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24일 (5)
그 방에 없던 사람 [데스크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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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보완수사권 논의, 정작 피해자의 자리는 어디에 있나

승인 2026-07-24 06: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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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홍기원·곽상언 의원이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주당 11명 의원과 함께 연 ‘범죄피해자가 바라보는 바람직한 형사소송법 개정방향 토론회’에 참석해 범죄 피해자의 사례 증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홍기원·곽상언 의원이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주당 11명 의원과 함께 연 ‘범죄피해자가 바라보는 바람직한 형사소송법 개정방향 토론회’에 참석해 범죄 피해자의 사례 증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938년 9월, 독일 뮌헨. 영국과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네 나라의 지도자가 한 테이블에 마주앉았다. 이들의 의제는 ‘체코슬로바키아의 영토를 어떻게 떼어 나눌 것인가’였다. 그러나 그 방에는 정작 체코슬로바키아 대표가 없었다. 체코슬로바키아 대표단은 뮌헨에 와 있었지만 회담장에 들어가지 못했다. 네 지도자의 서명이 끝난 후, 새벽이 되어서야 그들은 결과를 통보받았다. 훗날 체코 사람들은 이 상황을 이렇게 회고하며 한탄했다. “우리에 관한 일을, 우리 없이(O nás bez nás)”

88년이 지난 후, 대한민국의 형사사법 개혁 테이블에도 같은 질문이 놓여 있다.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를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두고 열띤 논의가 한창이다. 국회와 정부, 검찰, 경찰, 사법부 등이 저마다 목소리를 내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사실상 키를 쥐고 있는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지도부에서는 검찰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를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야당인 국민의힘과 검찰 등에서는 반발하고 있지만, 민주당 지도부의 입장은 확고하다.

그러나 개혁 테이블의 진짜 ‘당사자’인 범죄 피해자는 빠져있다. 범죄 피해자와 피해자 지원단체 등이 보완수사권 존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꾸준히 내고 있지만, 테이블 밖 목소리에 머물고 있다. 홍기원 민주당 의원이 피해자 목소리를 담은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실질적인 정책 반영 여부는 불투명하다.

범죄 피해자들에게는 보완수사권 논란은 ‘폐지냐, 존치냐’의 문제가 아니다. ‘다시 한 번 조사받을 수 있는지’, ‘뒤집힌 결론을 바로잡을 길이 있는지’, ‘내가 당한 피해를 인정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생존 문제다.

범죄 피해자와 피해자 지원단체는 입을 모아 말한다. 이번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피해자에게 ‘개악(改惡)’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이다. 피해자들은 지난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사법 절차에 대한 접근성이 악화되는 경험을 했다. 이른바 ‘사건 핑퐁’으로 수사는 지지부진해졌다. 대검찰청 통계상 사건 접수부터 검찰의 최종 처분까지 걸린 평균 기간은 지난 2020년 142.1일에서 지난 2024년 312.7일로 두 배 넘게 늘었다. 경찰은 산출 방식이 다르다며 경찰 단계의 처리 기간은 오히려 줄었다고 반박한다. 다만 사건은 두 기관을 오갔고, 그동안 피해자는 기다려야 했다.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 절차 역시 피해자에게는 큰 벽이다. 이미 한 차례 무너진 사람에게 다시 서류를 쓰고 자신의 피해를 증명하라고 요구하는 셈이다.

“이 자리에 선 것은 검찰을 위해서도, 경찰을 위해서도 아니다. 국민을 위해, 지금도 국가를 믿고 형사사법 절차에 의지할 수 밖에 없는 피해자를 대신해 이 자리에 섰다”

지난 2009년 발생한 황산 테러 사건의 피해자인 박선영씨는 23일 ‘범죄 피해자가 바라보는 바람직한 형사소송법 개정방향 토론회’에 참석,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 논의에서 가장 먼저 물어야 할 것은 검찰에 얼마나 많은 권한을 남길 것이냐가 아니다. 최초 수사가 잘못됐을 때 국민에게 어떠한 재검토의 기회를 남길 것이냐”라면서 “누구를 위한 폐지인가. 제도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게 될 범죄 피해자의 목소리를 충분히 들었는가. 피해자의 의견을 듣는 것과 정책에 반영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강조했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피해자인 김진주(가명)씨도 같은 자리에서 목소리를 냈다. 그는 “경찰이든 검찰이든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보완수사권이 사라지면 실수를 바로잡을 기회 자체가 사라진다”며 “우리에게는 가해자를 미워할 시간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하다. 범죄 피해자에게 국가를 미워해야 하는 시간까지 주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개혁은 필요하다. 수사권을 어떻게 나눌지도 치열하게 다퉈야 한다. 다만 그 테이블에 의자를 하나만 더 놓아주기 바란다. 88년 전 회담장 밖에 남겨졌던 사람들처럼, 우리의 형사사법 개혁 테이블 밖에 남겨진 이가 없는지 살펴야 한다. 진짜 개혁은 테이블에 피해자의 의자를 놓을 때 시작된다.

이소연 사회부장 soye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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