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국채금리가 기준금리를 넘어섰다. 지난 두 달간 기준금리 아래에서 횡보하던 국채 금리가 상승세로 전환한 것이다. 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뿐만 아니라 한국은행도 매파적 기조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을 내비쳤으나 의견이 엇갈리는 모양새다.
3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국고채권 3년물 금리는 연 3.524%로 지난 3월 중순 이후 두 달 만에 기준금리(연 3.50%)를 상회했다. 이와 함께 국고채권 5년물(연 3.55%)과 10년물(3.693%)도 모두 기준금리를 넘어섰다.
일반적으로 국고채권 3년물 금리가 기준금리를 0.2∼0.3%p 웃도는 것이 정상적인 시장 상황으로 평가된다. 그동안 비정상적인 역전 상황이 지속된 것이다. 이는 미 연준과 한은의 연내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에 기인한다.
그러나 상황은 급변했다. 미 연준과 한은이 기준금리를 더 인상할 수 있다는 매파적 기조(통화긴축 선호)를 내놓으면서 흐름이 바뀐 것이다. Fed는 지난 24일(현지시간)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을 통해 “물가상승률을 2% 목표치로 되돌리기 위한 진전 속도가 여전히 용납할 수 없을 정도로 느리다”면서 “향후 회의에서 추가 정책 강화가 타당할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미 연준이 선호하는 물가 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도 올랐다.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해석되는 이유다.
26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지난달(4월) PCE 가격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4.4% 올랐다. 이는 직전 달인 3월 상승률(4.2%)보다 높은 수치다. 월가 전망치인 4.3%도 웃돌았다. PCE 물가는 연준이 통화정책을 진행할 때 참고하는 지표로 알려졌다.
한국은행도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25일 통화정책방향 기자 간담회에서 “한은이 금리를 동결해 놓고 앞으로 올리지 않을 텐데 겁만 주고 있다고 시장이 반응한다는 목소리도 들었다”며 “물가 등 데이터를 보고 (추가 인상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총재는 “금통위원 6명 모두 최종금리를 3.75%로 가져갈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이다”고 덧붙였다.
금리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우선 소비자물가가 둔화되는 추세지만 근원물가 둔화세가 예상보다 더뎌 물가 둔화 속도를 점검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미국 통화정책 방향을 점검할 필요성도 있다. 이 총재는 “미 연준이 금리를 중단할지 지속할지, 이것이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더 지켜봐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증권가의 전망은 서로 엇갈리고 있다. 우선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시기상조란 입장도 존재한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추가 인상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현실성이 크지 않다”며 “오는 9~10월 미 연준이 양적긴축(QT)을 종료할 것으로 전망하고, 한은 역시 올해 4분기에 금리인하를 선제적으로 단행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임재윤 KB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추가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지만, 공공요금 인상 영향이 큰 만큼 금리 인상이 마무리된 것으로 판단한다”며 “그러나 연말 3% 물가, 그리고 그 이후 물가 둔화를 확인해야 한다는 한은의 언급을 고려하면 금리인하 시점은 내년 2분기로 전망한다”고 평가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