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민주주의의 현주소
2024년은 ‘슈퍼 선거의 해’로 불리며 세계 민주주의에 중요한 변곡점이 될 한 해로 예측된다. 3월 러시아 그리고 11월 미국 대선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70개국 이상에서 크고 작은 선거가 열리고, 약 40억 명 이상의 인구가 투표에 참여하게 될 것이다. 지정학적 경쟁과 국제질서의 재편 속에서 올해 선거의 결과에 따라 소위 민주주의 유사입장국을 중심으로 강조되고 있는 민주주의 수호와 규칙기반질서 확립이라는 대외정책 비전이 더욱 힘이 실릴지 반대로 위협받게 될지 결정될 것이다.
자유의 박탈과 민주주의의 퇴보는 전 세계가 당면한 중대한 도전이다. 지난해 발간된 프리덤 하우스(Freedom House)의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자유 지수(global freedom)는 18년 연속 감소 추세에 있다.
2023년을 기준으로, 52개국에서 정치적 권리와 시민의 자유는 축소된 반면, 21개 국가에서 개선되면서 자유 지수는 전반적 퇴보 경향을 나타냈다. 위 지도는 2022년부터 2023년까지 자유지수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자유가 축소된 지역은 붉게 표시되었다.
절차적 결함이 있는 선거와 더불어 특별히 세계 각지에서 발생한 군사적 침공과 전쟁 발발로 인한 인적‧물적 피해 그리고 인권 유린은 민주적 거버넌스를 약화시키는 주된 요인으로 지목된다. 전 세계 195개국에 거주중인 인구 중 80%는 자유가 박탈되거나 부분적 자유만을 누리며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인 민주주의의 퇴보 경향 속에서 지역별 격차 또한 심화되고 있다. 유럽 인구의 82%가 정치적 권리와 자유가 보장되는 국가에 속해 있는 반면, 유라시아 지역에서는 온전한 자유주의 국가에 거주하고 있는 인구는 매우 제한적으로 나타났다. 지정학적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는 인도‧태평양 지역 내에서 민주주의 약화와 권위주의의 확산은 빠르게 가시화되고 있다. 인‧태 지역내 소위 자유민주주의 또는 선거민주주의로 구분되는 국가에 거주 인구는 전체의 11%에 머물고 있는 반면, 85%의 인구는 미성숙하거나 결함이 있는 민주주의 국가에 거주하고 있다. 폐쇄적 전제국가로 분류되는 국가의 거주 인구 또한 22억 명에 육박한다.
민주주의의 위기는 단순히 수적 열세에 그치지 않는다. 민주주의를 바라보는 세계의 시각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다.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가 작년 세계 24개국의 3만 명 이상 응답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선호 통치 정치 시스템’에 관한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의 77%가 대의민주주의에 대해 긍정적 선호를 표했다. 대의민주주의는 여전히 가장 이상적인 정치체제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대의민주주의가 효과적으로 기능하고 있는지에 대한 설문에 대해서는 5년 전 동일한 설문에 비해 부정적 견해(59%)가 뚜렷하게 높아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더욱 주목해야 할 결과는 ‘강한 지도자’에 의한 통치, 또는 ‘군부에 의한 통치’에 대한 선호가 전체 응답자의 26% 그리고 15%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이러한 경향은 중간소득국가(middle-income countries)에서 보다 뚜렷하게 관찰되었다. 제3세계 권역에서 확산되는 권위주의화가 대중의 선호와 무관하지 않다는 점에서 가볍게 지나칠 수 없는 추세이다.
민주주의의 확산과 정착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공정하고 투명한 민주적 선거 실시와 민주주의의 제도적 성숙과 거버넌스 그리고 개인의 자유 신장을 위한 국제사회의 다차원적 연대와 노력이 요구된다. 지난 3월 18일부터 3일에 걸쳐 한국은 제3차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미국 밖에서 처음으로 단독 개최했다. 본고는 민주주의의 위기 속에서 제3차 민주주의 정상회담 한국 개최가 지니는 함의와 제3차 민주주의 개최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기대와 평가, 그리고 한국이 마주한 향후 과제에 대해 간략하게 논하고자 한다.
