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임이사 임명 두고 금감원vs농협중앙회 ‘이견’

비상임이사 임명 두고 금감원vs농협중앙회 ‘이견’

금감원, 중앙회가 농협금융 경영 개입하는 구조 문제
농업계 “농협의 본래 목적 생각해야…조합원 목소리 반영할 필요 있어”

기사승인 2024-04-19 06:00:29
농협중앙회 제공.

NH농협금융지주 비상임이사 선임을 두고 농협과 금융감독원의 갈등 구도가 지속되고 있다. 이번에는 농협중앙회장이 비상임이사를 통해 NH농협금융지주 경영 전반에 개입할 수 있는 구조를 문제 삼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금융 이사회는 최근 회의를 통해 이사회 내 일부 소위원회 구성을 마무리했다. 이번 소위원회 구성에서는 지난 3월 선임된 박흥식 비상임이사가 임원후보추천위원회와 보수위원회, 그리고 이사회운영위원회에 포함됐다. 박흥식 이사는 지난달 취임한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추천한 인사로 알려졌다.

그동안 비상임이사는 NH농협금융지주 회장과 계열사 CEO 등을 선임하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와 임원 보수를 결정하는 보수위원회 등에서 활동하면서 농협금융에 농협중앙회의 의견을 전달하는 ‘가교’ 역할을 담당해왔다.

금감원은 이러한 비상임이사 선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농협중앙회장이 비상임이사를 통해 NH농협금융지주 경영 전반에 개입할 수 있는 구조가 문제라는 것이다. 

앞서 NH투자증권 사장 선임을 두고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유찬형 전 농협중앙회 부회장을 추천했지만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전문성을 이유로 이를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갈등은 금감원이 농협금융을 시작으로 NH농협은행과 NH투자증권 등에 대한 검사에 들어가면서 일단락 된 것으로 전해진다. 그 결과 NH투자증권 사장에 윤병운 대표가 취임하면서 금감원이 농협금융의 손을 들어준 모양새가 됐다.

금감원은 NH투자증권 사장 선임 문제를 계기로 농협중앙회장의 농협금융 경영 개입에 문제가 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금감원은 농협금융이 지난달 제출한 ‘지배구조 모범관행 로드맵’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금감원이 이번 검토 작업이 끝난 뒤 비상임이사 선출 방식 개선에 대한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보고 있다. 만약 농협금융 비상임이사의 조합장 선출 관례가 개선되면 중앙회가 NH농협금융지주 경영에 관여하는 핵심 연결고리 하나가 사라지게 된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와 관련해 이번달 초 농협 지배구조에 대한 개입을 암시했다. 그는 “(농협)계열사에 대한 지주회사의 적정성을 보고 있다”면서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이 구분돼 있다고는 하지만 농협 특성상 그것이 명확한가는 고민할 지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칫 잘못하면 금산분리원칙과 내부통제, 규율통제 같은 것들이 흔들릴 여지가 있어 챙겨봐야 한다는 취지”라고 덧붙였다.

농협은 비상임이사 선임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농협 관계자는 “원래 비상임이사는 농협 관련 전문성을 가진 인사를 뽑기에 조합장 등이 많이 선임됐다”며 “이번 비상임이사 선임이 특별한 사례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농업계에서도 금감원이 농협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한 관치에 나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협의 본래 설립 목표를 생각한다면 농업인의 의견이 반영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최범진 정책조정실장은 “농협은 농업생산자협동조합으로 조합원인 농업인이 주인이라 할 수 있는 특수법인”이라며 “농민 조합원을 대표하는 회원조합장이 이사로 참여하는 것은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농협은 농업경영을 발전시키고 농민들의 지위향상을 도모하기 위해 농협법에 의거해 설립된 조직으로 전국의 농협 조합원이 주인이다. 농협 조합장과 중앙회장은 조합원의 투표에 따라 선출된다. 농협금융은 농협중앙회의 100% 자회사다. 

최 정책조정실장은 “오히려 최근 농업지원비 문제 등을 두고 농협금융지주가 농업⸱농촌을 위한 책임과 역할을 점차 축소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이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조합원을 대변할 수 있는 회원조합장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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