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국내 16개 은행 가운데 11곳(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M·BNK부산·경남·전북·광주)의 상임감사위원이 모두 금감원 출신이다. 인터넷은행과 외국계은행을 제외하면 시중·지방은행 모두 금감원 출신이 재직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은 대체로 사외이사 겸 상임감사로서 이사회 내 감사위원회에 소속돼 이사회 멤버로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의 차기 상임감사들도 금감원 출신 인물들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차기 상임감사 선정 작업에 들어간 상황인데 하마평이 나오는 인물들도 모두 금감원 출신이다. 김동성 전 전략감독담당 부원장보, 이성재 전 중소서민담당 부원장보, 최성일 전 은행·중소서민금융 담당 부원장과 김철웅 금융보안원장 등이 오르내리고 있다.
이같은 금감원 출신 인사들이 은행권에 감사로 취임하더라도 금융사고가 유의미하게 줄어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올해 8월까지 은행권에서 발생한 금융사고 건수는 총 261건이고 금액은 3897억원에 달했다. 이 중 5대 시중은행에서 167건의 금융사고가 발생했으며 그 규모는 2845억원으로 집계됐다.
감사기능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반면 금감원 출신 임원의 사건사고는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올해 4월 금융감독원 현직 간부가 민간 금융회사로 이직한 전직 금감원 직원에게 검사·감독 정보를 유출했다는 논란이 발생했다. 지난 2020년 라임펀드 사태 당시 금감원 직원이 라임자산운용 핵심 문건을 통째로 빼돌려 전임 금감원 팀장에게 넘긴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2011년 부산저축은행 파산 사태 당시에는 금감원 전직 직원이 부산저축은행 측으로부터 뒷돈을 받고 검사 관련 청탁을 해온 사실도 밝혀졌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취임 후 조직 체질 개선에 주력해 왔다. 지난해 7월 금감원에서 열린 워크숍에서 “금감원 출신 금융사 임직원들과의 사적 접촉이나 금융회사 취업에 있어서도 일반 국민의 시각에서 한 치의 오해가 없도록 하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발생한 감독정보 유출 논란은 이복현 원장이 강조했던 ‘카르텔 척결’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결국 이복현 원장이 말하는 ‘카르텔’과 ‘국민의 오해’를 없애기 위해선 금감원 출신 인사의 금융권 취업에 따른 ‘전관예우’를 막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어려운 문제다. 퇴사하는 금감원 인원들의 수가 약 14년만에 최대치를 찍고 있기 때문이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금감원으로부터 받은 ‘2010~2024년 퇴직자(정년퇴직·임금피크 적용·무기계약직·임원 퇴임 제외) 현황’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만 29명의 직원이 금감원을 떠났다. 이는 2010년 이후 가장 많은 직원이 퇴사했던 지난해 전체 퇴직자(43명)의 67%에 달하는 수치다.
한때는 금융권 ‘신의 직장’으로 불렸던 금감원에서 이탈인력이 이처럼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 업무 강도 대비 낮은 급여가 지목된다. 현재 금감원이 맡고 있는 주요 업무는 티메프, 태영건설, 가계부채 증가에 따른 금융사 현장점검 등 해결 사안이 산적하다. 직원들의 이탈이 겹쳐 야근이 불가피한 상황인데, 시간 외 근무수당 예산은 조기 소진됐다. 금감원 노동조합은 거리에서 피켓 시위를 이어갈 정도다.
이복현 원장이 아무리 ‘카르텔 척결’을 외치더라도 결국 금감원의 내부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인력 이탈과 이들의 금융권 재취업은 당연한 수순이다. 내부통제를 연일 강조하고 있는 금감원이 자신들의 내부통제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금감원장과 금감원 직원들의 ‘동상이몽’은 해결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