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AIST가 지형을 스스로 판단해 걷고, 뛰는 로봇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계단에서는 걷고, 틈은 뛰어넘고, 숲길에서는 균형을 잡는 등 환경에 맞춰 보행 방식을 실시간으로 바꿀 수 있어 재난현장, 산악지형, 국방 등 차세대 피지컬 인공지능(AI) 로봇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KAIST 기계공학과 박해원 교수팀은 한 제어기로 걷기, 달리기, 점프 등 다양한 보행 기술을 실시간 선택·전환하는 사족보행로봇 제어기술을 개발했다.
기존 사족보행로봇은 평지에서 빠르게 달리거나 특정 장애물을 넘는 데는 강점을 보였지만, 계단이나 단차, 디딤돌, 틈, 쓰러진 나무처럼 다양한 장애물이 연속으로 존재하는 야외환경에서 속도와 안정성을 함께 확보하기 어려웠다.
또 걷기와 달리기, 점프를 각각 다른 제어기로 수행해 상황에 따라 자연스럽게 전환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행동 사전학습 기반 트랜스포머 강화학습(APT-RL) 제어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로봇이 걷기, 달리기, 점프 등 다양한 보행 기술을 먼저 학습한 뒤 실제 환경에서는 지형과 속도에 맞춰 가장 적합한 움직임을 스스로 선택하도록 설계했다.
특히 사람이나 동물의 움직임을 직접 촬영하는 모션캡처에 의존하지 않고 컴퓨터 시뮬레이션만으로 학습 데이터를 생성했다.

연구팀은 로봇의 움직임을 수학적으로 계산하는 동역학 모델과 가장 효율적인 이동 경로를 찾는 궤적 최적화 기법을 활용해 15시간 분량의 보행 학습 데이터를 8분 만에 완성했다.
생성 데이터는 로봇의 기본 보행 능력을 익히는 데 활용하고, 강화학습을 적용해 다양한 환경에서 적절한 보행 기술을 스스로 선택하도록 학습시켰다.
연구팀은 목표 속도를 유지하는 능력과 균형 유지, 관절에 가해지는 힘, 미끄러짐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로봇이 가장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움직임을 갖추도록 했다.
이를 위해 지형의 입체정보를 얻는 깊이 카메라와 라이다(LiDAR)를 함께 적용했다.
깊이 카메라는 가까운 장애물의 높이와 형태를 정밀하게 측정하고, 라이다는 먼 거리의 지형을 빠르게 인식한다.
두 센서를 결합하자 로봇은 앞쪽 지형의 형태와 자신의 자세, 속도를 함께 분석하고 가장 적합한 보행 전략을 실시간 선택했다.
이 때 개발한 제어기는 KAIST가 자체개발한 사족보행로봇 ‘하운드(HOUND)’에 탑재해 검증했다.
실제 실내 장애물 코스뿐 아니라 KAIST 캠퍼스, 숲길에서 시험한 결과 하운드는 계단, 잔디, 경사로는 물론 쓰러진 나무, 노출된 뿌리, 낙엽길 같은 비정형 지형에서 상황에 따라 보행 방식을 바꾸며 안정적으로 이동했다.
특히 장애물이 있는 험지에서 순간 초속 6m를 기록했다.

또 하운드는 이동 중 스스로 보행 방식을 전환했다.
안정적인 이동이 필요한 환경에서는 대각선 방향의 다리를 번갈아 움직이는 트롯(trot) 보행을 선택했고, 높은 단차나 큰 장애물을 빠르게 넘어야 할 때는 앞다리와 뒷다리를 각각 동시에 사용하는 바운드(bound) 보행으로 전환했다.
이 기술은 기존 여러 제어기를 번갈아 사용하는 방식이 아닌, 한 제어기로 걷기와 달리기, 점프, 단차 극복, 착지까지 자연스럽게 연결한다.
연구팀은 향후 장거리 자율주행과 경로계획, 시각기반 상황인식기술을 결합해 재난현장과 산업시설, 산악 등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자율보행로봇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박 교수는 “로봇이 미리 정해진 동작을 반복하는 수준을 넘어 주변 환경에 맞춰 행동을 스스로 결정하도록 구현했다"며 ”복잡한 야외 환경에서 활용할 차세대 피지컬 AI 로봇 기술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강준길 국방과학연구소 연구원과 KAIST 기계공학과 박재현 박사과정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고, 연구결과는 15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Science Robotics)’ 7월호 표지 논문으로 선정됐다.
(논문명: Agile perceptive multi-skill locomotion for quadrupedal robots in the wild)

이재형 기자 jh@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