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시스템 오류 등으로 삐걱대던 건강관리 시스템 ‘손목닥터9988’을 개선하기 위해 여러 카드를 꺼냈다. 세간의 불만을 모두 씻어내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 것으로 보인다.
손목닥터9988은 시가 시민의 건강한 생활 습관 형성과 건강 증진을 위해 지난 2021년부터 시작한 서울형 헬스케어 사업이다. 지난해 기준 45만명이 참여하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한편으론 시민건강국 소관 사업 중 최다 민원 사업이라는 불명예도 가지고 있다.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소라 부위원장이 서울시 시민건강국을 통해 받은 ‘시민건강국 민원 접수 현황 및 처리 결과’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2년 9월부터 1년간 시민건강국에 접수된 손목닥터9988 관련 민원은 288개다.
구글 앱스토어에서도 유사한 민간 앱 평점이 4.5점인데 반해 손목닥터9988 앱 평점은 1.4점에 불과하다. 민원과 앱스토어 리뷰 내용을 살펴보면 로그인 불량과 앱 작동·연동 오류 등을 지적받았다. 시민의 반응도 “완성도 측면에서 부족하다” “사전 검증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 등 비판적인 내용이 주를 이룬다.
시도 이런 비판에 주목하고 있다. 시는 최근 손목닥터9988을 시민들이 더 많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개편에 나섰다. 기존 스마트워치 보유자 중 한정된 인원을 대상으로만 선착순 신청을 받아 진행하는 형식을 연중 상시 모집으로 바꿨다. 참여 방법도 스마트워치 없이 스마트폰 앱만으로도 손쉽게 참여할 수 있게 했다. 75세 미만이었던 참여 연령 상한도 없앴다. 70세 이상 고령층은 하루 8000보인 걸음 포인트 지급 기준을 5000보로 완화해 본인의 건강 상태에 맞는 활동이 가능하게 했다.
하지만 개편 후에도 시민들의 반응은 만족스럽지 못하다. 조모(25)씨는 “앱 리뉴얼 후 보기에는 화려해졌지만, UI 디자인이 불편해졌다”며 “걸음 수 체크, 식단 기록 등 매일 포인트를 받을 수 있는 요소들이 다른 페이지로 이동 배치됐다”고 말했다. 이어 “안정화되고 있던 앱을 엎고 불편한 디자인으로 왜 재구성했는지 모르겠다”며 의아해했다.
고령화 시대에 맞는 공공서비스지만, 기술적인 문제는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다. 특히 고령화 세대에 맞는 접근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은진(33)씨는 “서울페이로 포인트를 전환해 주는 걸 젊은 세대는 이해하기 쉽지만, 고령층은 서비스 사용에 불편함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조씨도 “고령층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면서도 “오프라인 기관에서도 서비스를 안내하고 대여할 수 있도록 하면 고령층 가입에 더 유용할 것 같다”고 제안했다.
불편함 개선에서 나아가 기능을 추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타이머 기능과 앱 최신화 등이다. 김태훈(24)씨는 “건강 카드는 매주 업데이트하는데 영상과 지식 등은 업데이트가 멈췄다. 꾸준히 최신화가 되면 좋겠다”며 “예산까지 편성해 만든 앱테크인데, 홍보와 혜택도 적은 편인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김씨는 건강 관련 업종에서만 사용할 수 있던 서울페이의 사용처가 확장된 점, 앱 내 AI 트레이너가 생긴 점 등을 개선 후 편리한 점으로 꼽았다.
시는 시민 불편을 인지하고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함께 보완에 주력할 방침이다. 채명준 서울시 스마트건강과장은 지난 12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시민 불편을 줄이기 위해 유지보수 차원에서 자동 로그아웃되는 기간을 늘리는 등 개선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민관 협업도 검토 중이다. 채 과장은 “민간 기업과 경쟁을 하기 위함이 아닌 시민 건강을 위한 공공 역할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시작한 것”이라며 “올해 내로 민간 기업과의 협업 구조를 만들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편 ‘99세까지 팔팔(88)하게 살자’는 의미를 담은 손목닥터9988은 19세 이상 스마트폰을 보유한 서울시민 또는 서울 소재 학생·직장인·자영업자면 참여할 수 있다. 참여자는 하루 8000보 이상 걷기, 자기 전 스마트폰 멀리하기, 물 마시기 등 생활 습관을 실천하면 최대 10만포인트를 받을 수 있다. 받은 포인트는 서울페이 머니로 바꿔 약국, 편의점 등에서 현금으로 쓸 수 있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