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민건강보험 재정이 연간 4조원대 당기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3년 연속 흑자 달성이다. 건보 재정의 누적준비금은 역대 최대 규모인 약 28조원으로 늘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해 총수입과 지출 등이 포함된 건보 재정 운영 결과를 발표하며 “2023년도는 전년 대비 수입과 지출이 모두 증가했으나, 지출 증가폭(5.6조원)보다 수입 증가폭(6.1조원)이 더 커 재정수지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28일 밝혔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건보재정 수입은 전년 대비 6조1000억원 증가한 94조9000억원, 지출은 그보다 적은 5조6000억원이 늘어남에 따라 4조1276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총수입 증가율은 2021년 9.6%→2022년 10.3%→2023년 6.9%로 나타났다. 수입 중 보험료 수입은 전년 대비 4조9642억원(6.5%) 증가한 81조5180억원, 정부지원금은 4710억원(4.5%) 늘어난 10조9702억원으로 나타났다. 기타수입은 6988억원(40.5%) 증가한 2조4231억원이다.
지난 2022년 9월부터 시행한 2단계 부과체계 개편으로 지역가입자 보험료 부담이 줄었으나, 인플레이션으로 명목임금이 상승하면서 직장가입자의 보수월액이 전년 대비 4.7% 증가했다. 연말정산 보험료도 6000억원 오른 4조3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정부지원 규모는 11조원으로 전년 대비 4710억원 증액됐다. 누적준비금에 대한 전략적 자금운용을 통해 이자수입은 목표수익률(4.05%)보다 0.95%p(포인트) 높은 5%를 기록했다. 이자수입액은 역대 최초로 1조원을 넘겼으며, 6479억원의 현금수익을 남겼다.
지출은 보험급여비 항목이 5조6301억원(6.8%) 늘어난 88조7961억원, 기타사업비 등은 54억원(0.3%) 증가한 1조9876억원으로 나타났다. 총지출 증가율은 2021년 5.3%에서 2022년 9.6%로 증가했으나 2023년 6.6%로 감소했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65세 이상 고령층의 급여비 증가율은 13%로 65세 미만 연령층(7.9%)보다 높았다. 그러나 질병 예방에 대한 국민 관심 증가와 개인 위생관리 강화로 의료이용 증가율은 2022년(6.4%)보다 줄어든 3.8%로 나타났다.
치료가 꼭 필요한 중증질환은 의료이용(입·내원일수)이 전년 대비 7.6% 증가했으나, 중증 외 질환 증가율은 11.6%에서 3%로 떨어졌다. △암 △뇌혈관질환 △심장질환 △희귀난치질환 등 4대 중증질환별 급여비는 전년 대비 10~20% 이상 증가세를 보였다.
진료형태별로 살펴보면, 중증질환자 비중이 높은 입원의 경우 2022년보다 의료이용(입원일수)이 회복돼 병원급 이상 입원 급여비도 높은 증가 추세를 보였다. 반면 의원급 이하 외래의 경우, 코로나19 경험 이후 국민들의 지속적인 손 씻기와 마스크 착용 등 개인위생 관리 강화로 의료이용(내원일수)이 감소해 급여비도 둔화됐다.
3년 연속 건강보험 당기수지 흑자를 기록함에 따라 누적준비금은 23조8701억원에서 27조9977억원으로 4조1276억원(17.3%) 늘었다. 최근 5년 새 누적준비금은 2020년 17조4000억원→2021년 20조2000억원→2022년 23조9000억원→2023년 28조원으로 증가했다.
다만 건보공단은 고물가·고금리 장기화에 따라 소비심리가 둔화되고 불안정한 세계 상황 등으로 재정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또한 오는 2025년부터는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총인구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다. 노인인구 증가로 인한 지속적인 의료비 지출 증가와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생산인구 감소로 보험료 수입 증가 둔화가 예상된다.
정부는 이달 초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과 ‘필수의료 정책패키지’를 통해 오는 2028년까지 필수의료 분야에 10조원 이상의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기석 건보공단 이사장은 “필수의료 지원 확대를 통해 꼭 필요한 의료를 적시 제공하는 동시에 불필요한 의료쇼핑과 과잉진료 등을 방지하고, 소득 중심 부과체계 개편을 지속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