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개정헌법에‘영토 조항’을 신설하지 못한 이유

북한이 개정헌법에‘영토 조항’을 신설하지 못한 이유

글‧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

기사승인 2024-10-10 08:45:20

북한은 10월 7일부터 8일까지 이틀간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1차 회의를 개최해 헌법을 개정했으나 영토 조항은 신설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북한 로동신문은 공화국 공민의 노동 가능 연령과 선거 연령을 수정하는 내용이 헌법 개정안에 반영되었다고만 발표했다.

올해 1월에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0차 회의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주권행사 영역을 합법적으로 정확히 규정짓기 위한 법률적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조선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에는 대한민국을 완전히 점령, 평정, 수복하고 공화국 영역에 편입시키는 문제”를 반영해 “공화국 헌법이 개정되여야 하며 다음번 최고인민회의에서 심의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이번에 개최된 최고인민회의 회의에서 헌법에 영토, 영해, 영공 조항이 신설될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그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북한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헌법에 영토 조항을 신설하지 못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첫째로, 북한이 현재 정전협정을 부정하고 있기 때문에 정전협정에 의해 획정된 군사분계선을 남쪽 국경선으로 명시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둘째로, 북한이 올해 1월에 개최된 최고인민회의 회의에서 “조선반도[한반도]에 병존하는 두개 국가를 인정한 기초 위에서 우리 공화국[북한]의 대남정책을 새롭게 법화”한 상황에서 한국처럼 한반도 전체를 자신의 영토라고 주장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결국 영토, 영해, 영공 조항을 신설하는 것이 김정은의 의도처럼 간단하지는 않아 헌법에 반영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

김정은이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1차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것은 그가 올해 1월에 지시한 내용이 헌법 개정에 반영되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불만 때문일 것이다.

헌법을 개정해 영토 조항을 신설하라고 한 김정은의 지난 1월 지시는 결국 충분히 숙고해 내린 결정이 아니었음이 이번에 분명하게 확인됐다.

따라서 김정은은 10월 7일 김정은국방종합대학을 방문해 연설을 하는 등 이번 최고인민회의 회의에 불참했다.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도 10월 8일 제2경제위원회 산하 국방공업기업소들이 생산하는 240mm조종방사포탄의 검수시험사격을 참관하는 등 최고인민회의 회의에 불참했다.

북한이 비록 영토 조항을 개정헌법에 추가할 수는 없었어도, 헌법에서 통일 관련 조항은 삭제할 수 있었겠지만 그에 대한 언급이 없어 아직 삭제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 헌법 제9조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북반부에서 인민정권을 강화하고 사상, 기술, 문화의 3대혁명을 힘있게 벌려 사회주의의 완전한 승리를 이룩하며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의 원칙에서 조국통일을 실현하기 위하여 투쟁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부분은 북한이 다음에 최고인민회의 회의를 개최할 때 삭제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은 오늘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보도’를 통해 “대한민국과 연결된 우리측 지역의 도로와 철길을 완전히 끊어버리고 견고한 방어 축성물들로 요새화하는 공사가 진행”된다고 발표했다.

북한은 헌법에 ‘영토 조항’을 신설하지 못하는 대신 북한과 남한 영토를 더욱 물리적으로 분리, 차단시키는 조치를 내린 것이다.

북한은 앞으로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서해 해상경계선도 발표하고 그것을 기정사실화하기 위한 조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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