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방송4법 저지를 위한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에 돌입했다. 방송4법은 ‘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송통신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 등을 일컫는다. 여야가 한 발자국만 양보하면 협치에 이를 수 있다는 현실적 조언이 제기된다.
26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된 언론계 출신 의원들을 필두로 방송4법 저지를 위한 4박5일 필리버스터를 전개할 계획이다. 첫 번째 저지 법안은 방통위법 개정안이다. 해당 법안은 방통위 회의가 4인 이상 출석으로 개의하도록 의사정족수를 신설하고 출석 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정족수를 변경하는 게 골자다.
배준영 원내수석부대표는 전날(25일) 국회 본회의 의사진행발언에서 “방송장악 4법은 부조리하다”며 “이런저런 명분을 달지만 결국 공영방송을 영구장악하기 위함”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공영방송을 더불어민주당을 위한 유튜브로 만들 작정이냐”며 “방송 정상화를 외치기 전에 공영방송 이사를 임명하는 방송통신위원 야당 몫 2명부터 추천하라”고 소리 높였다.
국민의힘이 22대 국회 개원 후 필리버스터를 진행하는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3일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진행한 바 있다. 민주당은 필리버스터가 24시간이 경과한 뒤 즉시 관련 안건을 통과시켰고 윤석열 대통령은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재의안은 이번 본회의에 안건으로 올라왔지만 재적 의원수의 3분의2를 넘기지 못해 폐기됐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17일 방송4법 중재안을 가져왔다. 우 의장은 직속 범국민협의체 제안을 하면서 국민의힘엔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 일정 중단을, 민주당엔 입법 강행처리 중단을 요청했다. 민주당은 이를 수용했지만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권 당시에도 이사진을 정상 선임했다면서 거부했다.
정치권에선 양당이 한 발자국씩만 양보하면 방송4법 개정안에 대한 실마리가 풀릴 것으로 전망했다. 대승적 차원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쟁점 사안인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제3자 추천권 입장을 밝힌 것처럼 새로운 논의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5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여당은 협상을 안하겠다는 거고 야당은 그냥 밀어붙이고 있다. 국회에서 숫자 싸움을 하겠다는 건데 이게 반복되면 안 된다. 다른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과거엔 이런 적이 없었기 때문에 견줄만한 사례가 없다”며 “협상과 협의를 해서 양보할 건 양보하고 받을 건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