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첨단산업과 인공지능(AI), 미래산업 육성을 국가 성장동력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심장부인 대전은 한 줄도 언급되지 않아 대전 시민과 연구 인력, 반도체 전공 학생 등은 허탈감이 크다.
더욱이 이재명 대통령은 대전과 결코 낯선 인연을 가진 정치인이 아니다.
2021년 경기도지사 시절 대전시와 업무협약을 체결할 정도로 대전의 과학기술 역량과 미래산업 경쟁력을 높게 평가했던 인물이다.
당시 이 대통령은 대전과 경기도가 바이오산업 등 미래산업 분야에서 협력하며 국가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런데 이번에 국가 미래전략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대전은 사실상 정책의 중심에서 제외된 모습이다.
대전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랜 기간 정부가 연구개발(R&D)에 투자해 온 도시다.
국가가 직접 설계하고 키워온 과학기술 도시이며, 수십 년 동안 막대한 국비가 투입된 국가 연구개발의 전진기지다.
특히 반도체 분야에서 대전의 경쟁력은 생산이 아닌 연구개발에 있다.
많은 사람들이 반도체 산업을 이야기하면 대규모 생산공장부터 떠올리지만, 세계 최고의 반도체 경쟁력은 연구개발과 인재 양성에서 시작된다.
반도체 설계와 소재·부품·장비 기술, 테스트베드 구축, 전문 인력 양성은 생산공장 못지않게 중요한 국가 경쟁력이다.
대전은 이미 그 기반을 갖추고 있다. LX세미콘을 비롯한 상장사 10개 사와 400여 개의 소재·부품·장비 기업이 집적돼 있으며, ‘나노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지정과 함께 ‘반도체 테스트베드’ 구축이 추진돼, 반도체 소재 및 부품 분야는 실제 테스트가 진행 중이다.
더불어 주요 대학과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반도체 전문 인재를 연간 780명 규모로 양성하는 전국 최고 수준의 연구개발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나노종합기술원과 정부출연연구기관, 대학이 집적된 대전은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뿌리’ 역할을 하고 있다.
반도체 생산공장이 꽃이라면 대전은 그 꽃을 피우기 위한 토양과 뿌리를 만들어 내는 도시인 셈이다.
그럼에도 정부의 국가 프로젝트에서 대전은 빠졌다. 생산기지와 산업단지 조성에만 초점이 맞춰진 정책이라면, 국가 첨단산업의 미래를 반쪽만 바라보는 셈이다.
연구개발 없는 생산은 오래가지 못한다. 기술 패권 경쟁 시대에 연구개발 인프라를 외면하는 것은 결국 대한민국의 미래 경쟁력을 스스로 축소하는 일과 다르지 않다.
대전 시민들이 섭섭함을 느끼는 이유는 지역 이기주의 때문이 아니다. 국가가 필요해 수십 년간 투자해 온 ‘과학도시’가 국가 미래산업 전략에서 소외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이 반도체와 AI, 첨단산업을 이야기한다면 그 중심에는 연구개발이라는 핵심 축인 대전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누구보다 대전의 가치를 잘 알고 있는 정치인이다. 그렇기에 시민들의 아쉬움은 더욱 크다.
한편 허태정 대전시장은 7월 확대간부회의에서 “이재명 정부의 메가 프로젝트를 지역에 유치할 수 있도록 지방정부가 맞춤형 제안을 해야 한다"며 “대전이 그동안 중앙정부 공모사업에서 실패를 거듭한 이유는 정치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정부가 대전을 국가 전략사업에 적극 반영하는 노력과 함께, 대전시 역시 미래산업을 국가 프로젝트와 연결할 정치력과 전략을 갖춰야 한다는 의미다.
대한민국의 미래 첨단산업을 이야기하면서 연구개발(R&D)의 심장인 대전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반도체 생산기지만으로 세계 시장을 선도할 수는 없다.
과연 이재명 대통령은 대전을 잊었는가. 아니면 대한민국 3대 프로젝트의 퍼즐에 아직 대전의 자리가 비어 있는 것인가.
대한민국 과학수도 대전은 지금, 이재명 대통령의 답을 기다리고 있다.
명정삼 기자 mjsbroad@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