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과대학 입학 정원 증원에 반대하며 수업 거부를 이어오고 있는 의대생들이 대한의사협회(의협) 주도의 범의료계 협의체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임현택 의협 회장에 대해서는 “의료계 지위를 실추시키고 학생들의 목소리를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2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회원들에게 “타 협회나 단체의 결정이나 요구에 휘둘린 결정을 내리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의 대회원 서신을 발송했다.
지난달 20일 의협 주도의 범의료계 협의체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의대 교수, 시·도의사회장, 의협 임원 등으로 구성된 올특위가 출범했으나 의대협은 참여하지 않고 있다.
의대협은 “의정 갈등은 4개월이 넘도록 지속되고 있지만, 정부에선 여전히 학생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이해하려는 노력조차 하고 있지 않다”며 “교육부와 대학 본부는 학생들이 정당하게 제출한 휴학계를 의도적으로 처리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 의대생들은 현 시국의 엄연한 당사자로서 의정 갈등의 문제를 직접 해결해야 하는 주체임이 분명하다”며 “현 시국의 종결까지 의료계 내의 유일한 학생협회로서의 위치를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임현택 의협 회장에 대한 비판도 쏟아냈다. 의대협은 “무능·독단의 의협 회장은 의료계를 멋대로 대표하려 하지 말라”면서 “임 회장 당선 이후 행보를 의료계의 입장을 대변하는 의협 회장의 행동으로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고 비판했다. 임 회장의 연이은 막말을 지적한 것이다. 임 회장은 지난달 26일 국회 청문회에서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했던 ‘미친 여자’ 발언 등으로 강 의원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의대협은 “(임 회장은) 지난달 국회 청문회에서 의료계 입장을 대변하기는커녕 본인의 발언에 대해서도 수습하지 못하는 무능한 모습을 보였다”며 “의협 회장이라는 무거운 자리에 있음에도 ‘표현의 자유’라며 부적절한 공적 발화를 일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임 회장이 의대생들의 이야기를 들으려는 노력을 조금도 하지 않고 있으며 학생과 전공의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있다”고도 했다. ‘8대 대정부 요구안’을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임 회장과 의협 집행부가 이를 전혀 반영하지 않은 채 자의적인 ‘3대 요구안’을 냈다는 것이다.
의대생들의 8대 요구안은 △필수의료 패키지·의대 정원 증원 전면 백지화 △의·정 동수의 보건의료 거버넌스 구축 △의료 정책 졸속 추진에 대한 조사·사과 △의료 행위 특수성을 고려한 의료 사고 관련 제도 도입 △합리적 수가 체계 마련 △의료 전달 체계 확립 △수련 환경 개선 △휴학계에 대한 공권력 남용 철회 등이다.
의대협은 “의협은 구성부터 학생들이 철저히 배제된 협의체를 만들고 한자리만을 내어주는 등 학생들의 의사와 지위를 입맛대로 재단했다”며 “의대협의 ‘최소한의 목소리’는 대정부 8대 요구안이며, 올특위를 비롯한 임 회장의 독단적 행보를 수용할 일은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