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곳곳 담배꽁초와의 전쟁이다.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젊음의 거리 인근에서 발견한 상당수 빗물받이는 담배꽁초와 각종 쓰레기로 가득 차 있었다. 서울시와 자치구가 담배꽁초 무단 투기를 막기 위해 담배꽁초 전용 수거함을 늘리고 빗물받이를 관리하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환경단체 ‘쓰레기를 줍는 사람들(이하 쓰줍인)’은 전날 오후 파타고니아코리아에서 ‘2024 흡연자와 비흡연자가 함께하는 담배꽁초 쓰레기 간담회’를 열고 지난 5월12일부터 6월9일까지 4주간 서울시 관리 대상 담배꽁초 수거함 및 담배꽁초 전용 쓰레기통 모니터링 결과를 발표했다. 쿠키뉴스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쓰줍인 모니터링단은 서울시 관리 대상(지난해 11월 30일 기준 서울시 담배꽁초 수거함 설치 현황) 담배꽁초 전용 쓰레기통 1048개 중 119개와 새로 발견한 수거함 34개를 살폈다.
조사한 시 관리 담배꽁초 전용 쓰레기통 3개 중 1개(35%) 위치는 서울시가 확보한 담배꽁초 전용 수거함 정보와 불일치했다. 담배꽁초 수거함의 위치도 문제다. 모니터링 결과, 위치가 확인된 담배꽁초 전용 쓰레기통 119개 중 9개는 화기엄금 구역 인근, 버스정류장 옆, 전동킥보드 보관 장소, 금연 표지판 주변, 병원 근처, 학원 옆, 공원 인근 등 금연 구역에 설치돼 있어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갈등을 조장할 여지가 있다는 게 활동가들의 주장이다.
박현지 쓰줍인 대표는 “담배꽁초 전용 수거함 위치가 엑셀 자료로 제공되고 있다. 데이터를 모으려고 노력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나 데이터를 활용해야 실효성이 있는 것인데 실제 흡연자가 엑셀 자료를 다운로드해 수거함 위치를 찾겠나. 심지어 위치가 일치하지 않는 것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니터링을 직접 나가보니 버스정류장 10~20m 앞에 담배꽁초 전용 수거함이 있었다”며 “사람들이 많이 지나는 곳에 설치했다는 의도는 알겠지만 황당한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 관계자는 앞선 인터뷰에서 “자치구별로 담배꽁초 무단 투기 다발 지역을 위주로 위치를 선정해 수거함을 설치한다. 보통 상가 지역에 많이 설치하는 편”이라며 “(인파가 많은 곳에) 설치했다가 민원으로 철거해 없어졌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수거함을 두면 해당 장소가 담배꽁초 흡연 구역화가 되는 현상이 있어 설치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담배꽁초 전용 수거함 대부분(42.9%)은 관리가 잘 되고 있었다. 그러나 119개 수거함 중 94개 주변에 10개 이하의 담배꽁초 쓰레기가 있었다. 그 외 15개 수거함 주변에는 10~30개, 10개 수거함 주변에는 30개 이상의 담배꽁초 쓰레기가 버려져 있었다.
특히 담배꽁초 전용 수거함 일부는 찾기 어려운 위치에 있거나 전용 쓰레기통이라는 것을 파악하기 힘든 형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담배꽁초 전용 수거함이지만 관리가 잘 되지 않아 담배꽁초 외 다른 쓰레기로 수거함이 막혀 사용할 수 없는 경우도 있었다.
몇몇 담배꽁초 전용 수거함은 화재 우려까지 나온다. 119개 전용 수거함 중 21개(18%)는 △공사 현장·화분 등 발화 위험 요소 인접 △수거함 입구 주변에 종이 쓰레기 적치 △종량제 봉투·음식물 쓰레기 등 쓰레기 배출 지역에 수거함 위치해 화재 위험이 있었다.
빗물받이 안에 버려지는 담배꽁초 쓰레기들도 문제다. 119개 수거함 인근에 83개 빗물받이가 있는데, 이중 64곳(77.1%)은 담배꽁초 쓰레기가 가득했다. 쓰레기 없이 깨끗한 곳은 8개(9.6%)에 불과했다. 담배꽁초 필터는 ‘셀룰로스 아세테이트’로 구성된 플라스틱 성분으로, 빗물받이 또는 하수구를 통해 바다로 유입된다. 특히 빗물받이를 막히게 해 홍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박 대표는 “지자체도 담배꽁초 전용 수거함 관리에 노력하지만 예산, 인력이 부족한 것 같다”며 “미국 사례도 보면 한국과 비슷하게 음식점·카페 출입구에 담배꽁초 쓰레기가 많이 버려진다고 한다. 그래서 담배꽁초 수거함을 개인이 설치한 곳이 많았다. 한국도 지자체가 식당, 카페 등 민간과 소통하며 필요한 곳에 설치하고 이들이 관리할 수 있게 지원하는 것이 (담배꽁초 쓰레기 투기를 막는) 한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