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왔지만 채용은 ‘한파’…금융권 공채 규모↓

봄이 왔지만 채용은 ‘한파’…금융권 공채 규모↓

시중은행 채용 절반이하로 감소…농협은행만 유일하게 채용↑
지난해 270명 채용한 카드업권, 올해는 채용 ‘제로’

기사승인 2024-04-04 14:00:02
2023 금융권 공동 채용박람회 시중은행 부스에서 면접을 진행 중인 참가자들.   사진=김동운 기자

올해 상반기 금융사들이 공채 규모를 크게 줄이면서 채용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특히 지난해 인원을 크게 늘렸던 은행들의 채용이 절반 수준으로 줄었는데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상생금융 등 올해 초부터 비용이 크게 소모되면서 이에 따른 ‘몸집 줄이기’에 나선 것 같다는 분석이 나온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주요 시중은행들의 신입 공개채용 규모는 지난해 대비 일괄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3년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 상반기에만 각각 250명의 신입 공개채용을 실시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채용 규모는 △신한은행 100명 △하나은행 150명 △우리은행 180명 등으로 최대 60%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은행은 아직 상반기 채용 계획을 발표하지 않았다.

국책은행의 채용도 줄었다. IBK기업은행의 올해 채용 인원은 150명으로 전년(170명) 대비 20명 감소했다. 산업은행은 상반기에 78명, 수출입은행은 50명 규모의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유일하게 공채 인원이 늘어난 곳은 NH농협은행이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상반기 480명이었던 공채 규모를 10% 늘려 올해 상반기에는 530명을 채용했다.

은행의 경우 채용이 줄었다면, 카드업계는 채용문을 닫아버렸다. 3일 기준 국내 8개 전업 카드사(신한·KB국민·삼성·현대·롯데·하나·우리·BC카드) 중 상반기 신입사원 공개채용에 나선 곳은 한 곳도 없다. 지난해 여신금융협회 주도로 신용카드사, 리스·할부사, 신기술금융사 등은 상반기 중 약 279명을 신규 채용을 진행한 바 있는데, 올해는 채용 자체가 없어진 것이다.

그나마 현대카드가 업계에서 유일하게 채용 전환형 인턴십 모집으로 신입사원을 선발한다. 현대카드는 지난달 대학 졸업자 또는 졸업예정자 대상으로 2024 인턴십 모집을 진행했다. 인턴들은 현업 부서에서 4주간 근무 후 채용이 결정된다. 여기에 신한·현대·삼성·우리·하나카드의 경우 기존처럼 올해도 하반기 채용을 계획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KB국민·롯데·BC카드는 아직 미정이다.

이처럼 금융사들이 채용문을 축소하거나 닫아버린 것은 올해 금융업황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특히 은행들은 올해 초부터 홍콩 ELS 사태를 비롯해 상생금융 자율프로그램으로 인한 지출 등 큰 비용이 드는 일들이 일어났다. 특히 홍콩ELS 자율배상은 금융감독원 분쟁조정기준안에 따른 평균 손실 배상률 40%를 적용하면 상반기 배상액만 1조6000억원에 달할 만큼 크다 보니 최대한 비용 감축을 진행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배상액이 일회성 비용이라고 해도, 대규모 실적 하락이 자본적정성 및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는 없다”면서 “올해는 리스크와 비용관리에 중점을 둔 경영이 이어질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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