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얼라인, “두산밥캣, 美 상장 통해 기업가치 높여야”

‘행동주의’ 얼라인, “두산밥캣, 美 상장 통해 기업가치 높여야”

두산밥캣, 상장 이후 연평균 수익률 0.7%…“은행 예금보다 낮아” 질타
"본질적 ‘미국 기업’…美 상장은 충분한 개연성 갖춘 좋은 방안”

기사승인 2024-11-18 16:57:38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 사진=이창희 기자

국내 행동주의 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가 두산밥캣을 향해 주주환원 확대를 골자로 한 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제안했다. 사업과 매출 특성상 미국 시장으로의 이전상장을 통해 글로벌 투자자 이해 제고와 주주환원율 및 자본구조를 효율화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18일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는 두산밥캣 기업가치 제고 방안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밸류업 정책이 시작된 이후에 투자자가 회사의 밸류업을 만든 것은 처음인 것 같다”며 “두산밥캣이 실효성 있는 밸류업을 공시하는 데 있어 촉진제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두산밥캣의 밸류업이 강조되는 이유는 주가 상승률이 저조한 탓이다. 두산밥캣은 지난 2016년 11월18일 상장일 당시 3만5900원에 거래를 마친 이후 지난 15일 종가 기준 3만7580원으로 8년간 연평균 상승률이 0.7%에 그쳤다.

그러나 두산밥캣의 기업공개(IPO) 당시 매출액은 3조3000억원에서 지난해말 기준 9조8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이 대표는 “은행에 자금을 맡겨도 0.7%보다 높은 수익률을 낸다"며 "매출 성장세에도 시가총액과 주가에 영향은 미미했다”고 짚었다. 

얼라인은 두산밥캣의 주주환원율이 동종기업 대비 급격히 낮은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두산밥캣의 주주환원율은 지난해 기준 18%로 집계됐다. 같은 기준 동종기업(Kubora, Deere, Caterpillar)의 평균 주주환원율은 65%에 달한다.

이에 얼라인은 글로벌 동종기업 수준으로의 가치제고를 위한 ‘밸류업 로드맵’ 방안을 시장에 내놨다. 얼라인이 밝힌 밸류업 방안 가운데 가장 강조한 것은 두산밥캣의 미국 상장이다. 이 대표는 간담회를 시작하면서 “자연스러운 자본시장 논리대로라면 미국 시장에 상장했어야 한다. 한국 시장에 상장된 것은 부자연스러운 일”이라고 꼬집었다.

얼라인은 두산밥캣의 사업 내용과 매출 비중을 살펴볼 때 본질적으로 미국 회사라고 강조했다. 두산밥캣의 지난해 북미 매출 비중은 74%에 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연구개발(R&D) 인력도 전체 918명 가운데 절반을 넘는 471명이 북미에 상주하고 있다. 생산시설도 16개 중 8개가 북미에 위치했다. 더불어 두산밥캣은 지난 1947년 미국 노스다코타에서 출범한 현지 건설기계 업체를 모태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상장으로 주요 사업지와 상장지를 일치화해 글로벌 투자자 관심과 이해도를 제고할 필요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두산밥캣의 북미시장 사업 경쟁력을 고려하면, 미국에 상장된 주요 동종기업 대비 미 기관투자자 지분율은 현저히 낮게 집계됐다. 지난 14일 기준 두산밥캣의 미국계 기관투자자 보유 비중은 12.5%로 확인됐다. 동종기업인 Deere와 Caterpillar의 경우 평균 62.6%에 달한다. 

얼라인은 미국 상장을 위한 구조로 북미법인 중심 개편 이후 해당 법인의 미국 상장, 마지막으로 기존 국내법인을 상장폐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기타 종속회사 자산을 북미 법인 산하로 이전·편입한 다음 북미 법인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해 신주를 발행한다. 이를 재원으로 활용해 자금을 조달해서 국내 상장주식을 매입해 상장폐지 시키는 방식이다. 다만 이는 초기적인 예시로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 대표는 “필요하다면 두산밥캣 경영진들과 만나 관련된 자문을 도울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미국 시장으로의 이전상장 예시로 배관 관련 부품 생산 기업인 영국의 퍼거슨(Fergucon)을 들었다. 그는 “퍼거슨은 영국 회사였으나 매출 대부분이 미국에서 발생해 논의를 거쳐 주요 상장지를 영국에서 미국으로 변경했다”며 “이후 투자수요가 몰려들면서 이전상장 이후 주가 상승률은 약 69%에 달한다. 이는 미국 내 상장된 동종기업의 같은 기간 주가수익률인 평균 44%를 크게 상회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두산밥캣의 미국 상장을 통해 해외 기관투자자들의 거래 접근성을 제고하고 상장지수펀드(ETF) 등 패시브 자금의 투자 확대를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며 “실제 두산밥캣의 2015년 프리 IPO 및 2016년 IPO 추진 당시 미국 상장이 심도있게 검토된 바 있으며, 미국 상장은 충분한 개연성을 갖춘 좋은 밸류업 방안이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얼라인은 △이사회 독립성 확보 및 지배주주와 이해관계 상층 우려 해소 △글로벌 동종기업에 준하는 주주환원율 정상화 및 자본구조 효율화 △밸류업 성과 연동 경영진 보상 정책 도입 등을 밸류업 방안으로 내놨다.

