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읽고 싶은 스테디셀러, 박진영 [쿠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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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드라마 ‘미지의 서울’ 주연 배우 박진영 인터뷰

기사승인 2025-07-06 15:30:08
배우 박진영. BH엔터테인먼트 제공

tvN 드라마 ‘미지의 서울’에서 로사는 혼자 남을 상월에게, 언젠가 너를 읽어줄 사람이 나타날 거라고 말한다. 이는 오랜 시간이 흘러 현실이 된다. 같은 드라마에서 주연 이호수 역을 맡은 배우 박진영은 이 장면이 가장 마음에 와닿았다고 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이번 작품으로 그 ‘언젠가’를 본인도 마주한 모양새다.

1일 서울 논현동 BH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만난 박진영은 “항상 글이 좋으면 선택하게 된다”며 “내가 이런 이야기를 좋아한다고 느끼지만, 잘 될지 안 될지는 모른다. 보시는 분들의 몫이다. 다만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미지의 서울’에 출연한 배경을 밝혔다.

그에게 ‘미지의 서울’의 첫인상은 ‘SNS’였다. “호수가 겉으로 볼 때는 되게 잘 살잖아요. 능력도 있고 대형 로펌에 다니면서 돈도 많이 벌고. 하지만 본인만의 트라우마로 고군분투하는 친구거든요. 소셜미디어도 보면 다 잘 사는 것 같은데 속내는 알 수 없는 것과 같다고 생각했어요. 모두 나름의 아픔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점에서 공감이 클 거라고 생각했어요”

이 예측은 맞아떨어졌다. 시청률 3.6%로 시작한 ‘미지의 서울’은 마지막 회에서 자체 최고 8.4%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촬영하면서도 진정성을 느끼면서 임했었던 작품이라 어떻게 봐주실지 궁금했어요. 빨리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이렇게 큰 사랑을 받고 종영할 수 있음에 감사드립니다. 잊지 못할 것 같아요. 보시는 분들에게 위로와 공감을 줄 수 있었다는 것도 배우로서 너무 좋았고요.”

공개 직후 입소문을 타면서 인기몰이에 성공한 ‘미지의 서울’의 비결은 하나로 정리하기 힘들다. 먼저 일란성 쌍둥이 자매인 유미래, 유미지를 진짜 다른 사람처럼 그린 박보영의 연기가 화제를 모았다면, 갈수록 캐릭터들의 면면과 이들의 관계성이 몰입도를 최고조로 올려놨다. 이호수도 딴 세상 사람처럼 완벽해 보이지만, 교통사고로 인한 신체적 결함과 정신적 결핍을 인정하며 차츰 성장하는 인물이다. 자신의 아픔에 기인한 배려심부터 때때로 두려움에 가시를 세우는 모습까지, 인간적인 면모는 그야말로 안방을 울고 웃겼다.

박진영은 이호수와의 싱크로율을 묻는 말에 멋쩍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선 “글만 봐도 너무 괜찮은 사람이더라. 닮은 점을 체크하는데 없어서 미안했다”는 사과로 운을 뗐다. “조금이라도 비슷한 점은 인내한다는 것?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려고 했어요. 호수는 청력이 좋지 않지만 누구보다 약자의 이야기를 잘 들어요. 작가님께서 마음으로 듣는다는 것을 호수를 통해 드러내고 싶었던 게 아닐지 조심스럽게 생각했어요. 연기도 내 얘기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대 대사도 들어야 해요. 알고 있었지만 이 캐릭터를 만나면서 더 들으려고 노력했어요.”

인물에 대한 애정의 크기는 그가 불어넣은 디테일에서 짐작할 수 있었다. “청력을 다 잃진 않고 반 정도 남아 있는데, 남들보다 못 듣고 있다는 거잖아요. 이 상태가 10년 동안 지속됐을 때 버릇으로 어떻게 축적됐을까 생각했어요. ‘나는 잘 듣고 있어요’라며 더 잘 들으려고 했을 것 같고, 내가 알기 때문에 ‘나는 말을 잘해요’를 표현하고 싶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상대 입 모양을 보려고 했어요. 말 템포가 느린 것도 말을 잘하려고 하다 보니 그랬고요. 대본에 힌트가 있긴 했지만 욕심을 좀 더 냈어요.”

배우 박진영. BH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실상 1인 4역인 유미래, 유미지가 연기 최고난도 캐릭터지만, 이호수도 만만치 않았다. 애틋한 첫사랑이자 연인인 유미지, 데면데면하지만 마음의 짐이 있는 유미래, 고맙지만 불편한 식구에서 진짜 가족이 되는 엄마 연분홍…. 이호수는 드라마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직결되는 인물 대부분과 깊은 서사가 있었다. 특히 11회에서 이호수와 연분홍이 단란하지만 아슬아슬한 모자의 허울을 벗어내고 그간의 감정을 쏟아내는 신은 가히 ‘연기 쇼’였다.

“그 장면은 비하인드가 많은데, 선영 선배님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어요. ‘진영아, 그 신 좋더라’ 하면 중요하다는 말이거든요. 그래서 저도 부담이 컸나 봐요. 떨치려고 했는데도 촬영 때 두세 테이크를 정말 못했어요. 호수처럼 저도 모르게 땅굴을 파고 있더라고요. 그런데 선배가 저한테 와서 ‘괜찮아. 나만 봐. 내가 다 줄 테니까 느끼기만 해’하고 가셨어요. 진짜 분홍인 줄 알았어요. 그때부터 가슴이 너무 아프면서, 오케이 사인을 받았어요. 선배님께 정말 큰 도움을 받았죠.”

과정이 어떠했든 내공이 대단한 박보영과 김선영에게 잡아먹히지 않고 대등하게 감정 연기를 펼쳤다는 점만으로도, ‘미지의 서울’은 배우 박진영의 재발견이다. 최근 영화 ‘하이파이브’에서도 하루아침에 젊어진 사이비 교주 영춘으로 분해, 노인 영춘 역의 신구와 흡사한 대사 처리로 호평을 받았다. 갓세븐 멤버에서 배우로, 배우에서 갓세븐 멤버로 인식하는 순서는 저마다 다르지만, 그를 읽고 싶어 하는 이가 많아진 것만은 확실하다.

“오늘처럼 인터뷰 하는 날, 누군가는 나를 봐주셨구나 생각하게 돼요. 더 잘해보고 싶어져요. 오랫동안요. 그래서 작품을 많이 보려고 해요. 표현하고 싶은 사람이라 다른 사람이 좋은 표현을 했을 때 시너지를 얻는 것 같아요. 동기부여도 되고요. 저만의 방법인데, 기라성 같은 선배님들의 옛날 작품을 많이 봐요. ‘나랑 비슷한 나이에 이걸 하셨다고?’라는 생각이 들어요. ‘하이파이브’를 하면서도 많이 느꼈는데, 신구 선생님은 제가 살아온 시간의 두 배가 넘도록 연기하셨어요. 다양한 캐릭터를 해보고 싶고,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캐릭터를 해보고 싶어요. 부담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재밌어요.”

심언경 기자
notglasses@kukinews.com
심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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