”며 “임상 현장에서의 시술 결과를 놓고 보면 냉동 난자와 바로 채취한 신선 난자는 비슷한 임신 성공률을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냉동 방식과 연령에 따라 성공률 차이는 생길 수 있다. 이 교수는 “난자보다는 배아를 냉동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 측면이 있으나 배아 냉동이 불가하거나 난자를 냉동해야만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난임 환자에게 꼭 필요한 방법”이라며 “되도록 젊은 나이에 동결해 난자의 질을 높이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지원을 확대해 시술 접근성을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이어졌다. 이 교수는 “초저출산 시대에서 아기를 갖겠다는 마음을 가진 여성들을 우선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특히 난임이 예상되는 고위험군 여성의 난자 동결에 대해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사회의 꾸준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며 “긍정적 결과가 쌓이면 자연스럽게 저출산 문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