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금융사들이 신탁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그간 신탁 서비스는 시중은행이 사실상 독점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보험사들도 하나둘 뛰어들면서 경쟁이 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금융위원회로부터 재산신탁업 인가를 받았다. 교보생명은 2007년 금전신탁업 인가에 이어 재신신탁업 인가까지 획득하면서 종합재산신탁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교보생명이 이번에 종합재산신탁 인가를 얻게 되면서 삼성생명·한화생명에 이어 교보생명까지 3대 대형 생보사들이 모두 종합재산신탁업 인가를 취득했다.
교보생명은 이번 종합재산신탁 인가를 계기로 유언대용신탁 사업 등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방침이다. 유언대용신탁은 고객(위탁자)이 금융회사(수탁자)에 현금·유가증권·부동산 등의 자산을 맡기고 살아있을 때 운용수익을 받다가 사망 후 미리 계약한 대로 자산을 상속·배분하는 상품이다.
다른 생보사들도 신탁 상품을 기획하고 있다. 흥국생명은 첫 유언대용신탁 상품 출시 시점을 내년으로 잡고 사업을 준비 중이다. 한화생명은 고객 수요와 사업성 등을 따지며 유언대용신탁 상품 개발을 검토하고 있다.
생보사들이 유언대용신탁에 뛰어드는 이유는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가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면서 상속 재산 및 피상속인 규모도 커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22년 한 해 동안 상속된 재산의 총합인 총상속재산가액은 56조5194억원에 달한다. 이는 4년 전(20조5726억원)과 비교하면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현재 신탁사업의 선두 주자는 시중은행들이다. 시중은행들은 PB센터를 중심으로 신탁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실제로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올해 1분기 말 유언대용신탁 수탁 잔액은 총 3조3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3월 대비 1조원 늘어난 수치이며, 최근 3년만에 수탁 규모가 3배로 불어났다.
전문가들도 신탁사업이 금융사들의 주요 미래 먹거리가 될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이 지난 8일 ‘미래의 거대 트렌드가 가져올 금융의 변화’라는 주제로 개최한 포럼에서 손준범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실장은 “일본은 신탁업을 통해 고령층 고객의 광범위한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며 “한국도 고령화 진행 상황, 금융사의 관련 상품 출시, 신탁업 규제 완화 추진 등으로 향후 5년 내외 시장 성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서정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신탁 사업의 제도적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개인연금자산을 보다 적극적으로 축적할 수 있도록 지원책을 확대하고, 주택 등 보유 부동산의 유동화를 통한 노후자금 지원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 신탁을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세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9일 “인구구조 변화 및 대중 부유층 확대에 따라 고객의 종합자산관리 수요도 크게 확대되고 있다”며 “특히 신탁시장의 경우 당장의 실적보다 향후 5년, 10년 뒤의 시장 규모를 예상했을 때 잠재력이 크다고 판단돼 신탁시장에 대한 경쟁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