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의대 교수들이 전공의와 의대생의 단체행동과 관련해 정부가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하지 않으면 집단 사직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히면서 의료현장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이대로 이달 말까지 전공의 사직과 의대생 휴학이 이어진다면 “대한민국 의료는 파국을 맞을 것”이라는 경고도 나왔다.
방재승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12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대한의사협회(의협), 국민이 함께하는 협상 테이블을 만들어 의대 정원 확대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대위에는 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교수진이 참여하고 있다.
방 위원장은 “어제 서울의대 교수들은 정부가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으면 사직할 수밖에 없음을 의결했다”며 “현재 이 상황에서 피해를 보는 것은 국민들이다. 어제도 환자가 와서 수술이 언제 가능하냐고 물었는데 가슴이 아팠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최근 비대위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서울의대 소속 교수 1475명 중 77%(1146명)는 ‘국민과 의료계 모두에 큰 상처만 남기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일정 시점을 기준으로 교수들이 적극적 행동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다.
방 위원장은 “거의 30년간 뇌혈관외과 의사로 환자만 바라보고 살아왔다. 외부 압력이 무섭다고 바른 말을 하지 않는다면 학자적 양심을 걸고 비겁하다고 생각한다”며 “저 같이 필수의료를 하는 의사가 국민에게 호소할 때는 이유가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계자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대화할 것을 제안했다. 방 위원장은 “서울의대의 제안은 정부가 의대 정원을 확정 짓지 말고 의협과 여·야, 국민, 전공의, 교수가 함께하는 협상 테이블을 만드는 것”이라며 “전공의와 의대생을 구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 이들이 병원과 학교에 돌아오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대혼란에 빠진다. 내년에 8000명을 교육할 방법이 없다”고 전했다.
현재 전공의는 오는 18일이 지나면 병원장의 사직 인정과 관계없이 사직 처리가 되고, 의대생은 26일이 지나면 수업일수 부족으로 F학점을 받아 유급될 가능성이 높다. 방 위원장은 “지금 제일 다치고 있는 건 의사나 전공의, 의대생이 아니고 환자”라며 “3월 말까지 전공의, 의대생이 돌아오지 않으면 정상진료가 불가하며 결국 대한민국 의료는 파국을 맞는다. 이 정도면 시국선언을 해야 하는 수준”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와 의료계의 강대강 대치로 출구가 보이지 않는 현 상황에서 진료현장 교수들의 부담과 피로도는 날이 갈수록 가중되고 있다. 서울의대 소속 A교수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사태가 이대로 이어져 전공의와 의대생의 1년 공백이 생기면 걷잡을 수 없는 대혼란이 일며 여러 문제가 생길 것”이라며 “특히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교수들은 버티지 못하고 결국 폭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A교수는 교수들이 아무리 전공의와 의대생에게 돌아오라고 해도 정부가 물러서지 않는 이상 복귀는 없을 것이라고 단정했다. 그는 “어제 전공의와 만나 대화했지만 이대로는 돌아올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면서 “교수들도 2000명 증원은 이해가 잘 안 가는데 전공의와 의대생은 오죽하겠나”라고 토로했다.
거점국립대학교수회연합회(거국련) 회장단도 정부와 의료계가 조속히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하며 동시에 전공의와 의대생에게 복귀를 요청했다. 거국련은 강원대, 경북대, 경상국립대, 부산대, 전남대, 전북대, 제주대, 충남대, 충북대, 서울대 등 10개교 교수회 회장으로 구성된 단체다.
거국련은 이날 호소문을 통해 “정부는 의료계와의 원만한 대화와 협의 분위기 조성, 대학병원 운영의 신속한 정상화를 위해 전공의들의 입장을 최대한 배려해 주시기 바란다”며 “정부와 의료계가 협의체를 구성하고 배려와 신뢰의 분위기가 조성되면 전공의와 학생들은 교정과 아픈 환자들 곁으로 돌아와 주시길 간절히 청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교수들의 집단사직 결정에 대해 우려를 표하면서도 물러서지 않겠단 뜻을 굽히지 않았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며 “서울의대 교수 전원의 사직 결정은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한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잘못된 행동에 상응한 책임을 묻겠다는 정부의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