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증권사에서 제시한 기업 리서치 보고서의 목표주가 판단이 크게 어긋난 것으로 확인됐다. 하나증권이 보고서를 낸 코스닥 상장사 ‘이노와이어리스’가 최고 괴리율을 기록한 가운데 SK그룹 계열사들과 JYP엔터, 카카오페이 등도 포함됐다. 미래에 대한 정확한 전망을 분석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대표적이나, 결국 실력이 미비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14일 쿠키뉴스 취재에 따르면 자기자본 기준 10대 증권사(미래에셋·한국투자·삼성·키움·메리츠·신한투자·NH투자·KB·하나·대신)에서 올해 1월 발간한 국내 기업 대상 리서치 보고서의 목표주가 대비 괴리율 하위 10대 기업을 집계한 결과 하나증권이 보고서를 낸 이노와이어리스가 목표주가 7만원에서 9월30일 종가 1만6450원으로 -76.5%를 기록해 1위를 차지했다.
뒤를 이어 △SK디앤디 -75.7%(한투·3만6000원→8740원) △SK아이이테크놀로지 -71%(한투·12만5000원→3만6200원) △RFHIC -69.6%(하나·4만원→1만2170원) △SK아이이테크놀로지 -64.5%(키움·10만2000원→3만6200원) △JYP엔터 -64.0%(NH·14만원→5만400원) △SK아이이테크놀로지 -63.1%(삼성·9만8000원→3만6200원) △JYP엔터 -62.7%(대신·13만5000원→5만400원) △카카오페이 -61.9%(신한·6만4000원→2만4400원)△ 휴비츠 -61.5%(신한·2만5000원→9620원) 순이었다.
하나증권은 이노와이어리스 관련 보고서를 내고 당시 3만500원이었던 주가 대비 129.5% 높은 수준인 7만원을 목표주가로 제시했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 양호한 실적 전망과 28GHz 주파수 할당 수혜주 부상, 올해 스몰셀 매출 확대 등 각종 호재가 즐비한 영향”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이노와이어리스는 올해 1분기 50억원의 영업적자를 내면서 어닝쇼크를 선보였다. 하나증권도 실적 발표 이전 이같은 쇼크를 예상한 보고서를 발간했으나 목표주가는 7만원을 유지했다. 차량용 반도체 회사 인수에 따른 긍정적 효과가 하반기에 나타나면서 실적 호전 양상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다.
SK디앤디와 SK아이이테크놀로지 등 SK그룹 계열사들도 하위권에 다수 포진됐다. SK디앤디 보고서를 낸 한투증권은 올해부터 에너지 부문 주도의 외형 성장을 전망하면서 목표주가 3만6000원을 제시했다. 아울러 인적분할 사유에 따른 주식 매매 거래정지일인 2월27일까지 적극 매수를 권고했다. 보고서 발간 시점에 SK디앤디 주가는 2만6800원이었으나 3분기가 지난 시점의 주가는 67% 급감했다. 국내 건설 경기 악화에 따른 디벨로퍼 사업에 대한 시장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의 경우 한투증권과 키움, 삼성증권에서 연초 미국 시장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고객사들의 한국 분리막 업체에 대한 조달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매수를 권고했다. 그러나 1분기 67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적자 전환하면서 주가가 크게 내려갔다. 여기에 더해 2차전지 소재 섹터 기업인 만큼 전기차 수요 둔화에 따른 악재도 주된 배경으로 분석된다.
JYP엔터는 엔터테인먼트 특성상 실적에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는 소속 아티스트의 공연 및 음원 성장세를 긍정적으로 봤다. 그러나 지난 2분기 시장 컨센서스를 각각 36.9%, 79.6% 하회한 매출액 957억원, 영업이익 93억원을 기록하면서 주가가 크게 떨어졌다. 실적 발표 이후 밸류업 지수에 포함되기 전까지 상당수 증권사가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카카오페이는 광고부문 등 중장기 매출 확대 기대감에 따라 목표주가와 투자의견 매수 관점이 유지됐으나 개인정보 유출 의혹과 모기업 카카오의 사법리스크로 진통을 겪었다.
