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마른 장마와 태풍 없는 가을이 이어진 데다 겨울에도 건조한 날씨가 지속돼 오는 봄까지 가뭄이 길어질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가뭄은 겨울에 해갈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올 봄의 물 사정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 장마가 늦게 시작될 경우 그 피해는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해 경북지역 강우량은 안동 906.4㎜, 상주 856.7㎜, 포항 885.4㎜로 전년도와 비교해 안동은 215.6㎜, 상주는 426.6㎜, 포항은 356.6㎜나 적었다.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에 내린 비의 양(1028.3㎜)도 1971∼2000년 평균(1315.9㎜)의 78.1%에 그쳤다. 기상청이 통계를 낸 1973년 이래 5번째로 강수량이 적은 해였다.
기상청 관계자는 15일 “여름에는 연간 강수량의 60∼70%가 집중되는데 지난해는 가을까지 건조한 날씨가 계속됐으며 많은 비를 뿌리는 태풍도 1개만 영향을 미쳤다”고 가뭄 원인을 분석했다. 또 “대륙고기압의 영향을 주로 받아 1월 하순과 2월 중순에는 강수량이 평년보다 적겠고 2월 상순에는 평년과 비슷하겠다”면서 “올해 5월까지 강수량이 평년보다 적을 것으로 보여 가뭄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같은 장기 가뭄으로 봉화, 영덕 등 경북도내 14개 시·군 54개 마을 주민 5870여명이 식수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봉화군 물야면 오전약수탕의 경우 가뭄으로 약수를 제외한 생활용수가 고갈되면서 대부분의 식당들이 아예 영업을 포기했다. 주민 임계화(56)씨는 “요즘엔 식수조차 구하지 못해 소방차로 공급받는 등 고통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영덕군의 경우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의 강우량은 평년 같은 기간의 653.6㎜의 41% 수준인 266.4㎜에 그쳐 대부분의 취수장과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냈다. 이 때문에 군은 이달 중순부터 군 전지역에 대해 제한급수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병목 영덕군수는 “2월쯤이면 가정의 생활용수는 물론, 하루 수만명씩의 관광객들이 몰리는 강구 대게상가들도 정상영업이 힘들 전망”이라며 “가뭄을 이기기 위해 전 공무원들이 넥타이를 착용하지 않고 비상근무중”이라고 말했다.봉화·영덕=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재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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