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티몬·위메프) 대규모 정산 지연 사태 여파로 사실상 휴지조각이 된 해피머니 상품권으로 인해 대한적십자사도 현재까지 4억5000여만원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남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적십자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적십자사가 헌혈자에게 나눠주기 위해 올해 해피머니아이엔씨와 계약한 금액은 62억7912만원, 최근 5년간 약 186억원에 달했다.
적십자사는 그동안 헌혈을 한 사람들에게 해피머니 상품권 5000원권을 비롯해 외식상품권, 손톱깎이 세트, 편의점 교환권 등 기념품을 제공해왔다. 헌혈자들은 이 중 원하는 기념품을 하나씩 받아 갈 수 있는데 해피머니 상품권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고 적십자사는 올해만 136만8000개를 구매했다. 두 번째로 많이 계약한 편의점 교환권(59만개)과 비교하면 두 배가 넘는 양이다.
하지만 티메프 사태로 해피머니 상품권의 사용이 사실상 마비되면서 적십자사는 지난 7월25일부터 해피머니 상품권 지급을 중단하고, 이미 지급된 상품권 중 유효기간이 지나지 않은 상품권에 한해 다른 상품으로 교환해 주고 있다. 적십자사가 현재까지 교환해 준 상품권의 금액만 약 2억1000만원으로, 재고 금액 등을 합쳐 피해 예상 금액이 4억5000여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공공기관이 지급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업체와 계약해 고스란히 피해를 입게 됐다는 점이다. 현재 해피머니 상품권 발행 업체가 자본잠식 상태로 기업 회생 신청까지 한 상황인 데다 해피머니 이용약관에는 ‘상품권은 별도의 지급보증 및 피해보상 보험계약 없이 발행자의 신용으로 발행됐다’고 명기돼 있어 사실상 피해 보상을 받을 수가 없다. 문화상품권 발행 업체인 컬처랜드의 경우 지급보증보험이 가입돼 있어 피해에 따른 손실을 보상받을 수 있지만, 적십자사는 선불업 무등록 업체와 계약해 손실을 보상받을 길이 없는 상황이다.
적십자사는 해피머니 상품권뿐만 아니라 쿠프마케팅(멀티모바일문화교환권) 등 또 다른 미등록 업체와도 약 161억원의 계약을 체결해왔다. 적십자사는 최근 대책회의에서 기념품 구매 절차의 적정성에 대해 “지류상품권의 경우 선불전자 지급수단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계약 절차상의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선불업 문제가 매년 반복되고 있는 상황에서 충분히 예견된 사태였는데 무등록 선불업체와 계약을 해왔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라며 “적십자사는 ‘지급보증 가입이 법적 의무가 아니니 강제할 수 없고, 기획재정부 계약예규에 따라 특정 규격으로 입찰 참가를 부당하게 제한한다’는 이유를 들어 선불업 무등록 업체와 계약해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적 의무가 아니라고 해서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지급보증 가입을 하지 않은 무등록 업체와 계약해 손실을 키운 것인가”라며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이 예산을 사용한다면 등록업체와 안전하게 거래를 해야 한다. 무등록 업체와 계약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