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가 너무 플로럴하지 않은 향으로 추천해 주세요. 탑은 약간 스파이시하게, 잔향은 진하지 않은 화이트 머스크 느낌이 오래 갔으면 좋겠어요.”
‘스몰 럭셔리’로 자리잡은 니치향수(고급향수)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2025년 국내 향수 시장은 1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19년 6035억원 규모였던 향수 시장은 지난 2022년 7930억원 규모로 커졌다.
소비자는 나에게 맞는 특별한 향을 찾는 것이 하나의 취미가 되었다고 설명한다. 15일 서울 성수동에서 열린 니치향수 브랜드 '메모파리' 팝업스토어에 방문한 장모(24·여)씨는 “향수에 관심을 가지면서 정말 다양한 원료와 향기가 있는지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참깨를 로스팅한 인도네시아 풍의 ‘케두 오 드 퍼퓸’을 시향한 장씨는 “밋밋하지 않고, 흔히 맡기 어려운 독특한 향이 블랜딩된 향수 제품을 찾아다니는 것이 즐겁다”고 전했다. 이어 “휴일에 백화점 향수 코너나 향수 브랜드 팝업스토어를 구경하는 것이 취미”라고 덧붙였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2018년부터 메모파리를 수입해왔다. 뉴욕과 파리를 중심으로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계속해오고 있다. 지난해엔 여의도 더현대 서울에 기차 컨셉으로 팝업스토어를 열었던 데에 이어 올해는 호텔로 변신했다.
메모파리 팝업스토어 ‘메모 그랜드 호텔’에 찾아가 보았다. 매장에 들어서니 이국적인 향기가 은은하게 퍼졌다.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나 부띠끄 호텔에 도착한듯한 느낌을 줬다. 입구에는 호텔 체크인카운터처럼 꾸며진 공간이 있다. 가고 싶은 도시와 이름을 이야기하면 호텔 룸 키처럼 생긴 카드를 지급한다.
카드를 받으면 구역별로 다르게 향을 체험할 수 있다. 내부는 호텔을 그대로 재현한 로비와 컨시어지, 카지노, 라운지 등으로 공간을 구성해 고객들이 동선을 따라 이동하며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팝업스토어 곳곳에는 호텔리어 컨셉을 한 직원들이 개인 취양에 맞는 향수 카운슬링과 시향을 도와준다.
오늘이 두 번째 방문이라는 구소영(31·여·가명)씨는 팝업스토어에서는 좋아하는 향을 해석하고, 풍성하게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전했다. 구씨는 “구매할 생각 없이 매장을 방문하면, 부담스러워서 2~3개 이상 시향하기 어렵다”며 “여기(팝업스토어)에 오면 눈치 보지 않고 여러 향들을 맡아보고, 내가 좋아하는 향수의 원료까지 자세하게 물어볼 수 있어서 자주 오게 된다”고 전했다.
향을 통해 공간을 기억하는 것도 하나의 트렌드다. 구씨는 이어 “2주 뒤에 유럽을 가는데, 그때 뿌릴 특별한 향수를 고르고 있다”며 “해외여행을 갈 일이 생기면 향수 한 개를 가지고 여행 내내 뿌린다. 여행을 좋은 향으로 기억하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메모파리 수입사인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니치향수의 니즈가 커지고 있는 이유는 남들과 다른 나만의 독특햔 향을 찾고 싶어하기 때문”이라며 “최근엔 향에 관심 있는 고객들이 늘어나 마치 커스텀을 하듯 탑, 베이스, 미들 노트별로 선호하는 향을 다르게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매장에서도 그런 점을 고려해 최대한 고객 맞춤형 향수를 추천해주고 있고, 팝업스토어에서도 고객이 다양한 향을 체험하고 기억하게끔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글·심하연 기자 sim@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