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정부가 맞닥뜨린 현실은 ‘복합위기’였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출범 77일째인 19일 기자간담회에서 “이중·삼중의 복합 위기를 맞았다”며 국정 초반의 무게를 숨김없이 드러냈다. 트럼프 시대 통상환경에 대해선 “뉴노멀(new normal)”이라며 “끊임없는 협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강 실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경제 상황에 대해 “지난 정부의 건전재정 도그마가 낳은 참사”라고 비판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13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소매판매지수가 망가진 내수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며 “결국 2023~2024년 87조 원의 세수결손으로 나라 곳간은 바닥을 드러냈고, 취약계층을 위한 최소한의 지출조차 막힌 상황이었다”고 지적했다.
국제무대도 녹록지 않았다. 출범 직후 몰아친 미국발 관세협상은 ‘급한 불’은 껐으나 근본적 불확실성을 남겼다. 강 실장은 “관세가 0%에서 15%로 전환되며 대미 수출이 10% 감소할 수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도 있다”며 “트럼프 체제 통상협상은 끊임없는 재협상을 예고하는 뉴노멀”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응해 정부는 속도전으로 정책을 밀어붙였다. 강 실장은 “출범 당일 비상경제TF를 꾸리고 한 달 만에 추경을 통과시켰다. 디지털 전환과 AI 3대 강국 진입을 위해 민관 합동 100조 원 투자, GPU 5만 장 확보, AI 고속도로 구축을 추진 중”이라며 “RE100 산단 조성, 차세대 전력망 구축도 본격화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석유화학 같은 국가기간산업이 중국발 저가 공세로 몰락 위기에 처했는데, 지난 정부가 손 놓고 있었다. 우리는 기업 자구노력을 전제로 금융·정부 지원을 총동원해 친환경·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는 신중한 톤을 유지했다. 그는 “6·27 대책 이후 거래량은 줄었지만 상승세는 여전히 감지된다”며 “시장이 과열되고 냉각돼 경제에 부담이 된다. 시장을 세밀하게 모니터링하며 조속히 공급 방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의 한마디가 시장을 뒤흔드는 만큼 컨센서스 없는 성급한 개입은 오히려 위험하다”고 덧붙였다.
노동정책에서는 방향성을 분명히 했다. 강 실장은 “노조법 개정은 우리가 가야 할 길”이라며 “산업현장의 대화 촉진과 격차 해소를 위해 절차대로 추진하겠다. 재계의 우려는 듣되 늦추거나 피해갈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