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하루 더 쉬는 건데 차이가 있을까’라고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해보니까 진짜 좋았어요. ‘이거 엄청난데’라는 생각이 들었죠.”
“주 4일제로 쉬는 시간이 느니까 몸이 회복 돼요. 스트레스에서 많이 벗어나 좀 밝아지는 느낌이에요.”
주 4일제를 체험한 세브란스병원 간호사들의 증언이다. 세브란스병원은 국내 의료기관 최초로 노사합의를 통해 주 4일제 실험을 실시했다. 그 결과, 퇴사율이 3분의 1 가량 감소했다. “내일 출근하기 싫다”고 답한 간호사도 실험 이전인 2022년 73.9%에 비해 2023년 12월 63.3%로 감소했다. 이는 주 5일 근무한 간호사의 응답 비율이 같은 기간 56.5%에서 69.5%로 증가한 것과 비교해 상반된 결과다.
23일 한국노총 산하 세브란스병원노조와 일하는시민연구소 주관으로 국회에서 열린 ‘세브란스병원 주4일제 시범사업 1년의 결과와 함의’ 토론회에서 이 같은 결과가 발표됐다. 세브란스는 지난 2022년 8월 신촌 2개 병동과 강남 1개 병동을 대상으로 주 4일제를 1년간 시범 운영하기로 했다. 병동마다 상·하반기 각 5명씩, 1년에 총 30명이 주4일제에 참여했다. 병원은 3개 병동에 추가 인력 5명을 투입했고, 대신 참여자는 임금 총액 기준 10% 삭감을 수용했다.
노조가 주 4일제를 요구한 배경에는 간호사들의 높은 퇴사율에 있다. 주 4일제 대상이 된 선정 병동의 입사 1년 미만 간호사 퇴사율은 50%를 넘었다. 전체 병동 간호사의 퇴사율(30%)의 1.6배 수준이었다. 3조 3교대를 하는 병동 간호사의 업무 강도가 높았던 탓이다.
다른 간호사들의 업무 환경도 열악하긴 마찬가지다. 올해 보건의료노조 실태조사에 따르면 간호사의 근속년수는 10년 이하에 불과했다. 이직을 원하는 간호사는 64.6%에 달했다. 노동시간이 길고 업무 강도가 높은 탓이다. 하루 10시간 근무를 한다는 응답자는 22.9%로, 타 직군 대비 높은 수준이었다. 게다가 3명 중 1명(33.1%)는 하루 중 휴게시간이 전혀 없다고 답했다.
이를 개선하고자 시행한 ‘주 4일제’의 효과는 뚜렷했다. 시범사업 연구를 맡은 일하는시민연구소 분석 결과, △행복도 0.9점 △일과 삶의 균형도 1.8점 △직장생활 만족도 6점 △여가시간 충분성 인식 17.7점 등 대부분의 지표가 시행 이전보다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시범조사에 연구자로 참여한 권혜원 동덕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면접조사를 해보니 참여자들의 만족도는 99.9%, 아니 100%다. 실험 효과가 뛰어났다고 평가할 수 있다”며 “이직 의향이나 사직률이 급격히 감소하는 결과가 나타났다. 이직 감소에 기여함으로써 개인뿐 아니라 조직 차원에서도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의료서비스를 제공받는 환자와 보호자들의 만족도가 올랐다. 주 4일제 실험 병동의 환자·보호자 등으로부터 접수된 고객 소리함의 연간 친절 건수가 1.5~2.6배 증가했다. 실험에 참여한 간호사 A씨는 “그전에는 집-일만 반복하면서 스트레스가 많이 쌓였다”면서 “그런데 주 4일제 후에는 한마디라도 더 공손하게 하고, 하나라도 요청을 더 들어드리고 싶다. 또 내가 담당하는 환자가 아니라도 심적 여유가 있다 보니 제 선에서 해결할 수 있는 건 해결하려 한다”고 말했다.
노동자 측 뿐 아니라 사측에도 긍정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제언도 나왔다. 이번 세브란스 사례가 보건업계를 넘어 다른 직종에도 적용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은 “병원도 긍정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면서 “우선 신규 직원 간호사의 교육·훈련에 드는 투자비용이 감소한다. 게다가 퇴사율이 줄면 실업급여 지출도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주 4일제로 퇴사율이 줄어든다면 고용보험기금의 지출 감소로, 사회경제적 효과도 있다”면서 “이번 세브란스병원의 경험이 다른 산업에도 참고하는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