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양구군에 따르면 최근 동강에서는 아이들의 그림으로 채워진 뗏목이 강 위를 떠다니는 이색 퍼포먼스가주목받고 있다. 무엇보다 어린이가 돛을 들고 있는 듯한 대형 패널이 눈에 띄었다.
뱃사공은 어린이들, 흰 돛은 자연을 보전하자는 의미를 담았다. 청정한 자연을 지키고자 하는 아이들의 순수한 외침이 강물을 따라 퍼져갔다.
이번 퍼포먼스는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보호하고 농촌 유학의 매력을 널리 알리고자 기획됐다. 밑그림을 그리는 작업부터 뗏목을 띄우기까지 사흘에 걸쳐 영월로 농촌 유학 온 학생과 학부모, 귀촌한 가족 등 30여 명이 참여했다.
영월군은 지난 2020년부터 자체 농촌 유학 프로그램을 운영해 큰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 2학기에는 18명의 서울 어린이가 영월 녹전초등학교와 옥동초등학교로 농촌 유학을 왔으며, 올해는 운영 학교를 6개교로 확대해 서울과 수도권의 농촌 유학생 76명을 유치, 강원특별자치도 중 최다 유치를 기록했다.
유학생 보호자를 포함한 농촌 유학을 통해 유입된 인원은 161명에 달해 농촌 유학이 인구 소멸 극복의 열쇠가 되고 있다.
급격한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많은 학교들이 폐교 위기에 처해 있다. 이에 따라 영월군은 지역 학교를 살리기 위한 방안으로 '1읍면 1초등학교 유지' 방침을 결정했다. 이는 인구 감소와 교육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의 가치를 높이며 균형 발전을 이루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추진된 '영월형 농촌유학 3✚(교육+주거+정착)'는 학교와 지역이 동반 성장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모델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지역 교육의 질적 향상과 주민들의 생활 안정성을 동시에 높이고 있다.
단연, 영월의 6개 농촌 유학 운영에선 학교별 특성화 프로그램이 핵심이다. 소규모로 집중된 교육과정을 비롯해 농촌 마을과 연계한 다채로운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해 학생과 학부모의 호응이 높다.
녹전초는 문해력 향상을 위한 독서 교육과 생태·환경 프로그램에 초점을 맞췄다. 신천초와 옥동초는 영어 교육에 힘을 줬다. 원어민 교사 수업을 심화하고 놀이를 통해 재미있게 영어를 익히는 ‘영어 놀이 학교’를 운영한다. 예체능 분야의 특성화 프로그램도 눈에 띈다.
신천초는 승마, 마차초는 인라인과 스키, 무릉초는 서예와 회화에 1인1기 스포츠 프로그램을 더했다. 녹전중은 골프와 더불어 악기까지 익히며 활발한 밴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마을에선 마을회관, 체험관, 빈집, 펜션 등을 새롭게 개보수해 유학생과 학부모가 함께 머물 주거 공간을 마련하기도 했다. 지역아동센터가 방과 후 돌봄을 책임지고, 학부모들의 교류와 정착을 돕기 위한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군은 차별화된 특성화 과정을 운영해 교육의 질적 성장도 높이고 있다. 교육경비는 학교별로 최대 1억 원까지 지원하고, 아이들이 중학교 3학년이 될 때까지 최대 9년간 가구당 월 40만 원씩 체류비를 지원한다.
교육청과 학교는 교육을, 지자체와 마을은 주거와 돌봄을 담당하는 이원화된 업무 분담을 통해 체계적인 돌봄 시스템도 구축하고 있다. 또한 지역주민과 유학생 학부모를 위한 맞춤형 융합프로그램을 발굴해 다양한 역사와 문화 탐방체험을 제공하고 있다. 유학생 학부모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일자리 매칭 지원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군은 2024년에는 6개 학교에서, 2025년까지는 8개 학교에서 농촌유학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농촌유학과 작은학교 희망만들기 사업을 병행해 중학교 졸업 시까지 주거비를 지원하며 정착을 유도할 방침이다.
또한 쾌적하고 안전한 주거시설을 확충하기 위해 공모사업 등을 통해 지역 활력타운, 귀농인의 집 등의 주거시설 조성을 지원할 계획이다.
최명서 영월군수는 "영월의 농촌유학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학생들은 자연친화적인 환경과 더불어 다양한 분야의 폭넓은 진로교육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며 "미래 세대에게 자연과 함께하는 새로운 교육의 지평을 열어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한편 영월군은 강원도 최남단에 위치한 도시로, 충청북도와 경상북도와 접경하며 제천시, 원주시 등과 인접해 접근성이 뛰어나다.
1935년 강원도 최초로 탄광이 개광된 이후 산업화와 도시화의 중심지로 성장했으며, 현재는 맑은 동강과 함께 청정도시로 알려져 있다.
교통환경도 우수해 국도 38호선과 31호선, 중앙선과 영동선을 잇는 태백선이 지나며, 차세대 고속열차(EMU-150) 도입으로 접근성이 개선돼 서울에서 약 2시간, 원주에서 약 50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영월=박하림 기자 hrp11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