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패션업계 분위기 속 LF가 자회사 매출 등에 힘입어 당당히 호실적을 거뒀다.
20일 LF에 따르면 3분기 LF는 연결 기준 매출 4810억원, 영업이익은 53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5%, 영업이익은 272% 상승했다. 패션 부문만 떼어 놓고 보면 별도 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672% 증가했다.
이는 국내 주요 패션 기업들 실적이 일제히 하락 곡선을 그린 것과는 상반된 결과다. 한섬의 올해 3분기 매출은 3142억원으로 잠정 집계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줄었다고 7일 공시했다. 영업이익은 60억원으로 31.4% 감소했다.
같은 기간 신세계인터내셔날도 연결 기준 매출이 2960억원으로 6.3% 줄었고 영업이익도 21억원으로 65% 급감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역시 3분기 매출이 433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5% 감소했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210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36.4% 줄었다.
3분기가 통상 비수기로 구분되는 것을 감안해도 상황이 좋지 않다. 패션 기업은 엔데믹 이후 보복소비 효과가 끝나면서 실적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업계는 “고물가에 의한 소비 침체에 더불어 올해는 10월까지 이어진 더위에 가을 옷 판매량이 부진했다”고 입을 모은다.
그렇다면 LF는 어떻게 좋은 성적표를 받을 수 있었을까. LF 분기보고서를 살펴보면 3분기 호실적에는 자회사들이 큰 역할을 했다.
대표적으로 LF의 △패션 △금융 △식품 △기타사업부문 가운데 금융사업의 비중이 컸다. LF의 부동산 금융부문 주요 자회사인 코람코에서 리츠 매각보수가 증가한 것이다. 연결매출 15% 증가, 영업이익 272% 증가로 이어졌다. 코람코 금융부문은 주로 부동산 투자 등 리츠사업을 운영한다.
코람코자산신탁은 지난해 반기 기준 192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73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신탁업계 실적이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분위기와는 대조적이다.
LF 매출의 71%를 담당하고 있는 패션 부문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뒀다. LF의 대표 브랜드 헤지스는 중국과 동남아 진출로 지난해 해외 매출만 20% 이상 성장했다. 내년 초엔 중동 시장 본격 진출을 앞두고 있다.
LF는 보고서를 통해 “경기변화·트렌드에 민감한 패션 산업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브랜드 정비와 신규 브랜드 런칭 등을 진행하고 있다”며 “기존의 닥스, 마에스트로, 헤지스, 질스튜어트 등의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것을 기반으로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는 침체된 시장 상황에서 돌파구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분석한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엔데믹 이후 보복소비 여파가 끝난 뒤, 패션업계가 반등할만한 포인트가 뚜렷하게 없는 것이 사실”이라며 “패션 기업들이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자체브랜드 확대 등 자사만의 돌파구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LF 관계자는 “사업구조 개선 및 경영 효율화 등을 통해 이익이 개선되었다”며 “오는 4분기에는 11월 블랙프라이데이 할인행사와 헤비 아우터 등 겨울옷 판매를 늘려 매출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