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권을 겨냥한 세제개편 등 전방위적 압박이 가해지고 있는 가운데, 규제성 입법까지 추진되면서 업계가 난색을 표하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소수주주권 조항에 다중대표소송제 관련 사항을 포함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이사의 책임을 따져물을 수 있도록 하는 다중대표소송제 허용을 골자로 한다. 소수주주의 조건은 발행주식총수의 0.05% 이상, 6개월 이상 보유로 규정했다.
다중대표소송제는 지난 2020년 12월 상법 개정을 통해 기업에 도입됐지만, 금융회사의 특성을 고려한 조정이 이뤄진 적은 없다. 김 의원은 “상법상 상장회사 기준보다 완화된 주식보유요건을 적용해 제도 도입의 실효성을 높이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금융계에서는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소수 주주의 권리 보장이라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소송 남발과 외국계 행동주의 펀드의 경영권 공격 등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 역시 “외국 자본이 국내 기업 경영에 지나치게 개입할 우려가 있다”며 “자회사의 해외 진출이나 신사업 추진에 소송을 걸 수 있어 경영 위축이 우려된다”고 했다. 이어 “이 법안이 왜 나왔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 신설 방안도 예의주시하는 사안이다. 국정기획위원회는 금융위가 맡아온 국내 금융 정책을 기재부가 흡수하고, 금융위의 감독 기능은 금융감독원과 통합해 금융감독위원회로 개편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또 금융소비자보호처(금소처)를 분리해 금소원으로 격상하는 안도 논의 중이다.
이 경우, 현재 금융위·금감원 체제에서 기재부·금감위·금소원으로 감독기관이 늘어나게 된다. 금융기관이 부담해야 할 분담금도 늘어날 전망이다. 금융사들은 금융위설치법에 따라 금감원 운영 지원을 위해 비용을 분담해왔다. 공공기관이 아닌 무자본 특수법인으로 분류된 금감원은 감독 서비스 제공 수수료라는 명목으로 분담금을 받아왔다. 금감원이 지난해 금융사로부터 받은 분담금은 3029억원으로 전체 예산의 70% 이상에 달한다.
부가비용의 증가도 불가피하다. 각종 정책 현안에 대응하기 위해 세종청사를 자주 방문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입법 추이를 살펴보기 위한 국회 활동까지 고려하면 정관계 소통을 전담할 대관 비용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위와 금감원만 상대하던 상황에서, 향후 금소원이나 별도 위원회 등으로 감독 주체가 늘어나면 사실상 ‘시어머니’가 두세 곳으로 늘어나는 셈”이라며 “자료 제출 등에서 실무 혼선이 커지고 분담금도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세도 금융권을 옥죄고 있다. 정부는 ‘2025년 세법개정안’에 따라 내년부터 수익 1조원 이상인 은행·보험·증권사 등에 적용하는 교육세율을 현행 0.5%에서 1.0%로 상향 조정한다. 교육세는 교육 시설 확충과 교원 처우 개선 목적으로 걷는 세금이다. 정부는 과표 구간을 새로 신설해 수익금액이 1조원 이상일 경우엔 세율 1.0%를 적용하는 안을 세법개정안에 포함했다. 현재 금융권이 부담하는 교육세 규모는 약 2조원 수준이다.
이번 세법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내년부터 약 60여곳에서 연간 1조3000억원 교육세가 추가로 걷힐 것으로 보인다. 수익규모가 상대적으로 더 큰 시중은행은 연간 1000억~2000억원대 추가 세금지출이 추산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은 결국 수익을 추구하는 기업이기 때문에, 세금 인상이 발생하면 비용을 조정할 수밖에 없다”며 “대출금리를 인상하거나, 예금금리를 낮추는 방식으로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