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국회의장과 범야권의 ‘방송4법’ 본회의 표결 강행에 여당이 ‘4박 5일’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로 맞섰다. 여야는 방송 4법을 두고 서로 한 치의 물러섬 없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25일 열리는 본회의에 방송4법이 상정되자 즉각 필리버스터를 발동하고 법안 통과 저지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본회의에서 무조건 방송4법을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은 필리버스터를 24시간마다 단독으로 종료시킬 수 있어 4개의 법안을 24시간마다 1개씩 통과시킬 예정이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 필리버스터는 오는 29일까지 최대 4박 5일이 소요될 예정이다.
필리버스터 시작 전 안건 설명을 두고 우원식 국회의장과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충돌하기도 했다. 방송 4법에 대한 안건을 하나씩 설명해야 하는데 4개의 법안을 한번에 설명했기 때문이다.
우 의장은 “(법안이) 하나만 올라가는 것으로 얘기했는데 김현 민주당 의원에게 전달되지 않았다. 그래서 나머지 항목까지 다 한 것 같다”며 “이건 의장의 실수다. 5항 표결이 끝나면 6항에 대해 다시 설명하는 것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방송4법은 ‘방송법’과 ‘방송문화진흥회법’, ‘한국교육방송공사법’, ‘방송통신위원회법’ 개정안을 묶어 부르는 말이다.
이 개정안은 KBS(한국방송)와 MBC(문화방송), EBS(교육방송)의 공영방송 이사 추천 권한을 학계와 직능단체로 늘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법은 회의를 개최하기 위한 정족수를 4명으로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앞서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본회의를 앞두고 방송4법에 대한 첨예한 입장 차이를 재확인했다.
국민의힘 소속 주호영 국회부의장은 입장문을 내고 방송4법 본회의 상정 과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민주당이 수적 우위를 앞세워 마구잡이로 법안 처리를 강행하고 있다”며 “이런 방식의 국회 운영에 절대 동의하지 않는다. 방송4법 날치기를 위한 본회의 사회를 거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1987년 체제에서 만들어진 합리적인 국회 관행을 송두리째 부숴버릴 생각이냐”며 “방송4법은 충분한 토론과 논의가 없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일방적으로 일정을 정해 여당에 통보했다”고 지적했다.
주 의장은 “민주당이 무제한 토론인 필리버스터를 24시간마다 일방적인 표결로 끝내는 것은 필리버스터 정신을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일”이라며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여야 합의가 없는 법안과 안건은 사회를 거부했다”고 말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방송4법 통과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그는 “민주당은 각고의 인내심으로 의장의 중재안을 보고 정부·여당의 답을 기다렸다”며 “하지만 돌아온 건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정부·여당의 추태”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공영방송은 국민 모두의 것이다. 땡윤뉴스와 윤비어천가로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는 권력의 애완견으로 변질하게 놔둘 수 없다”며 “국민에게 소중한 공영방송을 돌려 드리고 언론의 독립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