반면 목표주가를 넘어서 두 자릿수 이상 급등세를 시현한 기업들도 존재한다. 괴리율 상위 10대 기업을 추산한 결과 △실리콘투 230%(한투·1만4000원→4만6200원) △HD현대일렉트릭 213.8%(신한·10만5000원→32만9500원) △HD현대일렉트릭 181.6%(NH·11만7000원-→32만9500원) △HD현대일렉트릭 174.6%(미래에셋·키움, 12만원→32만9500원) △HD현대일렉트릭 163.6%(삼성·12만5000원→32만9500원) △유한양행 98.1%(키움·7만2000원→14만2600원) △크래프톤 95.7%(메리츠·17만5000원→34만2500원) △LS ELECTRIC 81.4%(NH·9만원→16만3300원) △유한양행 78.3%(삼성·한투, 8만원→14만2600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74.7%(한투·17만원→29만7000원) 순이었다. 다른 증권사가 한 기업의 동일 목표주가를 냈을 경우 합산해 집계했다.
상위 10대 기업 중 가장 많은 보고서가 나온 HD현대일레트릭은 전기전자 솔루션 기업으로 전력기기 사업 매출이 80%가 넘는 단순한 사업구조를 지녀 매 분기 업황 호조가 반영된 깔끔한 실적을 선보여 왔다. 특히 미국에서 시작된 변압기 가격 인상이 유럽, 중동 등 글로벌 지역으로 확대되고 있어 강한 시장 수요를 통한 실적 호조가 지속될 것이란 평가를 받는다. 실리콘투와 한화에어로는 지난 2~3분기 각각 화장품과 방산 수출 증가의 혜택을 직접적으로 받았다.
무분별한 투자의견 ‘매수’ 실력 미비 비판 함께해
증권사들이 연초 발행한 보고서에서 투자의견 ‘매수’ 위주로 분석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1월 기준 698건의 보고서 가운데 매수의견을 제시한 비율은 84%(586건)에 달했다. 투자의견을 미제시한 보고서는 6.2%(43건)로 매도의견은 전무했다. 시장에서 사실상 ‘매도’로 해석하는 중립의견을 표한 보고서는 9.8%(69건)로 절대적 소수에 그쳤다. 괴리율 하위 10대 기업은 모두 투자의견 매수를 권장했다.
증권사별로 살펴보면 미래에셋증권이 1월 발간 기업 보고서 기준 96.6%에 해당하는 57건에서 매수의견을 제시해 1위를 기록했다. 이어 신한투자증권(92.7%), 하나증권(92.3%), 키움증권(90.2%), 삼성증권(84.2%), 대신증권(84.1%), KB증권(82.8%), 메리츠증권(81.1%), 한국투자증권(78.3%), NH투자증권(70.9%) 순으로 드러났다.
통상 증권사가 발간하는 기업 리서치 보고서는 투자자들에게 포트폴리오 구성과 투자 판단의 근거로 활용된다. 기업별 재무제표와 상승 모멘텀, 잠재된 리스크 등 향후 주가 흐름에 대해 예상할 수 있는 지표를 통해 목표주가와 투자의견을 진단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매수 일변도 상황에서 목표주가마저 크게 미달한 모습은 투자자들의 리서치센터 신뢰도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보고서를 통해 내놓는 목표주가의 신뢰성 문제에 대해 정확한 전망은 불가능한 영역이라고 진단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래 주가 움직임을 사전적으로 예측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학계의 정설이다”라면서 “전망 자체가 틀릴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그렇다고 해서 증권사 주가 전망이 필요 없다는 건 아니다. 목표주가에 대한 근거로 제시하는 내용들을 활용하는 게 올바른 활용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견해에 동의하지만 결국 국내 리서치의 실력 부족이란 비판도 나온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목표주가를 맞춘다는 것은 AI를 활용해도 어려울 것이다. 중동 지역 리스크 확산 사태를 예측할 순 없다”면서도 “증권사들은 유가나 곡물가 등을 예상하고 선물 옵션을 설계하는 건 동일한데, 외국계와 달리 국내는 주가를 띄우고 매수의견에만 주력하는 점에서 실력이 미비하단 비판은 따가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