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서울에서 4년제 대학을 나온 Y씨(28·여)는 최근 전북 군산간호대 간호학과에 입학원서를 냈다. 몇년간의 노력에도 마땅한 직장을 찾지 못하던 차에 간호사가 되어 사회생활을 해보겠다는 의욕을 보인 것이다.
3년간 공부를 더해야 하지만 경기침체를 감안하면 이 방법이 더 빠른 취업의 길이라고 생각했다. 이 학과에는 행정경찰학과를 졸업한 P씨(24) 등 남자 대졸자 2명도 응시했다. 하지만 이 마저도 3.6대의 경쟁률을 뚫어야 합격할 수 있다. 28명 모집에 101명이나 지원했기 때문이다.
이미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이 전문대에 다시 입학하려는 U턴 현상이 더욱 뚜렸해지고 있다. 2∼3년간 더 공부해 확실한 직장을 얻어내겠다는 뜻이다.
22일 전국 전문대에 따르면 2009학년도 신입생 모집 원서마감 결과, 정원외 전형 중 대학졸업자 분야에 지원한 2년제 이상 대학 졸업자가 예년보다 많게는 두 배 이상 늘었다. 극심한 취업난을 벗어나려는 몸부림으로 풀이된다.
대구의 경우 대구보건대에 올해 대졸 이상 학력자가 무려 833명이나 몰려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이 가운데는 석·박사 학위를 받은 사람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특히 17명을 뽑는 간호학과에 310명이 지원해 18.2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영남이공대에는 199명이 지원, 지난 해 91명보다 2배가 늘었다.
전북에선 원광보건대에 192명이 지원했다. 이는 지난 해 150명보다 28% 증가한 것이다. 이 가운데 4년제 졸업자만 123명이나 된다.
전문대에 재입학하려는 사람들은 간호학과와 유아교육과 등 취업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학과를 선호했다. 원광보건대에선 전체 응시생 192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간호학과를 선택했다. 또 국가 기술 자격증을 따면 대부분 취업이 보장되는 물리치료과와 방사선과·치위생과 등도 인기도 높아 강원 춘천 한림성심대의 경우 보건의료분야에 100여명이 지원했다.
부산의 4년제 대학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경남정보대 치위생과에 합격한 이모(26)씨는 “그동안 직장을 잡지 못해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많지만 앞날을 생각해 취업이 잘 되는 학과에 다시 들어왔다”고 털어놨다.
한 대학 관계자는 “대학 졸업자들이 나이가 많아 불리한 점도 있지만 이를 감수하고 취업이 쉬운 학과를 선택, 재입학하는 현상이 날로 두드러져 학과를 정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이승주 부장은 “취업이 잘되기 때문에 대학을 졸업한 뒤 전문대에 다시 입학하는 사람이 해마다 늘고 있다”며 “각 학교에서도 이들 졸업자들을 받기 위한 다양한 방안과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종합=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용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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