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이 광복절 특별사면 이후 ‘광폭 행보’를 보이는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에 대한 불편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이 지지율 하락 등 사면 후유증을 앓고 있는 가운데, 조 전 대표에게 자숙하라는 공개 요구가 끊이질 않고 있다.
전현희 민주당 최고위원은 2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조 전 대표가 감옥에 있는 바람에 정치적 활동을 하지 못했다. 사면·복권된 상황에서 당연히 정치적 행보를 재개할 수 있다”라면서도 “다만 좀 더 겸허한 자세로 국민과 함께하는 그런 모습을 보이는 게 좋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에서 가장 먼저 조 전 대표에 대한 사면을 공개 요청한 강득구 의원도 “보편적인 국민 정서에 부합하지 않는 행보”라며 “당혹스럽다”라는 반응을 내놨다. 강 의원은 “조 전 대표가 석방 이후 끊임없이 메시지를 내고 있다. 혁신당에 복당하고 당 혁신정책연구원장을 맡는다고 한다. 선거 출마와 관련한 보도까지 난무하고 있다”며 “석방된 지 이제 겨우 일주일이 지났지만 몇 개월이나 지난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조 전 대표를 향해 공개적으로 쓴소리를 내는 것은 조 전 대표의 ‘엔분의 1’ 발언이 촉매가 됐다는 평가다. 조 전 대표는 지난 18일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직후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 하락에) 엔분의 1 정도의 영향이라고 생각한다”며 “‘조국 사면 때문에 모든 지지율이 떨어졌다’는 건 원 자료를 보더라도 아닌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실제로 이 대통령의 지지율 최근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취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19~21일 전국 만 18세 이상 국민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 대통령 직무 평가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긍정 평가는 56%로 지난주보다 3%p 하락했고 부정 평가는 35%로 5%p 상승했다. 부정 평가 사유로는 단연 특별사면(21%)이 1위를 차지했다.
이 대통령은 국민 여론과 정권 운영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조 전 대표를 광복절 특별사면 명단에 올리는 결단을 했다. 그러나 조 전 대표가 자숙 없이 곧바로 선거 출마 공식화, SNS 정치 등 ‘자기 정치’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민주당은 조 전 대표가 이재명 대통령과 당 전체에 부담이 되고 있다는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준호 최고위원은 전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사면 자체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부담이 상당했을 것”이라며 “조 전 대표가 이 부분에 대해 평가를 박하게 하는 게 아니냐 하는 느낌이 있다”고 했다.
박용진 전 의원도 “(조국 특사가) 국정 운영에 상당히 짐이 된 것은 사실”이라며 “이재명 정부나 민주당에 대한 배려를 했으면 한다”고 꼬집었다.
한편 조 전 대표는 민주당의 신중 행보 주문에도 정치 행보 속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조 전 대표는 오는 24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하고 25일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다. 또 이번 달 말까지 호남 지역을 순회하며 당원들과 만난다. 사실상 내년 지방선거 준비에 나서는 모양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