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시총 ‘내리막길’…계열사 약진에도 ‘삼전’ 부진 여파

삼성그룹 시총 ‘내리막길’…계열사 약진에도 ‘삼전’ 부진 여파

기사승인 2024-09-13 06:00:07
쿠키뉴스DB

삼성그룹의 전체 시가총액이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금융 계열사들의 약진에도 시총 1위인 삼성전자 주가가 크게 뒷걸음질 친 여파로 분석된다. 그룹 시총 상승을 위해서는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이 필요하지만 증권가는 오히려 목표주가를 일제히 내리고 있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 17개 상장사의 시가총액은 지난 11일 593조847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7월8일에 기록한 721조5250억원에 비하면 크게 감소한 수준이다. 시가총액 1조원 이상인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인 KODEX 삼성그룹 가격도 7월5일 9915원에서 11일 9120원으로 8.32% 떨어졌다.

삼성그룹의 시총이 최근 들어 감소세를 보이는 이유는 최대 비중을 차지하는 삼성전자의 주가 부진 때문이다. 11일 기준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395조7966억원으로 그룹 전체의 시총 중 67%에 달한다.

앞서 삼성전자 주가는 7월달만 해도 우상향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이끌었다. 올 2분기 실적 발표에서 매출 74조원, 영업이익 10조4000억원을 기록해 호실적을 선보인 영향이다. 영업이익은 시장 기대치인 8조6000억원을 대폭 상회하기도 했다.

당시 증권사들은 일제히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하며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 가장 높은 목표주가를 제시한 곳은 NH투자증권과 키움증권, SK증권이다. 이들은 목표주가를 각각 10만원, 11만원, 10만5000원에서 12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외에도 하나증권 11만7000원, 현대차증권·유안타증권이 11만원으로 목표주가를 올렸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당시 “하반기로 갈수록 반도체 사이클 수혜 강도 상승과 고대역폭메모리(HBM) 진입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그동안 받았던 디스카운트 요인들이 해소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주가는 실적 발표 당일인 7월5일 8만7100원에 마감한 이후 같은달 11일 장중 52주 최고가인 8만8000원을 기록했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등반한 ‘9만전자’가 다가왔다는 기대감도 넘쳐났다.

그러나 상승 곡선은 금세 고꾸라졌다. 전날 삼성전자 주가는 6만6300원으로 52주 최고가 대비 25% 급감했다. 연초 7만9600원과 비교해도 17.08% 줄어든 가격이다. 지난달 글로벌 증시를 뒤흔든 경기침체 공포에 촉발된 블랙 먼데이 때도 7만원대를 유지했으나, 결국 7만원 방어선을 지키지 못하고 후퇴했다.

이는 곧 삼성그룹 전체의 시가총액 저하로 이어졌다. 그룹 내 금융계열사들의 주가 상승세도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일례로 삼성생명 주가는 연초 6만8200원에서 전날 9만6200원으로 41% 증가했다. 이에 시총도 지속 상승세를 보였으나 삼성전자 주가 하락을 만회하기엔 역부족이었다.

향후 전망도 녹록지 못하다. 증권가에서는 7월과 달리 이달 들어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대폭 내리는 추세다. KB증권은 목표주가를 종전 대비 26.92% 낮춘 9만5000원으로 조정했다. 한국투자증권(-20%), 메리츠증권(-12.04%), DB금융투자(-9.09%), 현대차증권(-5.54%) 등도 이에 동참했다. 

주된 원인은 3분기 실적 부진이 예상돼서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3분기 추정치는 매출액 79조3000억원, 영업이익 10조3000억원으로 컨센서스를 각각 5%, 23% 하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도 “매출액은 반도체와 OLED의 출하량 부진 영향을 소규모 받을 것으로 보이지만, 영업이익은 반도체 부문의 일회성 비용과 원·달러 환율 하락 등으로 인해 예상치를 크게 밑돌 것으로 판단된다”고 진단했다.

다만 삼성전자 주가가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주가는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에 근접하며 과거 10년 평균 하단(1.2배)을 밑돌고 있어 향후 하락 위험은 제한적”이라고 예상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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