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난치병으로 알려진 샤르코-마리-투스병(CMT)을 앓고 있는 학생이 인재들의 산실인 포스텍(포항공과대)에 당당히 입학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주인공은 포스텍 화학과 신입생인 백민우(18)군으로 남다른 노력끝에 일반학생들도 들어가기 어렵다는 포스텍에 당당히 입학했다.
유전적 희귀병인 샤르코-마리-투스병으로 잘 걷지도 못하는 백군은 교육열이 높은 수도권(안양)에 살면서 한번도 과외를 받거나 학원에 가본 적이 없고 펜을 잡고 필기하기도 어려운 고통속에서도 성적은 항상 상위권을 유지했다.
백군이 앓고 있는 병은 운동신경 및 감각신경이 특정한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해 손상되는 질환으로 발과 손의 근육들이 점점 위축돼 힘이 약해지고 발과 손 모양의 변형이 생기게 되며 증상은 유전자 돌연변이의 종류에 따라 정상에 가까운 가벼운 상태에서 휠체어에 의존해야 하는 정도까지 다양하다.
백군은 “학원 한 번 다니지 않고 혼자 공부했고 고교 2학년때 포스텍 진학을 목표로 정한 뒤에 화학관련 대학교재를 구해서 독파했다”며 “앞으로 포스텍의 훌륭한
교수님들을 만나게 되면 더욱 놀라운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백군의 어머니 권용실씨는 독서와 공부를 좋아하는 아들을 위해 책과 영어 학습용 시청각 자료를 대신 빌려다 주거나 영어단어 쪽지시험 감독을 하며 공부를 도왔다.
미국의 유명 수사드라마 ‘CSI’, 의학드라마 ‘하우스’ 등을 좋아한다는 백군은 토익과 텝스 성적도 910점과 880점에 이르고 한글 자막없이 외국드라마를 볼 정도의
영어실력도 갖추고 있으며 한자 강사인 어머니 덕에 한자에도 관심을 가져 한자 5000자를 외워야 하는 ‘한자 사범 자격증’도 취득했다.
어머니 권씨는 “민우가 어릴 때부터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해 1주일에 10권이상씩 도서관에서 빌려다준 것 같다”면서 “서점에서 산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책을 열심히 읽었다”며 대견해했다.
“화학에 관심을 갖고 포스텍 경시대회에 왔을 때 ‘실력만 있으면 신체적 불편함에 대해서는 힘껏 지원해주겠다’는 방침을 들은 뒤 포스텍 진학을 결심했다”는 백군은 “학문의 세계에서 장애는 단순한 불편에 불과하며 영국의 스티븐 호킹 박사와 같은 세계적인 과학자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포스텍 관계자는 “백군은 장애로 인해 일반인들보다 더 노력해야 하는 상황에서 사교육의 도움없이 탁월한 실력을 보여 놀랍다”며 “면접때도 화학 분야에 대한 깊은 관심과 뛰어난 화학자로 성장할 자질을 충분히 보여줘 미래가 기대된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소개했다.포항=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재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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