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박형 요양병원에서 일상생활이 가능한 환자를 특별한 치료 없이 장기간 입원시켜 피부미용 시술을 제공한 뒤 통증치료 등으로 허위 진료기록을 발급해 보험금 72억원을 편취한 보험사기단이 검거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금융감독원, 남양주북부경찰서는 18일 “이번 사건은 유관기관 간 공조를 통해 공·민영 보험금을 편취한 보험사기 혐의를 적발한 사례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보험사기 신고센터’에 입수된 제보를 토대로 기획조사를 실시해 병원 의료진 5명과 환자 136명이 2021년 5월부터 허위 진료기록으로 실손보험금 60억원을 편취한 혐의를 적발, 올해 1월에 경찰에 수사 의뢰를 했다. 또 금감원 조사 과정에서 병원이 요양급여(진료비 중 건보공단 부담금) 12억원을 편취한 혐의도 발견해 건보공단과 공조했다. 그 결과 지난 10월 남양주북부경찰서가 보험사기에 가담한 의사, 병원 상담실장, 환자 등 141명을 검거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보험사기는 숙박형 요양병원의 병원장과 상담실장이 보험사기 구조를 설계해 환자들에게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병원장과 상담실장은 환자들에게 입원을 권유하면서 가입된 보험상품의 보장 한도에 맞춰 통증치료 등의 진료기록을 발급해 주고, 실제로는 미용시술 등을 제공할 수 있다고 현혹했다.
이를 환자가 수락하면 월 단위로 약 500~600만원의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도록 허위 치료 계획을 설계했다. 또 입원치료 보장 한도를 전부 소진해 면책기간이 되면 통원치료를 받은 것처럼 1일 보험금 한도(20~30만원)에 맞춰 허위 진료기록을 발급했다. 병원은 원거리 거주자가 실제 통원치료를 받은 것처럼 보이기 위해 환자들에게 병원 건물의 일부를 오피스텔처럼 임대하기도 했다.
피부관리사, 간호사 등 병원 직원들은 허위 진료기록과 실제 사용 용도를 헷갈리지 않도록 별도로 표기하고 매뉴얼을 공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면, 일자별 허위 진료계획 하단의 괄호 안에 표기된 ‘ㄱ쌤’은 특정 피부관리사를 지칭하는 것이고, ‘보관’은 피부미용 시술금을 적립 후 추후 사용한다는 의미이며, ‘ㄴ님’은 해당 금액을 양도받을 타인을 지칭하는 것이었다.
이 병원은 고액의 진료비를 수납하는 장기 입원 환자를 늘리기 위해 병원 개설 시 허가된 병상 수를 초과해 운영하기도 했다. 병실 현황표에 환자 유형별로 색깔을 달리해 따로 관리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통상 보건복지부에서 병원 개설 허가 시 의사 수에 따라 병상 개수를 의사 1명당 35개 병상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외에도 병원에 고용된 의사는 상담실장이 설계한 일정표에 맞춰 미용시술 등을 받은 환자에게 허위 진료기록을 작성·발급해줘 환자들이 보험회사로부터 고액의 보험금을 편취하고 병원비로 충당하도록 했다. 상담실장이나 병원 직원은 의사 대신 진료기록을 작성하기도 했다. 환자가 외출이나 외박 등으로 부재중인 경우에도 입원비, 식사비 등 급여 항목을 건보공단에 직접 청구해 부정 수급하는 수법으로 공·민영 보험금 총 72억원을 편취했다.
건보공단은 “보험사기를 주도한 병원뿐만 아니라 이들의 솔깃한 제안에 동조·가담한 환자들도 형사처벌을 받은 사례가 다수 있으므로 보험사기에 연루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면서 “보험사기는 보험 제도의 근간을 훼손하고, 선량한 다수 국민의 보험료 인상을 초래하는 대표적인 민생 침해 금융범죄이므로 향후에도 보험사기 척결을 위해 적극 공조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건보공단과 금융감독원, 경찰청은 지난 1월11일 보험사기 척결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정례적으로 공동조사실무협의회를 운영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