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이 도입 3년을 앞두고 있지만 건설업계 산업재해는 반복되고 있다. 업계는 산업재해를 막기 위해 처벌 중심의 법보단 안전의식 교육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2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용갑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받은 ‘최근 3년 시공능력평가 20대 건설사 산업재해 현황’에 따르면, 사고재해자는 2021년 1458명에서 2022년 1631명, 지난해 2194명으로 2년 만에 50% 넘게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929명을 기록했다. 업체별로 보면 삼성물산이 688명, 뒤이어 GS건설(614명), SK에코플랜트(572명), 현대엔지니어링(531명), DL건설 (514명) 등 순이었다.
사망자는 2021년 39명, 2022년 33명, 2023년 28명, 2024년 상반기 16명으로 집계됐다. HDC현대산업개발이 17명으로 사망자가 가장 많았다. 이어 현대건설(13명), 대우건설(13명), DL이엔씨(10명), 롯데건설(8명), ㈜한화(7명) 등이 있었다.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은 지난 2022년 1월27일 노동자 사망 등 중대재해 발생시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의 처벌을 강화하기 위해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시행됐다. 약 2년 후인 지난 1월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확대됐다. 모든 사업장이 중처법 대상이 됐음에도 안전 사고는 줄지 않고 있다.
업계는 처벌 중심의 규제로는 건설 현장의 안전관리를 유도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중처법은 안전관리에 대한 예방적 조치보단 사고 후 책임을 묻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처벌만으로는 안전의식을 높이고 실질적인 개선을 유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경영 책임자에게 책임을 부과해도 현장 안전에 효과가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산업안전보건법의 가장 큰 허점은 사업주 과실이 100%인 점”이라며 “교통사고가 나도 과실비율을 따지는데 모든 책임이 사업주에만 있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처벌과 규제보단 사고 원인에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 현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정기간 맞추는 것”이라며 “코로나19 이후 노조 파업 등으로 현장이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그럼에도 정해진 공기를 맞추기 위해 노동자들이 안전을 뒷전으로 두는 경우도 많았다”고 주장했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와 달리 소규모 전문 건설업체들은 안전관리 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자원과 역량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며 “처벌이 두려워도 실질적인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대형 건설사들은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현대건설과 DL이앤씨는 근로자가 스스로 사고 예방에 기여하고 위험 상황을 직접 신고하거나 안전 관련 개선점을 제안하는 안전신문고를 운영 중이다. DL이앤씨는 안전신문고 참여 증가로 인해 올해 상반기 기준 부상 재해가 전년 동기대비 40% 감소했다고 밝혔다.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외국인 근로자 교육도 대형 건설사 중심으로 진행 중이다. 대우건설은 외국인 근로자 채용 인원 상위 10개국의 언어와 영어로 신규 채용자에 대한 안내 사항과 필수 안전 수칙에 관한 영상을 제작, 배포했다. GS건설도 현장 외국인 근로자들과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AI번역 프로그램 ‘Xi Voice (자이 보이스)’를 개발했다. 현장 담당자의 설명이 120개 언어로 동시에 텍스트로 전달 가능하다.
전문가는 중처법 도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업계 현실에 맞춰 보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은형 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대재해법의 필요성도 인정되지만 좀 더 명확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며 “안전관리에 부족함이 없는 적정공기와 공사비 확보를 기반으로 꾸준한 현장 작업 문화 등이 정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도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구체적인 지원책이 부족하다”며 “특히 소규모 업체들이 안전 관리를 개선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적·기술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