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중력 저하, 잦은 실수, 기억력 감퇴로 일상 능률이 떨어진다고 느낀 적 있는가. 이는 성인 ADHD(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최근 5년 사이 성인 ADHD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ADHD는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로, 발달기 아동에게서 주로 증상이 보이는 선천적 질환이다. 뇌의 주의 조절과 관련된 신경전달물질 분비 문제가 원인으로 꼽힌다. ADHD의 주요 증상으로는 주의 집중의 어려움, 충동 조절의 문제, 과잉 행동 등이 있다. 성인 ADHD는 아동기에 ADHD를 진단받지 못하고 그 증상이 성인까지 이어지는 경우를 의미한다. 성인 ADHD는 주의력, 집중력 부족, 조직력 저하 등의 증상이 두드러진다.

현재 대한민국의 성인 ADHD 환자는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3월 식품의약품안전처 통계에 따르면, ADHD 치료에 쓰이는 약물인 메틸페니데이트의 처방량이 2020년 대비 2024년에 약 2.4배로 늘어났다. 건강보험공단 통계에 따르면, 성인 ADHD 환자는 2019년 1만8105명에서 2023년 9만9664명으로 약 4.9배 증가했다.
이러한 증가세의 배경에는 최근 미디어에서 ADHD 관련 콘텐츠가 부쩍 늘어나며 증상에 대한 대중적 인식이 높아진 영향도 있다. 유튜브, SNS 등을 통해 성인 ADHD 증상을 접한 이들이 자신의 경험과 겹쳐 보이는 사례에 공감하며 진단을 고려하게 된 것이다.
유튜버 ‘랄랄’의 ADHD 검사 후기 쇼츠는 6일 기준 조회수 253만 회를 기록했다. 댓글은 자신의 ADHD 검사 경험과 증상을 공유하는 반응이 다수다. 배우 김지호 또한 최근 유튜브 콘텐츠에서 자신이 ADHD 환자임을 언급했다. “자전거 타고 달리다가, 힘들면 그늘에서 책 읽고…”라며, 자신이 ADHD이기 때문에 한 가지 일을 진득하게 하지 못한다고 언급했다.

최근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은 이모(21)씨도 미디어 콘텐츠를 통해 증상을 자각하고 검사를 결심한 사례다. 이씨는 “SNS에서 성인 ADHD 관련 증상을 접하게 되었는데, 딱 내가 겪는 불편함과 같았다”고 밝혔다. 이씨는 “SNS에서 ADHD 검사 과정이나 치료 후기 등을 많이 접했다”며 “혹시라도 내가 ADHD가 맞더라도 치료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 것 같아 내원을 결심했다. SNS상의 성인 ADHD 관련 내용이 정신과 내원에 대한 심리적 허들을 낮췄다”고 말했다.
ADHD 자가진단 역시 증상을 자각하고 병원을 찾게 하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되고 있다. ASRS(Adult ADHD Self-Report Scale)는 세계보건기구(WHO)와 하버드 대학이 공동 개발한 성인 ADHD 공식 도구이다. 여러 국내 사이트나 앱에서 자가진단을 할 수 있다.

또 다른 이모(26) 씨는 작년 8월부터 성인 ADHD로 진단받아 약물을 복용하기 시작했다. 이씨는 “미디어에서 성인 ADHD 관련 증상을 접했다. 내가 평소 겪는 불편함과 동일했지만, 바로 병원에 가기 어려워 인터넷에서 ADHD 자가진단을 먼저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어 “자가진단 결과에 따라 병원에 갈지, 상황을 더 지켜볼지 결정하려 했다”고 했다. 이씨는 “자가진단 결과 ADHD 증상에 많이 해당돼 병원에 내원했다. 약물 복용 후 일상생활이 훨씬 편해졌다. 병원에 내원하길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남구 정신건강의학 전문병원인 연세강신경과정신과에 따르면, 최근 병원에 방문하는 성인 환자의 대부분이 ADHD 검사를 목적으로 내원한다. 병원 관계자는 “SNS를 통해 ADHD 증상이 널리 알려지면서, 자신의 증상과 유사하다고 느낀 환자들의 방문이 늘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어 “ADHD로 진단 결과가 나오더라도 간단한 약물로 많은 개선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며 “일상생활 속 불편함을 겪는 분들이 거부감 없이 내원할 수 있도록 ADHD 인식 개선이 더욱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