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0년대 초 한국인의 식탁은 고추장과 된장, 간장이 채우고 있었다. 케챂은 미군을 통해 들어온 서양 음식에 곁들이는 소스 정도였고, 시장도 대부분 수입 제품이 차지했다. 이런 시장에서 오뚜기는 1971년 국내 최초로 토마토케챂을 선보였다. 지금은 너무도 익숙한 ‘국민 소스’의 시작이었다.
오뚜기의 도전은 국산 식품에 대한 신뢰를 만드는 과정이었다. 6·25 전쟁 이후 식량난이 이어지던 시기, 함태호 오뚜기 명예회장은 국민 건강에 도움이 되는 식품을 만들겠다는 뜻으로 1969년 오뚜기의 전신인 풍림상사를 세웠다. 당시만 해도 국산 식품은 품질에 대한 신뢰가 높지 않았고 케챂 역시 수입 제품이 당연하게 여겨졌다.
국산 케챂을 만드는 일도 쉽지 않았다. 토마토 원료는 물론 제품을 담을 유리병조차 구하기 어려웠다. 오뚜기는 케챂만의 이미지를 살리기 위해 전용 유리병을 직접 제작했고, 플라스틱 용기로 바뀐 지금까지도 특유의 디자인을 이어오고 있다.
맛도 한국식으로 새로 만들었다. 토마토를 오래 졸여 만든 페이스트에 물엿과 설탕 등을 더해 단맛을 살렸고, 300g 제품 한 개에 토마토 9.4개 이상을 넣어 맛을 살렸다. 이후에도 제품 완성도를 높여갔다. 800g 제품 한 병에 토마토 23개 이상을 담고 원터치 캡을 도입했으며, 케챂으로 깍두기를 담그는 광고를 선보이는 등 한국 식문화와 접목한 마케팅도 이어갔다.
이렇게 탄생한 토마토케챂은 오므라이스와 햄버거, 감자튀김처럼 당시 ‘신식 음식’으로 불리던 메뉴와 함께 소비됐다. 하지만 외식 문화가 확산되고 식생활이 서구화되면서 활용 범위도 빠르게 넓어졌다. 계란프라이와 소시지, 볶음밥은 물론 떡볶이와 각종 볶음요리에도 케챂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서양 소스였던 케챂은 어느새 한국 식문화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것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빨간 케챂도 시대에 맞춰 진화하고 있다. 대표 제품인 ‘진한 토마토케챂’ 외에도 당과 나트륨을 줄인 ‘LIGHT&JOY 1/2 하프케챂’, ‘LIGHT&JOY 저당 케챂’, 토마토 풍미를 살린 ‘델리토마토케챂’, 6가지 과일과 채소를 더한 ‘과일과 야채 케챂’ 등을 잇달아 선보였다. 용량도 소용량부터 업소용 대용량까지 다양하게 구하며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혔다.
출시 55주년을 맞은 올해 오뚜기는 케챂의 쓰임새를 한 단계 더 넓힐 계획이다. 식탁 위에 뿌려 먹는 소스를 넘어 다양한 요리에 활용하는 조리용 소스로 새로운 소비 문화를 제안한다는 전략이다.
오뚜기 관계자는 “토마토케챂은 특정 세대나 유행에 머무르지 않고, 언제나 소비자의 식탁 위에 자연스럽게 놓여 있던 제품”이라며 “55년 동안 쌓아온 신뢰의 기반에는 변하지 않는 맛과 품질에 대한 원칙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익숙한 맛을 지키는 동시에, 케챂을 더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을 지속적으로 제안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