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공약 가뭄…민주당 공약 내놨지만 ‘주먹구구’

게임 공약 가뭄…민주당 공약 내놨지만 ‘주먹구구’

일부 커뮤니티 의견 과대 대표 우려
공약 건의 오씨, 유튜브서 정치 희화화 발언
“업계⋅이용자 무시”…정책 개발 역량 높여야

기사승인 2024-04-04 11:00:13
쿠키뉴스 자료사진

게임 공약을 포함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 차원의 총선 공약을 발표했다. ‘게임 공약 가뭄’ 상태서 나와 관심이 모아졌지만,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4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일 SNS에 ‘취향저격’ 공약을 게시했다. 이는 2016년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한 평당원 오창석씨가 건의한 사안을 검토 후 채택한 것이다.

이 중 게임 관련 정책으로 △게임 중독 근거법 개정 △인디 게임 공공 플랫폼 활성화 △불공정한 게임 환경 개선 등을 내놨다. 하지만 구체적인 목표와 이행 방안이 담겨있지 않다. 인디 게임 전용 플랫폼 구축을 지원하고 다양성 추구를 보장한다고 했지만, 예산 규모와 지원 방안 등 세부 사항은 알 수 없다.

게임 프로모션을 규제하겠다는 내용도 있지만, 이 역시도 구체적인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더욱이 합리적인 프로모션은 이용자 지지를 받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스트리머가 게임사 후원을 받아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win-win 전략 실종도 걱정이다. 이는 스트리머 등 관련 업계 종사자의 생계와 방송 활동 영위에 도움을 주고, 업계는 공동 대회 개최 등 이용자 참여 기회를 늘리는 요소로 순작용 하기도 한다.

프로모션에 관해 문제라고 여기는 부분도 이용자마다 다르다. 프로모션 계정이라는 걸 숨기고 일반 이용자가 과도한 지출을 하도록 유도하는 걸 근절해야 한다는 입장과 프로모션 계정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의견으로 나뉜다.

“공약 건의자 ‘헤비 유저’ 과대 대표 우려”…‘정치 희화화’ 발언도

커뮤니티가 전체 게임 이용자 의견을 대변할 수 없는 것도 문제다. 커뮤니티가 아닌 포털 사이트 카페를 이용하거나 게임 내 길드나 채팅, X 등 SNS를 이용하는 이들도 많다. 오 씨는 발표문 전문에 “인벤⋅펨코 등 게임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한 국민들의 염원”이라고 밝혔는데, 해당 커뮤니티가 국민의 염원을 모두 담기엔 부족하다.

이철우 게임이용자협회 대표는 “이용자가 공감할 공약을 내세운 건 긍정적이지만, 커뮤니티는 이용자 개인 성향이나 정치 성향 등 한 방향으로 치우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커뮤니티를 많이 이용하는 이른바 ‘헤비 유저’ 의견이 과대 대표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공약을 건의한 오씨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에 정치를 희화화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지난 3월11일 출연한 방송에서 “전용기 의원 선거 캠프에 들어가면 착한 사람들에게만 보이는 옷을 입고 화성정을 돌아다니겠다”고 했다. 이어 그는 “진격의 거인이 뭔지 화성에서 보여 주겠다”며 “한 사람은 반드시 떨어뜨리겠다”고도 덧붙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SNS에 7대 ‘취향저격’ 공약을 발표하는 게시물과 함께 올린 사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페이스북

이른바 ‘난교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장예찬 무소속 후보에 관해 “어떤 총선이든 시그니처로 두들겨 맞는 후보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정당 간) 공중전 때 (공격) 소스가 된다”는 패널 발언에 오씨가 동조하기도 했다. 

오씨는 음모론을 내세우기도 했다. 장 후보에 관한 언론 기사를 두고 “음모론이지만 장제원과 전봉민이 있다”고도 이야기했다.

“업계‧이용자 무시 처사”…정책 개발 역량 재고 필요

논란의 여지가 있는 인물이 건의한 사안을 구체적 검증 없이 제시했다는 점에서 그만큼 게임 산업을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선거 공약은 해당 정당이 심사숙고해서 전략과 명분,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면서 “유튜버나 인플루언서 등의 발언을 그대로 공약에 담은 건 게임업계와 게임 이용자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런 행태가 계속 된다면 정책에 대한 충분한 고민과 분석보다는 특정 커뮤니티 팬덤 문화에 종속되는 결과까지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 역시 “실효성도 의미도 없는 공약”이라며 “일부 층만 타깃으로 해서 이전에 나왔던 공약을 재탕한다는 게 답답할 노릇”이라고 털어놨다. 김민성 한국게임소비자협회 대표도 “게임을 그만큼 가벼운 이슈로만 소비하고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걸 드러낸 사례”라고 짚었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으로 정책 개발 역량에 대해 재고해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공약을 내세울 때는 그 공약을 말하는 ‘스피커’도 중요하다”면서 “정쟁에 휘말릴 수 있고 완성도도 높지 않은 공약을 내세우는 건 지금 개발 역량 자체가 부족하다는 걸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그러다보니 말초적 공약 위주로 깊은 고민 없는 공약들이 나오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재홍 한국게임정책학회장 역시 “총선 공약이라는 걸 감안해서 보더라도 미시적이고 구체성 없는 약속들이 나오고 있다”면서 “정책은 유연성이 떨어져 한 번 정해지면 수정하기 어렵다. 실제 이행으로 이어질 것을 예상하고 제시하는 것인 만큼 거시적 안목에서 산업군에 애정을 가진 정책이 나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유채리 기자 cyu@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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