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송 대행을 하고 있다는 작성자 A씨는 지난 4월 12일 ‘아프니까 사장이다’ 커뮤니티에 ‘화가 나는 상황을 문의드린다’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A씨는 “3월 말 통관 완료돼 고객에게 국내 배송하던 중 해당 물품이 분실됐음을 확인했다”며 “고객은 늦은 배송으로 강력하게 항의하고 배송을 취소한 상황”이라고 적었다.
A씨는 배송대행지에 서류를 취합해 제출했고, 보상 금액을 주문서에 입력한 금액을 기준으로 해당 사이트 내 예치금 형태로 준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고객에 판매되는 금액이 아닌 해외 구매가를 기준으로 배상을 받는다는 것에 손해를 본 것 같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배대지 업체의 송장 오류 및 누락 등 중국 판매자 잘못인데도 보상 받을 길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 성남에서 조명가게를 운영하는 임 모씨(52)는 부수입을 얻고자 작년 5월 중국산 자동 솜사탕 기계 2대를 대당 1500만원씩 3000만원을 주고 직구로 들여와 놀이동산에 설치했다. 임씨는 유명 이커머스 업체에서 솜사탕 기계 직구 제품을 검색한 뒤 구매대행 업체에 연락해 할인을 받는 등 운송비를 포함해 3030만원을 지불했다. 놀이동산에 설치한 솜사탕 기계는 주말의 경우 하루 100만원대 매출을 올렸다.
그러나 설치한 지 한 달도 안 돼 임씨가 설치한 제품이 KC와 식품의약품안전처 미인증 제품이라 기계를 철거해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여기에 경찰·검찰 조사까지 받아 벌금 200만원을 부과받았다. 임씨는 “구매대행 업체에 문의해 보니 사이트상 ‘구매대행을 통해 유통되는 제품’으로 인증 관련해선 소비자가 알아서 해야 한다는 답변만 들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실제 네이버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 등 자영업자 커뮤니티에는 중국 직구 플랫폼으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들의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들이 빠르게 몸집을 키워나가면서 국내 소상공인들의 설 자리도 줄고 있다. 중국에서 들여오는 직구 제품의 경우 KC 인증과 무관세 등에서 자유로워 소상공인들과의 역차별 문제도 제기되고 있으나, 별다른 대안도 없는 상황이다.
중국 이커머스 업체에 따른 소상공인 피해는 계속 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해외 직구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 320개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중국 직구로 매출이 줄었다는 도소매 업체는 34.7%에 달했다. 기업 절반(53.1%) 이상은 ‘과도한 면세 혜택으로 인한 가격 경쟁력 저하’를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이어 직구 제품 재판매 피해(40.0%), 지식재산권 침해(34.1%), 국내 인증 준수 기업 역차별 피해(29.1%), 매출 감소(15.0%) 순이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중국 플랫폼들이 국내에 들어온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시장 점유율이 빠르게 늘고 있다”면서 “중소기업들이 겪고 있는 우려에 대해선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 인증을 받지 않고 유입되는 직구 제품에 대해 국내법과 인증을 준수하는 중소기업들이 느끼는 역차별 문제가 해소돼야 한다”며 “예방 조치 차원의 정책에 대한 건의를 기획재정부에 전달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행법상 국내 사업자가 해외에서 제품을 수입하려면 KC인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알리익스프레스나 테무 등 해외 사업자는 일부 유아용품, 식품, 전기용품 등을 제외하면 KC인증 의무가 부과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중국산 제품들은 별도의 안전 검증과 관세 부과 없이도 그대로 수입돼 유통되고 있다.
KC인증을 획득하려면 상품당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세금도 관세 8%, 부가세 10%가 부과되고 중국에서 가져오는 물류비도 든다.
전문가는 알리와 테무 등 중국 플랫폼에 대한 강력한 제제 수단이 필요하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태도를 촉구했다. 박승찬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는 “국내 유통을 위해선 KC 인증이 필요한데 이걸 악용해 중간에 구매를 해서 재판매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며 “삼진아웃제나 벌금제등을 적용하는 구체적인 제재가 필요하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면 문제의 심각성을 완화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 정부 차원의 중국 플랫폼에 대한 대응은 이제 시작 단계다. 그런 만큼 마땅한 대책도 없어 법적 보호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가품이나 미배송·오배송·배송 지연 피해가 발생해도 중국 플랫폼이 이를 직접 보상할 의무도 없다. 해외 판매자에 대한 책임 소재 여부를 따지기 쉽지 않고 직접적인 제재도 어렵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국내 소상공인을 비롯해 상품 제조사 등 전반적으로 위기가 번지는 상황”이라며 “국내 소상공인들의 생태계가 무너지지 않도록 제도적인 지원이 요구된다”라고 말했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