민주주의 정상회의의 발전과 한국 개최의 함의
우드로 윌슨 전 미대통령은 1917년 4월 2일 의회 참전 요청 연설에서 세계 1차 대전의 참전 목적을 “민주주의를 위한 안전한 세계(the world be made safe for democracy)”로 설명했다. 이후 이 표현은 자유주의적 국제주의의 확립과 민주주의 확산을 위한 캐치프레이즈로 널리 활용 되어왔다. 세계 1차 대전 종식 후 한 세기가 지난 현시점, 미국을 비롯한 서구 민주주의 국가가 주도해 온 자유주의 국제질서는 도전받고 있다. 미국의 상대적 영향력 감소와 중국과 러시아와 같은 비민주주의 강대국의 부상 그리고 국제무대에서의 광범위한 영향력 확대 속에서, 자유민주주의는 안팎으로 위기에 직면해 있다. “민주주의를 위한 안전한 세계” 확립에 대한 국제사회의 연대와 노력의 필요성이 다시금 강조되고 있는 이유이다. 이처럼 지정학적 균형의 변화와 국제질서의 재편 속에서 민주주의 정상회의(Summit for Democracy)는 구상되었다.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이후 민주주의의 회복을 외교 정책의 핵심 아젠다로 설정했고, 2021년 세계 110개 국가의 참여를 이끌어내면서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처음으로 개최했고 올해로 3년 차를 맞이하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고 소위 민주주의 유사입장국이 함께 참여해 온 ‘민주주의 정상회의’의 핵심 목적과 비전은 무엇인가? 미국 정치학자 존 아이켄베리는 그의 저서(2020)에서 민주주의와 더 넓은 세계에서 협력의 본질을 공유된 가치와 이익을 지키기 위한 자유주의 세계 질서 구축, 그리고 폭정과 폭력 그리고 분열된 세계에서 마주하는 공동의 외부적 위협과 취약성으로부터의 방어라고 설명한다. 바이든 행정부가 주도하는 민주주의 이니셔티브의 궁극적 목적도 이에 부합하고 있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은 민주주의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세부 접근 방향을 1) 독재 세력의 도전에 대한 대응과 규칙 기반 질서의 수호, 2) 민주주의 기반 다자협력 활성화, 3) 민주주의 퇴보 저지를 위한 외교적 경제적 수단 강구, 4) 민주주의 확산 지원, 5) 민주주의 원조 강화 그리고 6) 미국의 민주주의 개혁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이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무엇인가? 2023년 3월에 열린 제2차 민주주의 정상회의에서 한국은 부패방지와 자유, 인권, 법치의 보편적 가치 수호에 방점을 두었고, 서울에서 맞이하는 2024 제3차 민주주의 정상회의는 “미래세대를 위한 민주주의”를 주제로 내걸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3월 18일 장관급 회의 개회식을 통해, 미래의 혁신을 주도할 청년들의 역량과 기회를 확장하는 촉진제로써 민주주의 발전을 강조했다. 또한,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의 혁신이 세계 평화와 번영, 민주주의 증진 그리고 개인 인권을 보호하는 방식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한국과 국제사회의 노력을 촉구했다. 실제로 민주주의의 미래를 논함에 있어서, 미래세대와 인공지능 그리고 디지털 기술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기술의 혁신 속에서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을 단순히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사이버 영역에서 민주적 거버넌스를 실제로 구축하고 이끌어갈 집단 주체는 미래세대이기 때문이다.
제3차 민주주의 개최국을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기대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바라보는 국제사회 그리고 민주주의 국가들의 시선이 반드시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용어 그대로 ‘민주주의를 위한 정상회의’로 기능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강대국에 의해서 주도되는 이니셔티브가 민주주의 국가 간의 커뮤니티로 기능하면서 패권 경쟁이나 진영화의 도구로 활용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존재하고 있다. 자칫, 국제무대에서 다른 정치시스템을 갖춘 국가, 특별히 민주주의를 서서히 도입하고 있는 국가들을 배제시킬 수 있는 역기능에 대한 고민이 민주주의 그룹 내에서도 제기된다. 이런 관점에서, 제3차 민주주의 정상회의 개최국으로서 한국이 짊어진 역할은 막중하다. 민주주의 이니셔티브를 주도하는 비서구권 민주주의 중견국인 한국에 국제사회는 제기되는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보다 실용적인 역할을 기대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민주주의 정상회의 개최국으로써 한국이 갖는 강점과 기대는 무엇일까? 제3차 민주주의 정상회담 중, 국제사회가 한국에 갖는 기대에 대한 세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취합했고 공통적으로 지적된 상위 5가지의 강점은 아래의 표와 같이 정리했다. 제3차 정상회담 기간 중 전 세계 학자 25명을 대상으로 한국이 민주주의 정상회의 개최국으로서 지니는 강점과 기대에 대해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에는 유럽 국적 전문가가 전체 응답자의 68% 북미 전문가가 24% 그리고 아시아 전문가가 16% 참여했다.
