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부회장) 취임 후, 삼성전자가 반도체 경쟁력 제고를 위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12일(현지시간) 미국 새너제이 삼성 반도체캠퍼스에서 ‘삼성파운드리포럼·SAFE 포럼 2024’를 개막했다.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이 기조연설을 통해 인공지능(AI) 시대에 대응할 삼성전자의 최첨단 파운드리 공정 로드맵 등을 발표했다. 포럼은 오는 13일까지 이어진다.
이번 포럼은 전 부회장 취임 후 처음으로 열리는 대규모 행사다. 전 부회장도 포럼 기간 중 미국을 방문한다. 실리콘밸리에 거점을 둔 주요 고객사를 적극 공략한다는 전략으로 알려졌다. 파운드리 1위인 대만 TSMC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으로 분석된다.
파운드리뿐만 아니다. 전 부회장 취임 후 삼성전자는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체질 개선에도 돌입했다. DS부문 연구개발직에 64시간 특별연장근무를 시행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법적으로는 주 52시간 근무를 넘길 수 없지만, 연구개발 분야 등은 근로자의 동의와 정부의 인가를 거쳐 주 64시간 근무가 가능하다. 해당 제도는 지난해 잠시 가동됐다가 사라진 후 부활했다.
일각에서는 전 부회장이 기술혁신뿐만 아니라 조직분위기 쇄신에도 힘을 쏟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전 부회장은 앞서 취임사에서 “반도체 사업이 과거와 비교해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어려운 상황에 이르게 된 것에 대해 저를 비롯한 DS 경영진들은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각오로 상황을 냉철하게 분석해 어려움을 극복할 방안을 반드시 찾겠다”며 “저는 부문장인 동시에 여러분의 선배다. 삼성 반도체가 우리 모두의 자부심이 될 수 있도록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DS부문 내부에서는 전 부회장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함께 공존하고 있다. 구원투수로 나선 전 부회장이 내부를 쇄신,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례도 있다.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신화를 써왔던 전 부회장은 지난 2017년 삼성SDI 대표로 선임됐다. 취임 당시 삼성SDI는 2년간 적자의 늪에서 허덕인 상태였다. 전 부회장은 ESS·자동차용 배터리 중심으로 사업구조 개선을 지시, 실적을 반등시켰다.
다만 경계현 전 DS 부문장이 도입했던 수평적인 조직 문화에 변화가 일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2022년 삼성전자 인트라넷 ‘녹스포털’에서 삭제된 사번과 직급 등이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최근 일부 삼성전자 임직원의 녹스포털에서 사번란이 다시 보이기 시작하며 이같은 주장이 제기됐으나, 업데이트하지 않은 구버전에서만 발생한 오류로 추정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도 “직급·사번 부활 등은 논의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는 전 부회장이 기술 개발에 집중하며 유연한 경영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인 김형준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장은 “삼성전자 반도체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개발”이라며 “과거 삼성전자는 저렴한 메모리를 만드는 데 집중했지만 이제 시장에서는 가격에 방점을 두지 않는다. 전력 소모를 줄일 수 있는 HBM 개발에 전력투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는 20여년간 메모리 부문에서 ‘초격차’를 유지해 왔으나 최근 초격차가 무너져 구성원 모두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며 “강하게 채찍질하는 리더십보다는 구성원의 자존심을 세워주고 하나의 구심점을 잡아 단합하도록 하는 리더십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