이 대표는 “(두산밥캣은) 효율적인 자본구조 전략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동종기업 평균 수준인 65%로 주주환원율을 정상화하고, 특별배당을 고려할 수 있다”며 “주주가치와 경영진 성과 평가가 연계되도록 평가 기준을 개선하고, 산업 영향이 객관적으로 반영되기 위해 경쟁사의 북미 매출 성장률 및 상대적 총 주주수익률 등을 평가 기준에 반영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주식연계보상 비중 확대도 제안했다.

얼라인, ‘실망스런 두산밥캣 답변’…위법행위 유지청구 진행

앞서 얼라인파트너스는 지난달 15일 '포괄적 주식교환 재추진 금지 공표 및 관련 재원 1조5000억원 상당 특별배당' 등 주주서한을 발송했다. 얼라인은 두산밥캣의 지분 1%(100만3500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두산밥캣은 지난 14일 주주서한 회신에서 “포괄적 주식교환은 양사 간 시너지의 가시적 성과 발현, 법령 및 제도의 개선, 주주 및 시장과의 충분한 공감대 형성 없이 추진되기 어렵다고 본다”면서도 “포괄적 주식교환을 재추진하지 않겠다고 공표하는 것은 당사 이사회의 자율적 의사결정에 제약을 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포괄적 주식교환에 쓰기로 한 재원 1조5000억원을 특별 배당하라는 얼라인의 요구에 대해서도 “해당 재원은 주식매수청구권에 행사하겠다고 공시한 것은 포괄적 주식교환 거래를 전체로 한 것”이라며 “바로 배당하는 것은 합리적 경영 판단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반대했다. 

아울러 주주환원율 정상화를 포함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 발표와 관련해 “지난달 28일 기업가치 제고 계획 예고를 공시했다”면서 “경영진 검토와 이사회 보고 등 충분한 논의가 필요함에 따라 연내 보고서가 확정되는 대로 관련 법령에 따라 발표하겠다”고 답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이같은 두산밥캣의 주주서한 답변에 대해 실망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주주가치 보호를 위한 1차 조치로 지난 17일 두산밥캣 이사들을 상대로 위법행위 유지청구를 진행한 상태다. 

상법 제402조에 따르면 1% 이상 지분을 보유한 주주는 이사가 법령 또는 정관에 위반하는 경우 그 행위를 중지할 것을 청구할 수 있다. 얼라인은 두산밥캣 이사회가 두산로보틱스와 합병 또는 포괄적 주식교환을 추진하는 것은 주주들에게 불이익을 초래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얼라인은 위법행위 유지청구 서신을 통해 두산밥캣 감사위원회에 포괄적 주식교환에 대한 이사회 결의가 이뤄진 지난 7월11일 이전에 이사회에서 관련 내부 보고, 논의, 검토 등이 진행된 사실이 있는지 여부와 포괄적주식교환 결의시 상법 제398조의 요건(내용과 절차상 공정성 요건)을 충족했는지 등을 조사해 오는 12월31일까지 공개적으로 발표할 것을 요구했다. 

이 대표는 “핵심적인 우려는 두산로보틱스와의 합병 또는 포괄적 주식교환 재추진 계획이 있는 경우 두산밥캣의 주가가 낮아질수록 이익을 보게 되는 지배주주와의 이해상충”이라며 “이러한 합리적 문제제기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단순히 미래 의사결정이 제약되고 기업 경영에 부담되기 때문에 포괄적 주식교환 재추진 포기를 공표할 수 없다고만 말하고, 문제에 대한 아무런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편 얼라인은 위법행위 유지청구와 함께 이번 주 내로 두산밥캣 이사회에 2차 주주서한을 발송할 계획이다. 또 오는 12월 31일까지 주주가치 보호를 위한 추가적인 조치 실행 여부를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
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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