첫째로, 상대적으로 신흥 민주주의 국가로서 짧은 기간 안에 성공적인 민주화 경험과 민주적 거버넌스를 갖췄다는 점이다. 두 번째로, 기술적 혁신과 경제 성장을 함께 이룬 민주주의 국가라는 점이다. 세 번째로, 비서구권의 민주주의 중견국의 외교 역량이 지목되었다. 강대국간 경쟁이 심화되는 지정학적 환경 속에서 균형과 중재, 그리고 역내의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외교 유연성과 역량이 강점으로 지목된다. 네 번째로, 파트너 국가들에 민주적 거버넌스의 확산과 구축을 위한 의지와 지원 확대가 긍정적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다섯 번째로,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지니는 문화적 영향력과 소프트 파워가 민주주의 확산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공통적으로 거론되었다.
디지털 영역에서의 민주적 거버넌스의 구축, 그리고 미래세대의 정치 참여 촉진과 확대를 중점 아젠다로 다룬 제3차 민주주의 정상회의의 초점은 국제사회가 마주한 도전과 국제사회의 안정과 평화 그리고 번영의 중추적 역할을 지향하는 한국의 비전과 역량을 잘 반영했다고 평가될 수 있다. 하지만, 좋은 방향을 제시하고 성공적인 행사를 치렀다고 해서 우리가 마주한 도전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한국은 제시한 비전을 성취하기 위해 지속적인 의지 투영과 구체적인 노력을 국제사회에 가시적으로 확신시켜 줄 필요가 있다. 본고는 민주주의 중추국으로서 민주주의 확산과 구축에 기여하기 위해 한국이 노력을 기울어야 할 두 가지 향후 과제를 조명하고자 한다.
2) 제3차 정상회담 기간 중 전 세계 학자 25명을 대상으로 한국이 민주주의 정상회의 개최국으로서 지니는 강점과 기대에 대해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에는 유럽 국적 전문가가 전체 응답자의 68% 북미 전문가가 24% 그리고 아시아 전문가가 16% 참여했다.
향후 과제 1: 디지털 영역에서의 민주적 거버넌스
디지털 공간에서의 민주주의는 기로에 놓여있다. 향상된 통신기술과 인공지능 그리고 소셜 플랫폼이 어떻게 활용되고 통제되는가에 따라 민주주의의 위기를 초래할 수도, 성숙한 민주주의를 촉진할 수도 있다. 예일대학교의 헬레네 랜드모어 교수는 민주주의 거버넌스 상에 인공지능의 적용은 데이터 편향, 사생활 침해 및 감시, 그리고 법적 규제와 같은 문제와 더불어 민주주의가 알고리즘에 의해 지배당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는 동시에, 어떻게 활용되는지에 따라 보다 포용적인 민주주의를 구현할 수 있는 촉매로 기능할 수도 있다고 분석한다.
디지털 공간에서 인류의 정치 생활은 빠르게 일상화되었다. 전통적인 미디어 플랫폼에 비해 정보의 접근성과 상호 확장성이 큰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전 세계적으로 활용도가 증가하면서, 개인 단위로부터 실시간 정보 유통과 주도적 여론 형성이 가능케 됐다. 소셜미디어의 확산은 정보의 수평화 및 시민사회 역할 강화라는 측면에서 민주주의 기능을 진보시켰다는 평가가 존재한다. 예로, 퓨리서치센터의 2023년 조사에 따르면 국가별, 세대별 유의미한 격차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27개국의 국민들은 소셜미디어의 활용이 민주주의에 77%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역기능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민주주의의 위기, 특별히 선거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해서 심화되고 있는 디지털 영역에서의 허위정보(disinformation) 확산과 여론 조작, 포퓰리즘, 양극화는 민주주의 국가와 비민주주의 국가 모두가 마주하고 있는 중대한 위협이다. 유네스코와 IPSOS가 2024년 선거를 치룰 16개 국가의 시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5%가 디지털 플랫폼상 허위정보 유포문제에 대한 우려를 표했고, 87%는 디지털 매체가 자국의 정치를 퇴보시켰다는 의견을 표했다. 디지털 영역에서의 민주주의 위기는 정부 권력의 비민주적 거버넌스와 통제와 감시에서도 비롯된다. 특별히 비민주주의 국가에서 두드러지는 정부의 정보 조작, 온라인 미디어에 대한 법적‧기술적 통제, 특정 정보에 대한 접근 차단 및 과도한 처벌, 사이버 공격 등 다양한 형태로 심화되는 디지털 권위주의는 민주주의 확산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최근 인터넷상에서 반정권 인사 탄압과 보복, 인권 침해를 야기할 수 있는 상업용 스파이웨어 기업에 대한 美재무부의 제재는 주목할 만하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디지털 영역에서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접근과 표현의 자유와 같은 기본적 권리 보호를 위한 조속한 법적‧기술적 규제 마련과 적용이 필요하다. 디지털 영역에서의 핵심적 민주적 가치와 원칙 수호에 대한 민주주의 국가들의 지속적인 연대와 글로벌 규범 확립을 위한 노력이 뒤따르지 못한다면, 디지털 권위주의의 확산을 효과적으로 억제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초격차 통신 기술을 선도하는 국가로서, 디지털 영역에서의 민주적 거버넌스의 도입과 성숙화 그리고 제도화를 통한 기술 기반 거버넌스(효과적 공공서비스 제공, 투명성 제고, 시민사회의 참여) 모델 생성과 확산에 가용한 기술, 자본, 거버넌스 역량을 쏟아야 할 필요가 있다.
