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 관리’ 셧다운 본격화…철근 가격 올라도 못 웃는 철강업계

‘재고 관리’ 셧다운 본격화…철근 가격 올라도 못 웃는 철강업계

- 동국제강 7월22일부터 사상 첫 인천공장 셧다운
- 현대제철, 정기보수 시즌 활용한 재고 조절 전략
- 철근 가격 상승했지만, 건설경기 침체 지속…“연장 가능성도”

기사승인 2025-07-15 06:00:07
현대제철이 생산한 철근 제품의 모습. 현대제철 제공 

중국산 철근 공급 과잉에 국내 건설경기 침체까지 겹치면서, 철강업계가 이례적으로 생산 중단(셧다운)에 돌입하고 있다. 최근 철근 가격이 일부 상승했지만, 전기료 등 복합적인 원가 요인으로 인해 생산을 바로 재개하기 어려워 기대만큼 수익성이 빠르게 회복되기는 힘들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5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동국제강은 오는 22일부터 8월15일까지 약 한 달간 인천공장의 가동을 중단한다. 국내 단일 기준 최대 규모(연 220만톤)의 철근을 생산할 수 있는 인천공장이 멈추는 것은 1972년 공장 설립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현대제철 역시 오는 21일부터 8월31일까지 42일간 인천공장(연산 155만톤)의 가동을 멈춘다. 셧다운보다는 정기보수의 성격이 강하지만, 지난 4월 감산 목적으로 한 달간 인천공장의 셧다운을 단행한 바 있어 생산량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제철은 당진 철근공장도 정기보수를 목적으로 지난달 29일부터 이날까지 멈춘 바 있다.

통상 3분기에 해당하는 하절기는 철강업계 설비 정기보수의 시즌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러나 올해는 업황 악화와 맞물리며 셧다운 결정이 ‘단순 보수’ 차원을 넘어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익명을 요청한 업계 관계자는 “업계 악재들이 좀처럼 해소되지 못하면서, 하절기 정기보수 시즌을 맞아 이른바 ‘이참에 쉬면서 정비도 하고, 적자판매 부담도 덜면서 재고 조절을 하자’는 의지가 어느 정도 담겨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철근 한정으로 봤을 땐 중국산 공급 과잉보다 국내 건설경기 침체가 심각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총 착공 면적은 7931만m²로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았던 2008년(7519만m²)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최근 10년(2015~2024년)간 평균 착공 면적(1억1800만m²)에 비하면 67% 수준이다. 

올해 4월과 5월 원도급공사 계약액은 각각 3.5%와 10.5% 감소했다. 원도급공사가 줄었다는 것은 신규 대형 공사 자체가 줄었다는 의미다. 

이 같은 흐름 속에 국내 철근 연간 생산능력(1246만 톤)에 비해, 올해 철근 수요는 673만 톤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철근을 생산해도 팔 길이 없으니, 생산을 멈춰 수급을 조절하는 셈이다.

동국제강 인천공장에서 철근이 생산되는 모습. 동국홀딩스 제공 

철근 가격 올랐지만…건설경기 회복 관건

셧다운 효과로 철근 유통 가격은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4일 기준 국내 철근 유통 가격은 톤당 74만원 수준으로, 지난달 13일 68만5000원에서 지난달 20일 72만5000원으로 4만원가량 상승한 후 꾸준히 오름세다. 통상 여름철 무더위로 인해 건설 공사가 축소·중단돼 철근 가격이 하락해 왔던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하지만 철강업계에서는 여전히 수익성 회복에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고철 가격과 전기료 등을 포함한 제조원가는 톤당 75만 원, 유통 마진 등을 고려하면 78만원 수준이 손익분기점으로 여겨진다. 더욱이 건설 수요가 상대적으로 높았던 5~6월 원가 수준이 매우 낮았던 데다, 3년 전인 2022년 5월 철근 가격이 톤당 118만원이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지금의 가격은 회복 수준으로 보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건설 경기의 회복 가능성도 뚜렷하지 않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 1~5월 전국 종합건설업체 폐업 신고 건수는 27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6건 증가했다. 이는 2024년 연간 폐업 수치(529건)의 절반을 5개월 만에 넘어선 수치다.

건설기업을 대상으로 경기 전망치를 추산하는 건설기업경기실사지수(CBSI)는 5월(74.3)에 이어 6월도 73.5를 기록하며 기준선인 100을 크게 밑돌았다. CBSI가 100을 밑돌면 그만큼 앞으로의 건설경기를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철근을 대상으로 한 철강업계 셧다운이 예상보다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8월 시장 상황 변화를 지켜보고 만약 공급 과잉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셧다운 연장을 검토해야 할 상황”이라며 “과잉재고 및 수급 불균형 해소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김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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