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 위협하는 역대급 폭염…“우울‧수면장애‧신체 폭력까지”

정신건강 위협하는 역대급 폭염…“우울‧수면장애‧신체 폭력까지”

정부, 기후위기 따른 정신건강 영향 분석 및 평가도구 개발 나서

기사승인 2024-09-21 06:00:06
쿠키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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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20일부터 지난 17일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온열질환자 수다. 역대급 무더위와 열대야가 이어지면서 시민들 건강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기후변화가 신체뿐 아니라 정신건강까지도 해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전문가는 기후변화에 따른 정신건강 문제에 대응하기 국가 차원의 심리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21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복지포럼의 ‘기후변화가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정책과제’에 따르면 기후변화는 직간접적으로 시민들의 정신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앞서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2022년 정책 보고서에서 기후변화가 정신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고 경고하면서 각국의 정신건강 지원체계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폭염, 홍수, 태풍, 산불, 가뭄 등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 사건에 대한 직접적인 경험은 스트레스, 걱정, 우울, 수면장애,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자살 생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의 정신건강 문제에 영향을 미쳤다. 특히 폭염은 기분장애·불안과 관련 있었다. 높은 기온으로 인한 불편함의 증가는 적대 감정 및 신체 폭력까지 이어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접적 영향이 아닌 간접 경험으로도 정신건강을 해칠 수 있었다. 연구진은 “기후변화와 관련된 사건을 직접적으로 경험하지 않더라도, 언론을 통해 관련 정보에 노출되거나 이로 인한 사회경제적 변화를 겪는 것이 정신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기후환경적 변화로 초래된 경제적 문제가 오랜 시간 지속되거나 다른 요인들과 연결되면 인지적, 사회적 기능 장애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아동, 노인, 정신질환자, 여성, 소득이 낮은 사람은 스트레스 관련 질환에 더 취약했다. 연구진은 “기후위기 취약계층이 기후변화 영향에 적응하고 정신건강 이슈로 이어지지 않도록 예방‧관리하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며 “현재 기후위기 재난 피해자 및 가족 관련 정책은 재난 발생 직후 단기간에만 적용되기보다 장기간에 걸쳐 필요할 때마다 찾을 수 있는 서비스로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협업 필요성도 언급했다. 연구진은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 발생은 지역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지역별 경험과 특성에 따른 준비와 대응이 필요하다”며 “국가 정책의 큰 방향 가운데 지역에 맞는 정책들이 지자체별로 수립될 필요가 있고 정부는 그것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신적 외상 외에도 환경적, 사회경제적 변화에서 파생된 정신건강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보건복지부, 환경부, 행정안전부 등 관계부처가 포괄적으로 개입해 정신건강 보호를 위한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한편 정부는 폭염이나 한파 등 기후위기가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정책에 반영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복지부 산하 국립정신건강센터는 최근 ‘기후위기에 따른 정신건강 영향분석 및 평가도구 개발’ 연구용역 입찰을 공고했다. 이번 연구를 통해 기후위기가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복잡한 경로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관련 지표와 정책 개발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국립정신건강센터는 내년 10월까지 연구 결과를 도출할 계획이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
이예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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