향후 과제 2: 지속적인 민주주의 확산 노력과 미래세대 투자
민주주의 확산은 민주주의 정상회의의 핵심 비전이다. 인권의 증진, 국가 및 지역 차원의 정치‧경제 안정성 확보와 평화 정착이라는 관점에서 그 중요성과 당위성은 자명하다. 하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하는 사실은 민주주의의 확산은 단기간 내에 실현될 수 있는 ‘캠페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민주주의 확산과 정착은 개별 국가와 국제사회 모두의 지속적이고 일관된 노력이 요구되는 장기적 과제이다. 민주주의의 긍정적 기능과 효과는 민주주의가 성숙화 단계로 진입할 때 비로소 기대할 수 있다. 단기간 내에 성숙한 민주주의에 도달하는 것은 일반적 기대처럼 쉽지 않다. 역사적으로 민주화 과정은 대체로 성숙한 민주주의에 도달하지 못하고 정체하거나 퇴보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시스테믹피스센터(Center for Systemic Peace)에서 제공하는 Polity5 데이터를 토대로 지난 수십년간 인류가 경험한 체제전환 패턴을 분석해 보면, 현실에서 민주주의 정착의 어려움을 실감할 수 있다. 2000년대 이후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발생한 체제전환의 약 60% 이상은 소위 아노크라시(anocracies)라 불리는 정치체제 스펙트럼 내에서 이루어졌다. 아노크라시는 성숙한 민주주의와 완전한 독재, 둘 중 어느 스펙트럼에도 속하지 않는 중간적 지점의 정치체제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다수의 국가들이 느슨한 독재정권에서 불완전한 체제인 부분적 민주주의로 전환을 경험했다는 것이다. 반면 부분적 민주주의에서 성숙한 민주주의로 진입한 사례는 전체 체제전환 사례의 30% 미만을 차지한다. 단기간내 완전한 독재정권에서 성숙한 민주주의로 전환한 사례는 극히 찾아보기 힘들다. 독재정권에서 민주적 체제전환의 시도는 또 다른 독재정권의 출현으로 중단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민주주의 정착 과정은 분쟁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예로, 크리스찬 글레디치, 맨스필드 그리고 스나이더와 같은 저명한 분쟁전문가들은 독재체제와 민주주의의 성격이 결합된 불안정한 정치체제가 성숙한 민주주의에 비해 내전과 국제적 무력 분쟁에 개입할 가능성이 높음을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민주화를 경험하는 국가와 지역은 다차원적인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을 생성한다. 다수의 비민주주의 국가들은 독재정권의 구성요소와 부분적 민주적 제도의 불안정한 혼재를 경험하고 있다. 뿌리내리지 못한 민주적 제도와 기구, 취약한 선출 권력의 정당성, 그리고 외부의 개입으로 인해 민주화 과정은 대체로 순탄치 않다. 민주주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성숙한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라 할 수 있다. 장기적 관점에서 민주주의 확산과 정착의 핵심은 미래세대의 역할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은 미래세대의 주역인 청년들과 민주주의 확산의 비전을 공유하고, 세대를 거듭하면서도 지속될 수 있는 민주주의 이니셔티브의 동력을 마련해야 한다. 국내정치 영역에서 청년의 정책 참여 기회 확대와 창의적인 소통 플랫폼 창출을 통해 민주화 과정에 있는 국가들이 모방할 수 있는 혁신적인 민주주의 거버넌스 모델 구축에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또한, 글로벌 거버넌스 무대에서 청년들의 창의적인 역량 발휘와 영향력 제고를 도모할 수 있는 더 많은 기회 부여와 투자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한국은 내부의 민주주의 성숙을 도모할 뿐만 아니라, 파트너 국가들의 민주적 거버넌스 도입과 정착에 실질적이고 지속가능한 기여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민주주의 이니셔티브를 주도하는 비서구 민주주의 중견국인 한국에 거는 국제사회의 기대는 크고, 한국이 짊어진 책임은 막중하다. 하지만, 큰 기대와 막중한 책임은 한국이 지닌 잠재적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한국의 민주주의가 지역 안정과 평화 그리고 번영에 기여하는 진정한 의미의 ‘등불’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