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배우자 손명순 여사의 영결식에 정치권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손 여사에 대해서는 김 전 대통령의 든든한 동반자라고 평가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11일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 현충관에서 열린 손 여사의 영결식에서 “김 전 대통령이 이끈 민주화의 길은 손 여사의 헌신·믿음이 있기에 가능했다”며 “민주화 투쟁의 갖은 고초를 함께 헤쳐왔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김 전 대통령 시기의 업적을 꺼내 손 여사의 내조를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대한민국의 운명을 결정지은 문민개혁과 금융실명제 같은 결단이 있었다”며 “김 전 대통령의 고독한 결심을 손 여사는 지지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민은 민주화와 산업화의 꽃을 피운 한 시대를 연 어른인 김 전 대통령과 손 여사를 기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덕룡 김영삼민주센터 이사장도 추모사를 통해 “김 전 대통령이 민주화의 영웅이자 상징으로 서기까지 손 여사의 내조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며 “보이지 않는 헌신과 소리 없는 내조로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엄혹한 야당 시절 이른 새벽부터 상도동을 드나들던 많은 동지와 기자들을 위해 시아버님이 잡아서 보내준 거제 멸치가 듬뿍 들어간 시래깃국을 항상 내줬다”며 “쫓기듯 일을 했던 우리는 손 여사의 따뜻한 손길로 배를 채우고 전진해 나갈 힘을 얻었다”고 회상했다.
김 이사장은 손 여사의 내조를 재차 강조했다. 그는 “지난 1983년 연금 중 김 전 대통령이 목숨을 건 단식투쟁을 감행했을 때 국내 언론에서는 단 한 줄도 보도되지 않았다”며 “손 여사는 전화기를 붙들고 외신에 일일이 전화해 성명서를 읽었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 1987년 6월 항쟁에서는 국회의원 부인, 여성 당직자와 함께 빗발치는 최루탄을 뚫고 거리시위의 선두에 섰다”며 “독실한 기독교 신자임에도 1992년 대선을 앞두고 유명 사찰을 돌면서 불교계 마음을 돌리기 위해 헌신했다”고 전했다.
김 이사장은 영부인 시절에 관해 “사소한 일이라도 국정에 개입하거나 고위공직자 부인을 만나는 것을 철저히 멀리했다. 그 때문에 5년간 잡음에 오르는 일은 없었다”며 “음성 꽃동네를 비롯해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지원으로 장애인과 소년·소녀 가장, 노인을 돕는 울타리가 됐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봉사활동을) 외부에 일절 알리지 않고 소리 없이 실천해 드러나지 않았다”며 “이는 모두가 본받아야 할 미덕”이라고 말했다.
임현범 기자 limhb9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